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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72

쉪 컴 백 살아 돌아왔다. 쉪이 살아 돌아왔거든! 강의하기와 강의 듣기, 원고 쓰기와 과제 쓰기, 학생인데 강사인 역할의 혼재 속에 세 시간 자고 버틴 날을 뚫고 살아 돌아왔거든! 찐하게 운동 마치고 일단 손쉬운 걸로 '오리 떡볶이'를 하자! 장을 봐서 집에 왔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쉪 현승이가 "알맘마(계란 볶음밥)"을 해서 저도 먹고 누나도 멕이고, 그리고 밥이 부족하다며 아빠를 위해선 짜파게티를 끓여 계란프라이를 하고 있네! 이젠 밥도 없고, 짜파게티도 없고... 고갱님도 없고... 먼 산 바라보는 정 쉪은 자기를 위한 요리를 했다. 한 학기, 아니 네 학기 대학원 과정 마치고 살아 돌아온 자기를 위해 정 쉪이 요리를 했다. 쉪 컴 백! 2023. 6. 23.
설탕 듬뿍 토마토 토마토 철이다. 퇴촌 토마토 축제를 하면 토마토 철인 걸 안다. 이 계절에 나오는 향이 진한 토마토 정말 좋아하는데... 월요일에 부러 이걸 사러 퇴촌에 갔다. 영양소가 파괴되네 어쩌네 하니가 매번 그러는 건 좀 그렇고.... 한 번 정도는 설탕 아끼지 않고 뿌려서 내놓는다. 나도 그리 줄 생각이었는데, "미치도록 달게 설탕을 막막 뿌려 달라"는 채윤 돼지 님의 주문도 있었고... 토마토 설탕 뿌려 먹으면 여지없이 엄마 아부지 생각나고. 다 먹고 생긴 달달한 국물 가지고 동생이랑 싸우던 생각도 안고. 2023. 6. 19.
꽃보다 남자들 캄보디아 선교여행을 가는 JP이 떠나기 전날에 꽃을 사 왔다. 자기 없는 사이 자기 본 듯 보란다. 왠지 당신이 싫어할 조합이지만...이라고 했다. 어, 완전 내가 좋아할 조합인데! 꽃아서 식탁에 두었다. (미안해, 여보. 밥 먹으며 꽃을 보는데 꽃이 꽃으로 밖에 안 보여. 당신 생각은 꺼졌나 봐...) 캄보디아에 함께 간 남자 둘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속속 보내오는 세 남자 사진을 보면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왤케 대견한지...라고 말하다가 깨달았다. "아, 조장 누나 마인드구나!" 근 30여 년 전에 저기 두 남자의 청년부 조장 누나였었다. (지금은) 남편을 캄보디아에 보낸 (한때) 성경공부 조장이었던 누나 둘이 간절하게 기도하며 며칠을 보냈다. 두 조장 누나 각각의 오랜 (또는 그리 오래지 않은.. 2023. 6. 6.
이런 삼겹살 또 없습니다 기숙사 밥이 맛있다더니, 메뉴가 다양하고 식당도 여러 개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더니. 그래서 나는 "원래 모든 음식이 많이 하면 맛있어."라고 응대했다. 몇 개월 지나더니 기숙사 밥이 맛이 없다고. 대량으로 하는 음식이라 맛이 없다고 못 먹겠다고 한다. 삼겹살에 명이나물과 밥 한 공기를 줬는데 "와, 이 맛이지! 이거지, 엄마!" 한다. "너 엄마 음식이 그립고 그렇기도 해? 엄마가 한 음식 뭐가 생각나?" 했더니 "당연히 생각나고 엄마가 해주는 모든 음식이 다 생각나지. 엄마 음식은 나만을 위한 음식이잖아. 나한테 딱 맞춘 그런 음식이잖아. 명이나물 어디서 샀어? 비싸? 내가 전부터 삼겹살하고 같이 먹고 싶다고 했었지?"라면서 처묵처묵. 맞아, 너만을 위한 단 한 번의 삼겹살. 이런 삼겹살 또 없는 거.. 2023. 6. 4.
괭이밥의 인류애 베란다 화분 선반은 내게는 설교단이다. 언제 어디서 와서 어디로 불지 모르는 바람 같은 성령의 목소리 또는 마음이다. 클레르보의 베르나르 성인의 말로 하면 "창조(자연)의 책"이다. 작년 여름 무엇인가를 심었던 긴 네모 화분이 겨우내 바깥 선반에서 노숙을 했다. 가끔 새를 유인하는 먹이 담는 먹이통이 되어주기도 했고. 그러다 날아든 직박구리로 반가운 날도 있었지. 1층 산딸나무를 내려다보려고 베란다 창에 매달렸다 화분 가득 수북한 괭이밥을 발견했다. 큰 감흥 없이 지나쳤는데... 며칠 후 별처럼 피어난 두 송이 괭이밥꽃이 피어있는 것 아닌가! 예쁘고 뭉클하여 잠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이 되었다. JP을 불러 감동을 나누고, 사진을 찍고, 한참을 들였다보고, 딴 일 하다 또 들여다 또 들여다 보고... 그.. 2023. 6. 3.
취향저…격려 예쁘기만 한 컵이 아니라 의미 담긴 컵을 참 좋아하는데... 그건 아마도 컵을 영적 스승으로 삼은 조이스 럽의 "내 인생의 잔" 때문일 것이다. 취향저격의 컵 선물로 격려를 받아서 '취향저격려'이다. 컵을 좋아하고, 의미 있는 컵을 좋아하는 취향을 정확히 저격당한 것도 사실이고, 후쿠오카의 스벅에 갔는데 저 컵을 봤다면 덥석 사 왔을 디자인이라서 취향저격이다. 폴리백에 담긴 멸치가 취향저격이다. 맨입에 먹는 멸치 좋아하고, 뼈를 발라 국물 우려낸 축축한 멸치 진짜 좋아해서 버리지 못하고 혼자 먹는 취향을 갖고 있다. 그냥 고추장 찍어 먹으라는 이 멸치는 고추장 꺼낼 새도 없이 그냥 먹게 된다. 폴리백에 담긴 것이 흡사 야감독(손석구 분)이 해외로 떠나는 은정이에게 던져주는 빙어 같이 생겨서 더 좋다. 이.. 2023. 6. 1.
친교, intimacy * 레크리에이션 성경 퀴즈대회 지난 주일 예배 마치고 성경퀴즈대회 했다. 진행을 맡음! 작년 추수감사절에 퀴즈대회를 한 번 했는데, 오랜만에 주일학교 선생님 시절 2부 순서 진행하던 느낌 살렸더니 재밌었다. 그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또 재밌었다. 생각보다 열심히 공부하시고, 두툼한 예상문제지가 막 돌고, "우리 남편 진짜 열심히 했다. 수에 강하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숫자 다 외웠다. 아들이 한 문제는 맞히고 오라고 했는데..." 은근 귀여운 청탁도 들어왔다. 카톡으로 답하기, 같은 신메뉴도 도입해 보았다. 한 문제 맞히고 틀리는 데 순간의 목숨을 걸어주시는 60대 집사님들의 몰입, 참 즐겁다. 그야말로 교회가 '친교'의 장이었다. * 인생학교 에니어그램 퀴즈대회 마치고, 뷔페로 점심 먹고는 젊은 부부, .. 2023. 5. 30.
너와 나의 리즈시절 3040, 기혼 비혼자가 함께 있는 장년부에 강의가 있었다. 강의 주제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에 빨간 압정 꽂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방식의 강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혼여부가 일상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상상컨대, 육아 버텨내기의 일상을 사는 사람과 혼자서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려는 비혼의 일상 고민은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신앙 일상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강의 후 나눔 질문 중 하나로 "나의 리즈시절"을 떠올려보자는 나눠보자고 했다. 질문하려면 나도 답을 해야 하니까. 내 리즈시절을 떠올렸다.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뭐니뭐니 해도 내 어린이 성가대 지휘하던 정신실 선생님일 때지!" 싶어 잠시 기분 좋은 회한에 젖기도.. 2023. 5. 17.
향기 나는 나무 저녁 줌 강의 전에 짧은 밤 산책을 나갔는데, 어디서 아카시아 향기가 여리여리 하게 코끝이 스쳤다. 어디지? 어딨는데? 아카시아 어딨는데? 좋은 순간은 좀 붙잡아 두고 싶은데, 날듯 말듯한 향을 카메라에 담을 순 없어서 옆에 있는 아무거나 찍었다. 그러니까 저 나무 그림자에서는 아카시아 향이 나는 것이다. 다음 날인가, 탄천을 걷다 밤의 그 향기를 보내던 범인의 범죄현장을 목격했다. 아닐 수도 있고... 다른 아카시아일 수도 있고. 어쨌든 좋은 향기, 봄날의 아름다움이라서... 아름다운 건 무죄! 2023. 5. 12.
귀담아듣는 사람 "귀담아듣고, 그대로 지키십시오."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젊은 시절에 유치부 설교로 봉사한 적이 있다. 그때 경험으로 알아낸 것이 있다. "귀담아 듣는 아이가 있구나!" 지능도 아니고, 성격도 아니고... 하나님 말씀을 귀담아듣는 아이가 따로 있었다. 그랬던 아이 얼굴이며 이름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어쩌면 그렇게 진지하게 듣는가.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들은 대로 해보려는 하는데, 그 아이들이 꼭 그랬다. 청년 시절부터 평생 '소그룹'이란 것을 하며 살았나보다. 주어지는 소그룹이 없을 때는 조용히 만들어내곤 했다. 그때그때 내 일상의 갈망과 닿는 작은 모임을 어떻게든 만들었다. ("내 인생의 소그룹"으로 따로 글을 하나 써야지 싶네.) 교회가 가정교회 시스템을 도입하면.. 2023.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