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여정294

룻, 사랑을 선택하다 돌이켜보면 신혼 초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가장 힘들었 이유가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다. 고부간의 관계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 무슨 얘기인고 하면, 원래 거절도 못하는 나. 또 어른들이 어떻게 해드리는 걸 본능적으로 잘 아는 나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행동으로는 늘 최선을 다해서 잘 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생채기로 피를 흘리고 있는 적이 많았다.가장 힘든 건, 내가 진심으로 마음으로 하지 않는다면 몸의 수고도 다 헛될 뿐이라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더 잘 정리가 된다. 시부모님께(사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절하고 공경하는 것들의 출발점이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쯤해서 전화 한 통 안 드리면 섭섭해 하실 것이다. .. 2009. 7. 20.
나우웬과 함께 지하철 타기 오랫만에 모임이 있어서 명동에 다녀오는 길, 혼자 가는 길이 아니었다. 오는 길, 가는 길 나우웬님께서 동행해주셨다. 지하철에서 나누기에는 너무 심오한 얘기를 들려주시며 말이다. 특히 돌아오는 길의 대화는 압권이었다. 명동역에서부터 그 분의 차분하고 강요하지 않으며 자기고백적인 조근조근한 얘기는 나를 사로잡아버렸다. 수년 동안 공동체에 목말랐던 삶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공동체는 한 번도 주어진 적이 없다고 말하곤 했었다. 을 꿈꾸지만 그런 곳은 한 번도 없었어.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헌데, 요즘 문득 문득 공동체를 향유하고 있는 나. 이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이이며 기적같은 발견이다. 내가 공동체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어' 라고 말 할 때 대부분 나는 현재를 살고 있지 않았다. 늘 미래의 .. 2009. 7. 7.
길이 끝난 듯한 곳에 서서 봄 길 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2009. 7. 2.
아침 단상 화장실에서 일을 시원하게 보고난 어느 아침, 커피 한 잔 들고 베란다 내 자리에 앉으니 뱃속에 묵직한 것이 다 빠져나가서 한 없이 가벼워진 이 느낌. 당장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정말 뱃 속이 편하구나. 좋다. 감사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오래 변비를 앓아보지 않았다만 이 순간, 이 편한 느낌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평생 몰랐을 것입니다. 이 순간, 맘에는 큰 돌덩이 같은 게 하나 얹어져 있다해도 몸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에 잠시 그 조차도 잊혀집니다. 수 없이 거절당해 본 경험은, 또 거절당할까봐 두려워했던 시간들은 오늘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나같은 사람을 찾아주다니....' 하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합니다. 견딜 수 없는 한낮의 뙤약볕은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낙비의 시원함에 시.. 2009. 6. 27.
우리는 매일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할까 말까, 회사를 그마둘까 말까, 이 일을 할까 말까... 아주 중요한 결정들을 맞닥뜨리면서 삽니다. 매일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만 사는 게 시들해질 때면 인생이 그렇게 흐물흐물한 게 어딨냐는 듯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이걸 하는 것일까? 저걸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하며 조언을 구하고 기도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 최소한 내 맘 가는대로 확 선택해버리는 것보다는 좋은 태도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라고 구하고, 그렇다고 확신하며 선택하는 것이 또 항상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러 번 선택의 기로를 넘으면서 정해진 '하나님의 뜻'이 떡하니 내 앞에 던져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습.. 2009. 6. 18.
하나님을 만나는 글쓰기 나의 나됨. 불혹의 고개를 넘어서며 오늘의 내가 있게 한 베스트를 꼽아보자면 단연코 글쓰기이다. 수년 전 싸이 미니홈피를 통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난 번 이사를 하다보니 글쓰기의 시작은 중학교 1학년 겨울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직후로 거슬로 올라가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열 세 살 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를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28년을 이어온 글쓰기 인생이다. 으하하.... 더 신기한 것은 그 때부터의 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일기는 말할 것도 없이 유치하기 그지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반공 선언문'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원고지 앞에 놓고 아버지가 불러주시던 대로 받아 적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유비무환' 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글을 썼던 기.. 2009. 4. 14.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어느 분을 만났드랬습니다. 저는 내심 많이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딱히 그 분을 만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던 자리라 책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눠보려고 했습니다. 헌데... 몇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자리였는데 그 분은 핸드폰인지, 아이팟인지, 전자수첩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는 무슨 물건을 가지고 게임을 하시는지, 문자를 보내시는지 저로서는 역시 모르는 무슨 놀이에 빠져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경조차 안쓰는 듯 보였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였습니다. 서문에는 공원에서 나란히 한 방향을 보면서 앉아 있는 외로움의 극에 달한 사람들을 묘사합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건 의자를 돌려 앉자는 겁니다. 서로를 향해서, 서로의 눈과 서로의 외로움을 향해서.. 2009. 4. 4.
사랑단상2_사랑하면 지는 거다 사랑에 꽂혔다. 지난 겨우내 옆에 끼고 있던 탓일 수도 있고, 에니어그램과 함께한 작년 1년의 여정의 종착점이 '사랑'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니 그보다는 내 평생 그렇게도 닮고 싶고 다다르고 싶은 나의 그 분의 별명이 '사랑'이시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의 심장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쉽고, 그러면서 어려운 길은 '사랑' 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난 사랑에 꽂혔다. 사랑에 꽂혀서 매일 내 사랑을 점검 중이다. 어떤 사람의 사랑이 진짜인지 아닌 지를 감별해내는 방법을 찾았다. 사랑인지, 사랑하는 척하는 지를 아주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랑하면 지는 거다. 사랑하면 제압할 수 없고, 사랑하면 힘을 행사하거나 밀어 붙일 수 없다. '다 너 위해서 그러는거야. 나중에 내가 널 사랑했.. 2009. 3. 10.
사랑단상1_사랑은 기브앤 기브, 테이트앤 테이크 # 예전에.... 아니 최근까지... 사랑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기브 앤 테이크'의 슬픈 계산기를 집어 던져야 하느니... 남편을 사랑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를 사랑하는 것도 그렇고, 내게 맡겨진 사람들을 사랑할 때 '기브 앤 테이크'의 계산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 슬픔과 자기연민은 밀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년간 사랑에 대해서 연구한 위 본인은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 앤 기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 불혹을 넘어선 생일에 언제나처럼 3부 예배 시작 전에 본당 뒤에서 커피집을 열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도록 커피를 내리고 코코아를 타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찬양팀 연습이 한창이었고요. 갑자기 찬양팀이 '생일축하'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합니다. '어? 오늘.. 2009. 3. 7.
옷을 벗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서장이 옷을 벗다'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 대충 뜻은 알겠는데 왜 그렇게 표현하는 지는 알 수가 없었던 말 중에 하나다. 모 그래도 뜻을 알만하니 다시 묻지도 않았다.(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그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크면서 왜 그런 표현을 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경찰서장이 옷을 벗었다' 할 때 '옷을 벗다'의 참 뜻을 머리 말고 가슴으로 배우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 교회에서 지휘하던 선배언니가 갑자기 아기를 낳는 바람에 경황없이 맡게 된 자리가 어린이성가대, 그리고 청년성가대 지휘자였다. 사람들이 청소년기에 한 번 쯤 꿈꿔보는 게 지휘자라지만 나는 그런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노래를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일에 대.. 2009.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