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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294

창문을 빼꼼~ 이사를 한 지 두어 주가 지났습니다. 이번 이사에서는 이삿짐 정리보다 더 어려운 게 마음의 정리였답니다. 풀타임 사역을 준비하면서 남편도 자신도 그렇지만 제게 은근히 강조했던 것이 '낮은 곳으로' 였습니다. 사역자가 어떤 의미로든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끝!이다. '낮은 곳으로'의 영성은 헨리나웬에게 배운 것이었고, 3학년 말에는 저 역시 '낮은 곳으로'의 영성을 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풀타임 사역을 시작하면서 이사를 하게되었는데 너무 좋은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누군들 크고 깨끗한 집을 마다하겠습니까만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복잡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여보! 당신 정도의 부교역자 수준에서 전국을 통틀어서 아마도.. 2009. 1. 12.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어느 해 생일에 부모님께 받은 금일봉 봉투.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때 한 번 씩 꺼내보기 좋은. 지난 한 주 변신 며느리로 퉁퉁거리고 꽥꽥거리고 벅벅거리면서 나를, 남편을, 애들을 힘들게 했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는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동기'를 짚어보는 것입니다. 동기를 살피는 일은 자기를 찾는 여정에도, 하나님을 찾아가는 영성에서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내 자신의 못된 동기에 얼마나 자주 속아 넘어가는지를 깨달을수록 그렇습니다. 지난 주 간만에 시부모님께 불려다니면서 힘들었던 건 몸보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요즘은 몸도 건강해졌고 게다가 시간도 많아서 그렇.. 2008. 11. 18.
가을, 소국, 수료, 사랑 가을이 아파트 현관 앞에 까지 왔습니다. 저 너머 보이는 검단산과 예봉산은 아직 여름빛인데 베란다 앞의 대추나무는 이미 빛바랜 입을 떨구기 시작한 지 오래고, 아파트의 나무들이 울긋불긋 합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가을이 코 앞으로 들이닥칠 참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저 가을비 끝에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forest님 블로그에서 소국 사진을 봤는데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이 일렁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소국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싶습니다. 해마다 이 즈음에는 소국을 사서 꽂아두곤 했었습니다. 주말에 올라온 남편에게 한 다발 사달래서 거실 탁자에 꽂아 두었는데 forest님 사진에서 본 노오란 가을빛 소국의 느낌이 전혀 나지를 않습니다. 따라쟁이가 되어 위에서 이 놈들을 잡아서 찍어봤건만 실내 조명 탓인지.. 2008. 10. 22.
생각없는 생각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기 위해서' 가끔 따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랄 것도 없이 옆에 사는 김종필님이 그렇습니다. 대화 중에 '생각해 볼께' 하며 여운을 남기기를 잘 합니다. 그리고는 생각해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란 것이 필요하고요. 가만 생각해보면 저같은 사람은 '생각'을 위한 시간이 따로 필요하질 않습니다. 왜냐면 항상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있다면 '생각을 비우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지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살짝 지겨우실까 염려되는 고로, 팬서비스 차원에서 좀 덜 해야겠다 싶은 얘기이긴 하지만.... 에니어그램 7번 유형들은 머릿 속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삶을 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계획의 달인들이고 .. 2008. 7. 24.
기도 詩人의 기도 나의 詩가 아직 으스름달도 시퍼렇게 알몸인 새벽 부지런한 조롱박에 떠 올린 첫 우물이게 하소서 나의 詩가 숨가쁜 단풍잎 너머 졸고 있는 산 위에 진한 피를 흘리우는 석양보다 더 붉은 참회이게 하소서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 편의 詩를 쓰게 하시되 그 詩가 나의 삶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詩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그러나 주여 당신께 도달할 내 마지막 詩는 침묵임을 아오니 詩란 단지 침묵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뜨면 눈 멀 듯 맑은 당신을 뵙게 하소서 - 론지노 신부 - 2008. 7. 24.
친구가 된 책 글쓰기나 책읽기가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은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하시는 분들은 크고 작게 경험하셨을 일. 특히 '책읽기'는 제게 있어 어떤 설교나 상담보다 다 더 강하게 치유와 성숙의 길을 열어줬던 것 같습니다. 큐티진에 연재했던 이라는 말이 딱입니다. 음악치료 시작했던 대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오랜 시간 내면작업을 해왔고 그 사이 나름 많이 깊어지고 성숙해졌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게 제 못된 습관인 '자아 팽창'에서 비롯된 것이더만요. 늘 가야할 길은 남아 있고 때로는 멉니다. 그래서 스캇펙의 책 제목이 인가 봅니다. 지난 얼마 동안 블로그도 닫고 제 속으로 들어가 있던 동안에 상담자가 되어줬던 친구들이예요. 오랜 시간 함께 해야할 .. 2008. 7. 10.
좀 다녀올께요 제 마음 깊은 곳으로 여행을 좀 다녀올까 합니다. 실은 이미 제가 떠나와 있습니다. 떠나와 보니 알겠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마음 둘 곳 없다' 라고 말할 때 그 '마음 둘 곳'이 제게는 이 블로그였다는 사실을요. 이건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지만 보다 깊고 새로운 깨달음이기도 하네요. 매일 오셔서 댓글 주시는 분들께 이 기회에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요. 이 곳이 너무 뜸하면 고마운 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되겠기에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지난 두 어 주 계속 뜸했지요. 정말 마음 깊은 곳으로 떠나려면 마음 둘 곳이 따로 있으면 헷갈리고 복잡해지기에 공식적으로 잠시 이 곳을 개점휴업 하기로 했어요. 기간은 아무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고요... 제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 분 만이 아실 듯 해요. 제게 큰.. 2008. 6. 18.
배우는 자의 기도 배우는 자의 기도 배움을 더해 갈수록 느끼는 것은 제가 무지하다는 것, 제가 배울 수 있는 영역들이 얼마나 무한한가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배움이 깊어갈수록 깨우치게 되는 것은 지식이라는 나무의 가지들이 그리도 무성하고 그리도 오묘하게 뻗어 있다는 것이며 일생을 통해 배운다 해도 여전히 초보자라는 것입니다. 지혜롭게 깨우치고 배워야 하는 분야들을 잘 터득할 수 있도록, 결코 실망하거나 싫증내어 배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제게 가르쳐주십시오. 제가 배울 수 있다는 것, 배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배움을 소중히 하고 제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우치도록 지혜를 주십시오. 터무니없는 야망을 지니지 않고 다만 근면할 수 있도록 성공이라는 물신을 숭.. 2008. 5. 6.
십자가 쫓아오는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에 걸리어있네 철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람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위에 조용히 흘리리라. 윤동주 노래 - 홍순관 조금만 아주 조금만 억울해도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해결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붙들고 '아니예요. 내 잘못이 아니예요. 나는 할 만큼 했다구요. 쟤 때문이예요' 라고 대놓고 할 수는 없으니깐요. 아주 고상하게 말하면서 슬~쩍 책임전가하는 말을 끼워 넣습니다. 그것에 관한한 나는 고단수 입니다. 내 말의 많은 말들은 나의 정당성 확보해보겠다는 '그 한 마디'를 위한 포석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2008. 3. 21.
중년을 마중나가며... '언니 낼 모레면 사십이야. 인제 중년이야 중년!' 이런 놀림을 들으면서 펄펄 뛰며 오버하고 그랬던 게 지난 2월 생일에 즈음이었습니다. 중년? 낼 모레면 불혹의 나이? 으....... 을 읽고 글을 쓰고 난 다음부터였던 것 같은데 '중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년을 감사히 내 것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지 않을까?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제는 싫지만은 않은데요. 영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합니다. 저의 30대에는 MBTI와 함께 나를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나의 강점을 찾아 감사하며 누리고, 나의 약점을 찾아 계발하려 애쓰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듯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애쓰고. 그러면서 유난히 내가 잘 짓는 죄를 발견하고, 유난히 잘 걸려 넘어지는 문제를 .. 2007.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