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원에 잇대기3274 한재미나리로 맛있는 것 삼종 세트 우리 연구소 은경 샘은 딱 그때 맛있는 그것을 아는 그런 분인데. 딱 그 시기에 맛있는 그것을 혼자 드시지 아니하고... 올해에도 딱 이때 먹는 청도의 한재미나리를 보내주시었다. 삼겹살에 미나리를 먹는 게 아니라, 마니리 먹으려고 삼겹살 굽는 형국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떡볶이에 조금 곁들이고, 아껴서 남긴 걸로는 전 한 장을 딱 부쳤다. 삼겹살은 딱 오디오로 먹는 거지! 2023. 3. 15. 민트 카누 뚝배기보다 장맛이라지만, 가끔은 장맛보다 뚝배기여도 좋다. 카누를 예쁜 잔에 담으면 핸드드립 맛이 난다. 심지어 "엄마, 내 껀 연하게 내렸지?"라는 진심어린 질문도 듣고. (응, 카누 반 봉지에 물 많이…) 2023. 3. 12. 2023년 3월 10일, 엄마의 편지 2023년 3월 10일 봄 하루의 풍경이다. 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활짝 핀 매화에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활짝? 길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만났을 때처럼 심쿵했다. 쑥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 며칠 전 산책 길과 또 다르다. 저걸 아까워서 어쩌지?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라 관상용이다. 어느 숲에 들어가 저 정도 여린 쑥을 잔뜩 뜯어다 콩가루를 넣고 쑥국을 끓이고 싶다. 고사리 삶아둔 것으로 파스타를 했다. 갈치속젓이 만능 소스이다. 오늘은 엄마 3주기이다. 엄마의 죽음은 팬데믹의 고립으로 왔다. 그해 봄은 애도로 뿌연 시간이었다. 일상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고, 일상을 위해 눈을 뜨는 아침이 괴로웠다. 어느 밤, 문득 마주한 목련꽃에 충격과 함께 깊은 상처를 받기까지 했다. 먹고, 수다 떨고.. 2023. 3. 11. 외로우니까 수선화다 탄천을 따라 약속이 있는 보정동 카페거리에 갔다. 어느 카페 앞에 수선화와 수국이 줄을 맞춰 서 있다. 수선화로구나! 봄이로구나!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세 시간 가까운 즐거운 수다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정호승 시인은 가 생각났다. 수선화narcissus니까 외로운 거야... 나르시시스트 외롭지... 물에 비친 내 모습에 빠져서, 자아에 빠져서, 결국 자아에 빠져들어 죽는 건 가장 외로운 일이지... 아까 찍은 수선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수선화답지 않게 서로를 마주 보는 둘이 있다. 뭔가 얘기가 오가는 중인 것도 같고. 아까 만난 내 젊은 친구와 나 같기도 하고. 나만 바라보면 외롭다. 내 모습에 도취되어 빠져 있으면 외롭지 않을 방법이 없다. "아까 만.. 2023. 3. 8. 개강 첫 주 금요일 나도 개강, 채윤이도 개강, 새내기 현승이도 입학 후 개강. 개강, 개강, 개강. 집 떠나 낯선 곳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현승이는 설레는 주말이겠다. 부산으로 대학 간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채윤이는 오랜만에 학교 피아노 앞에 앉았고. 20년 넘게 한 집에서 뒹굴던 네 식구가 이제 노란 카톡방 안에서 만나네. 뭔가 안심이 되면서 동시에 푸근한 것으로 가득 차는 마음이다. 느슨한 연결이 좋다. 두 아이가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누리며, 젊은 날을 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개강 첫 주, 애들은 잘 지낸다. 나만 잘하면 된다. 2023. 3. 4. 불타는 금요일 밤, 불나는 떡볶이 주말이다! 쉰다! 불태우자! 일 스트레스가 끝나는 여느 직장인들의 불타는 금요일 밤과는 좀 다르다. 딱히 직장인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직장인이 아닌 것도 아닌 목사의 불금은 좀 다르다. 주말이네, 금요 기도회네, 주일 설교... 어떡하지? 금요 기도회 마친 목사 아빠와 반주자 딸이 전화로 "야식 폭식"을 선언하고 귀가했다. 각자 가장 애정하는 소울 푸드로 불금 스트레스에 대응하기로. 딸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아빠는 떡볶이를. 이 밤에 뭘 먹는 건, 좀 아니지만, 주말의 시작이니까. 기꺼이 해줬다. 떡볶이. 마늘 듬뿍 넣어서, 마늘 맛으로 매운, 불나는 마늘 떡볶이(마눌 떡볶이?)를 해줬다. 2023. 3. 4. 2023 사순절, 죽음에 눈을 맞추고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다. 벌써 손에 넣고 사순시기를 기다렸다. 사순절 묵상집 『기억하라, Memento Mori,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과 함께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 돌아보면 평생 죽음을 생각하며 살았다. 나의 영적인 여정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했다. 죽음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죽음을 믿지 않기 위해 신앙에 매달렸고 착한 삶에 매달렸다. 죽음이 두려우니 삶이 두려웠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죽음은 대림시기이다. 교회력으로 시작하는 새해이다. 내 마음의 교회력은 죽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렇게 40여 년을 살았다. 죽음을 피하기 위하기 위한 삶이었다. 곧 엄마 3주기이다. 엄마는 사순시기에 돌아가셨다. 그야말로 죽음과 수난의 시기이다. 내 인생이 여기까지 왔다. 대림시기는 소망의 시간이.. 2023. 3. 2. 아버지 너머 하나님 아버지 生, 노을이 물드는 시간14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한참 낄낄거렸다. 어릴 적 교회 친구들 모임방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의 나비효과였다. 친구 J가 아들이 만든 정체불명의 초콜릿인지, 빼빼로인지를 올린 것이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마시멜로를 녹이고 초콜릿 으깨고 난리를 치더라나. 맛있는 걸 그냥 먹지 왜 그걸 녹여 먹느라 고생을 하느냐, 녹여 먹으면 더 맛이냐, 하고 말았다고. 냉동실에 고이 넣어둔 걸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알고 보니 밸런타인데이에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이었다는데, 그 모양새를 보자 다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와, 이걸로 고백하면 바로 이별 통고받는 거 아냐? 맞겠는데! 아냐, 정성이라고 감동할 수도 있어…. 의견이 분분했다. 유치원생 찱흘놀이 작품 같기도 하고, 뭉크의 ‘절규’도 떠.. 2023. 3. 1. You’ve got a friend in me 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 なんでもないや : 아무것도 아니야(영화 "너의 이름은" OST 중) You’ve got a friend in me(영화 "toy story" OST 중) "김현승, 나와 김현승"이라는 주제어로 꼽은 세 곡이다. 대학생이 되어 입학식을 하고 오티에 들어가는 현승이를 기숙사에 넣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아빠, 누나, 엄마가 "현승이, 하면 떠오르는 곡"을 하나씩 말하고 들었다. 긴장으로 얼어붙은 현승이를, 눈치만 슬슬 보다 어정쩡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동병상련의 아빠 누나 엄마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랬다. 넷이서 내려가는 길에도 조수석에 앉아 신청곡 틀어주는 DJ를 했는데. 이 노래 저 노래, 틀어놓고 따라부르다 마음에 남은 마지막 노래는 김민기의 "친구"이다. 평소.. 2023. 2. 22.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월18일, 연구소 카페에서 아침마다 나누는 '읽는 기도' 묵상이었다. 『리처드 로어 묵상 선집』을 읽고 아래와 같은 글을 붙였다. 다음 날 주일 예배의 설교 제목은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 전날 넋두리 같은 글에 대한 답처럼 주어진 설교였다. 남편의 설교를 대문에 걸어두는 게 설교자 당사자 만큼이나 민망하지만, 이 민망한 짓을 하고 싶다. 힘을 내보려는, 허무를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다, 나는 죽어서 지옥 가지 않을 것이다, 정도를 부활 신앙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묵상처럼 "부활이란 위대한 변형이며, 전혀 새로운 창조이고, 무엇보다 큰 '사랑'의 변형"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부활의 은총과 영광, 그 변형은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말.. 2023. 2. 21.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3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