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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76

파 본 김에 계속 파 봄 하정과 함께 단양강 어디쯤으로 가서 명선이를 만났다. 강 목사님이 키운 파를 한 아름 받아왔다. 파 본 김에 사골국을 끓였.... 아니고. 마침 꼬리곰탕 끓여놨는데 제대로 짝을 만났다. 살아있는 파 향이 좋아서 멈추지 못했다. 우리 현승이, 아침으로 꼬리곰탕 먹이고 점심 도시락으로 파 한뿌리 다 때려 넣어서 파볶음밥을 싸줬다.(사진 못 남김) 파 본 김에 계속 파 보기로... 저녁 산책 나가서 명선에게 전화했다. 이런저런 얘기하다 저녁 장 볼겸 나왔다고 했다. 그러다 득템 한 레시피이다. 닭갈빗살 파 구이! 에어프라이에 굽다 답답해서 프라이팬으로 옮겼다. 별 양념도 안 했는데 너무 맛있고. 꼬치에 끼우면 꼬치구이인데... 꼬치가 없었다. 파 본 김에 계속 파 보기로... 토요일 오전 줌으로 하는 내적 여.. 2023. 11. 3.
인생 후반으로 떠나는 여행 生, 노을이 물드는 시간18 허무의 강물 위에서 수속을 다 마쳤고, 탑승 시간까지는 넉넉하게 여유가 있다. 공항 탑승구 앞에 앉았던 그 어느 때와도 느낌이 다르다. 어쨌든 떠난다는, 여행 그 자체로 이미 가벼워지고 설레는 그런 마음이 아니다. 들뜨기보다는 가라앉아 있고, 가라앉은 마음은 묵직하다. 뭐라 딱히 이름이 붙여지지 않는, 참 낯선 감정이다. 일 년여의 시간을 네팔에서 보낼 예정이다. 들뜬 설렘은 없지만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은 있다. 이른 퇴직 후에 다른 삶을 구상하겠다는 남편의 결단 뒤에 좋은 우연이 따라왔다. 네팔에서 일하며 선교하는 후배와 닿아 가서 일도 하고 선교도 돕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몇 년 기한으로 남편 혼자 떠나려 했으나, 뒤늦게 급하게 나도 일단 일 년 정도 함께 하기로 했다... 2023. 11. 1.
천국 도래 주일 예배에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하는 하나님 나라였다. 아기 태양이 유아세례식을 시작하며 목사 JP가 태양이를 안고 예배당을 한 바퀴 돌았다. 태양이가 움직이는 곳마다 천국의 마법이 뿌려진다. "하아......" 탄성과 함께 무장해제 된 교유들의 표정은 하나님 나라였다. 이름 그대로 구름 뚫고 나온 '태양'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경건할 수 없는 엄마 아빠의 서약 시간에... 태양이는 청중을 향해서 천국을 발사하며 주의를 흩트렸다.. 천국에 취한 교우들의 귀에 서약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떻게 저렇게 작은 몸으로, 저렇게 뚱한 표정으로, 수십 명 사람들의 영혼을 일순간 말랑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천국은, 이런 곳일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교가 클.. 2023. 10. 24.
송충이의 일 열대야가 끝나고 저녁 바람이 선선해질 즈음엔 나뭇잎들에 '노랑 끼'가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초록에 노랑을 섞으면 연두가 되지만, 초봄 새 잎이 나올 때의 그 연둣빛이 아니다. 여름 끝, 가을 초입은 '노랑 끼' 있는 잎을 좋아한다. 스러짐의 계절을 받아들일 준비라 여겨져서일까? 잠시 어정쩡한 빛을 띠다 공기가 차가워질수록 제각각 숨겨둔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붉은색, 노란색 단풍이 들면 나무 인생 가장 화려한 시절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 영광이 짧다는 것도 나는 안다. 화려한 영광 뒤에서 이들은 힘을 빼고 있다. 꽉 쥔 손을 펴며 힘을 빼고 있다. 바람 한 번 휘리릭 불면 우수수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떨어져 뒹굴며 버석버석 말라 이리 뒹굴고 저리 차이고 하다 쓰레기가 되어 자루에 담겨 어디론가 .. 2023. 10. 23.
(덮밥)왕의 기도 반수생 아들 도시락 싸주다... 나 덮밥 왕 됐음. 덮밥 좋아하는 현승이가 스카에서 공부하다 도시락으로 싸 준 덮밥 먹을 생각에 잠시 설렌다니.... 여유가 있는 아침에는 덮밥을 만들게 되는데 살림이 막 엉터리라 냉장고 식재료 상태가 들쑥날쑥인데 그게 또 새로운 도전 환경이 되어서 온갖 종류의 덮밥을 다 만들게 되었음. 이제 나 파 한 쪽 가지고도 현승이를 감동시킬 덮밥 만들 수 있음. 진짜임. 나 덮밥 왕 됐음. 물론 기본적으로 고기 없는 덮밥이 연이어 나가면 내색은 안 하지만 불편해하심. 아무튼 나 정말 덮밥 왕 됐음! 왕의 기도를 올려 드린다... 주님, 우리 현승이 긍휼히 여겨주세요. 두렵고 긴장된 마음, 낮아진 마음에 찾아가 주세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치 않는.. 2023. 10. 20.
다른 게 죄가 아니고 한낮에도 산책이 가능한, 얼마 안 되는 시절이다. 낮에 나가야 하나하나 눈을 맞출 수가 있는데. 뷰 포인트다. 논이 있고, 멀리 든든한 배경의 나무가 있고. 이 즈음엔 심지어 코스모스가 바로 앞에서 유혹을 한다. 내적 여정은 기도의 여정이라는 안내를 하면서 "이 날씨에 산책하지 않는 것은 죄예요." 했더니 어느 간사님이 "저녁에 설교가 있어서, 설교 준비하느라 죄를 짓네요." 했다. 내가 "하이고, 죄 중에 잉태한 설교네요." 했다. 많은 경우, 설교는 죄에서 잉태하지. 어쩌면 좋은 설교는 더욱 죄에서. 어쨌든 나가 걷지 않으면 죄가 될 정도의 좋은 날들이다. 하나님이 여기 계시다. 들꽃 한 송이를 보듬고 계시다. 2023. 10. 17.
인생의 빛 학교 어느 미지의 장소, 그리고 밤이었다. 나는 세찬 폭풍을 받으며 힘들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나는 작은 등불을 들고 양손으로 그것을 보호하며 걸어갔는데 그것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웠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내가 이 작은 등불을 살리는 데 달려 있었다. 별안간 나는 무엇인가가 나를 뒤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뒤돌아보니 거기에 내 뒤로 다가오는 거대한 검은 형체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순간-놀랐음에도 불구하고-어떠한 위험이 있더라도 이 불빛을 이 밤이 새도록 폭풍 가운데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카를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사상』에 나오는 융 자신의 꿈이다. 이 꿈을 통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꿈을 꾸었던 시절의 삶에 대한 성찰로 .. 2023. 10. 15.
과일 종합 선물 세트 이것은 다른 크기, 다른 모양의 감이 아무렇지 않게 담긴 종이봉투. 참으로 정겨운 과일 종합 선물 세트. 포장지 반, 과일 반에 예쁜데 똑같이 예뻐서 여러 종류인데 한 종류처럼 보이는 비싼 과일 바구니가 넘볼 수 없는 품격의 과일 종합 선물 세트! 좋더라고… 따뜻하고… 2023. 10. 12.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계절이 계절의 때를 알고 찾아오고, 계절이 떠날 때를 알아 순순히 떠난다.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는 계절, 제 때를 알고 찾아온 계절이 교차할 때, 나의 계절을 생각한다. 계절이 좋은 설교이고 계절을 마주할 때 나는 정직한 구도자가 된다. 깊고 고요한 기도를 드리게 된다. 이럴 땐 이런 이유로 저럴 땐 저런 이유로 산책을 포기할 수 없지만,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 이 즈음 같은 때가 없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보느라 이 즈음 산책 길엔 목이 빠진다. 이 즈음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낮이고 밤이고 간에. * 재밌는 사연 끼워 팔기 * (JP와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며 등 대고 대화 중) JP : 야아, 공기가 차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어... SS : 그러게... 2023. 10. 11.
작전명 초파리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 늦잠이 더 늦어진다. 둘이 일어나 아침 묵상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도록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휴일이니 깨우지 않아도 되지만, 깨우고 싶기도 하고. 어제 끓인 김치찌개를 데우며 밥을 안쳤다. 그리고 남편에게 "작전명 초파리!" 하고 말했다. 김치찌개 데우는 냄새가 퍼지면 하나씩 기어 나올 것이다. 멜론 깎아 식탁에 놓아 달달한 향기 퍼지면 초파리들 모여들듯이. 반응은 금방 오지! 주방 옆 방에서 큰 초파리 등장. "크로와상 먹을래?" "아니, 나 밥 먹을래." 남편에게 눈으로 확인. "거 봐! 초파리 작전 성공이지?" 추석 헤세드로 스팸이 풍성하고 햅쌀이 반짝반짝... 어제 김치찌개에 스팸 한 통 더 추가하고 금방 한 햅쌀밥이니 세상 제일 맛있는 밥 아닌가! 초파리 둘 시간 .. 202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