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영원에 잇대기3272

Sabbath Diary 45: 목사인 게 도움이 됨 퇴촌에 드라이브 갔다가 K 목사님 밥 사주고 올까? 오케이! 오늘 안 된다네. 남한산성 시장에 김치 사러 갈까? 오케이! 그냥 카페 갈까? 오케이! 와아, 이건 사진 찍으라는 프레이팅이네.... 찰칵찰칵... 찰칵... 아, 잠깐 또 찰칵... 잠시만! 찰칵... (촬영 끝나도록 하염없이 기다려 줌) 수련회에서 내가 맡은 프로그램 의논 좀 할까? 들어볼래? 오케이! 안 되겠다, 그냥 책 보자. 오케이! 에어컨 춥다. 갈까? 오케이! 돌고래 상가 가서 반찬 살까? 오케이! 기름 넣고 세차할까? 오케이! 저녁은 벽산아파트 장에서 떡볶이 사서 먹을까? 오케이! 나 떡볶이 사는 동안 세탁소에서 수선한 바지 찾아줄래? 오케이! 애들 삼겹살 숙주볶음 해주려고. 숙주 반 봉지만 씻어 줄래? 오케이! 기본적으로 안 되.. 2023. 8. 14.
사랑이 한 일, 십자가가 한 일 우리 주님의 십자가를 오랜 시간 혐오한 죄를 회개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십자가 상'에 대한 혐오이지 우리 주님의 십자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회개한다. 그 불경한 마음을, 그 교만한 냉소를 회개한다. 친히 십자가 지신 나의 예수님께서는 "딸아, 네 마음 다 안다. 그 혐오와 냉소가 나를 찾는 진정한 마음이었던 것을 잘 안다." 하시는 줄 알지만. 그럼에도 머리를 조아려 그 높아졌던 마음을 회개한다. 집 베란다 앞에 거대한 십자가 상이 있다. 어쩌면 저렇게 주변과의 조화를 철저하게 배제한 크기이며 배치일까,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저 십자가 상만 없으면...' 딱 마음에 드는 뷰라고 생각했었다. 이게 날이 갈수록 저 십자가가 좋아지니 무슨 조화냐? 새벽 어스름한 하늘을 배경으로 말없이 섰는 그리 예술적이지.. 2023. 8. 14.
채워짐 속이 꽉 찬 수제 샌드위치. 꽉 채워지는 어떤 마음. 염미정은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가 어렵게 어렵게 구씨를 추앙하고 추앙받으며 드라마 마지막 회에 겨우 채워졌는데… 며칠 텅 비었던 나는 샌드위치 하나로 꽉 채워졌다. 감사합니다! 기꺼이 맡고, 기꺼이 나누는 이가 주는 풍성함. 2023. 8. 12.
들기름과 카놀라유 태풍 카눈으로 종일 비가 오는 날에 김치참치 부침개를 했다. 사진으로 보이진 않지만 참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름병을 꺼내 부쳤다. 카놀라유이다. 맛있게 먹었다. 두 번째 판 주문이 들어와서 다시 구우려는데, 아, 들기름! 들기름은 냉장고에 있어서 바로 생각을 못했다. 두 번째는 들기름에 들들 구웠다. 사진으론 구별되지 않지만 위는 카놀라유, 아래는 들기름이다. 고소함의 차원이 다르다. 사진은 많은 '찐'을 담지 못한다. 2023. 8. 12.
네 개의 청춘, 하나의 천국 보정동의 인도 음식점 '갠지스'의 맛과 비주얼을 다 따라잡았다. 핵심은 카레 담는 청동 그릇이다. 이것은 정말 따뜻한 관찰력, 세심하고 고요한 사랑의 결과이다. 뭘 먹었네, 어쩌네, 애들하고 농담 따먹기 하는 걸로 연명하는 이 블로그를 진심 다해 찾아와서는 행간까지 꼼꼼히 읽고 기도해 주는 윤선이 작품이다. 지난번 귀국해서 만났을 때 받았다. 보정동 카레 집 사진 올린 것을 보고, 거기서 본 카레 그릇을 찾아 여기저기 발품 팔았을 윤선이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말로 안 해도 느껴지는 그 마음. 언니... 이렇게만 불러줘도 느껴지는 마음. 깨끗이 씻어서 싱크대 안에 모셔 두었는데... JP는 “언제 그 그릇에 카레 먹냐"고 한 번씩 채근을 해댔고. 제대로 먹으려고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다 인터넷에서 파는.. 2023. 8. 10.
호사, 에어컨 틀고 군고구마 내일 아침은 뭐야? 군고구마. 하아, 생각만 해도 덥다. 그러네... 이 더위에 아침으로 먹을 게 못 되네. 엄마, 그러면 내일 아침에 군고구마 먹을 때 에어컨 틀게 해 줘. 콜! 에어컨 틀고 먹자. (아닌 게 아니라 고구마 굽느라고 에어프라이어기 돌리니 소리만 들어도 덥고, 고구마 구수한 냄새가 그렇게 더울 수가 없었다. 시의적절한 선택에 대해 숙고함!) 2023. 8. 10.
설레는 말 스터디 카페에 가는 현승이에게 오늘은 도시락 싸줄 게 없다고 했더니 샌드위치 사서 들어가겠단다. 아침도 빵인데 점심까지 빵은 좀 그렇다 싶어서 이리저리 굴려도 뭐가 떠오르질 않는다. 현승이가 "아, 간장 계란밥을 내가 해서 가져가야겠다!"라는 말에, "오, 그러면 엄마가 파기름 내서 계란볶음밥 해볼게!" 하고 텅 빈 냉장고에 생존한 계란과 파로 볶음밥을 만드는데 식탁 의자에 앉은 종알종알 현승이. 와, 오늘은 공부가 잘 되겠다. 왜? 맛있는 도시락이 있으니까. 그게 기분이 달라. (이런저런 종알종알....) 도시락, 도시락이란 말 자체가 좀 설레지 않아? 아닌데.... 엄마는 도시락이란 말이 부끄러움인데. 아, 이게 경험에 따라 말의 느낌이 다르구나. (이때 냉장고 문 열렸다는 소리가 띠리링띠리링) 나는.. 2023. 8. 10.
굽은 자로 직선을 긋는 엄마, 솔직히 닭갈비 이상해. 뭔가 싼 맛이 나고 맛이 없어. 대용량 양념 닭갈비를 사서 마늘, 파 등 더 넣고 양념을 했는데도 맛 감각이 뛰어난 애들 입맛을 속이질 못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냄새도 잡고 맛도 더 내줄 이런저런 양념을 추가하고 양배추, 고구마, 떡, 깻잎을 넣어 함께 볶았다. 정자동 닭갈비 맛집에서 넣는 걸 다 넣어본 것이다. 캬아, 엄마! 역대급이야. 대박 맛있어. 너무 맛있는데! 안 되겠다. 식당처럼 사이다까지 한 캔 해야겠다. 하면서 두끼 연속 새로 태어난 닭갈비를 먹어줬다. 교만하게, 아주 교만하게 말했다. 현승아, 하나님은 굽은 자로도 직선을 그으시는 분 이래. 엄마를 요리에 있어서 하나님 끕으로 인정해 주면 좋겠어. 엄마는 트레이더스 닭갈비를 정자동 맛집 닭갈비로 만드.. 2023. 7. 27.
지옥 라떼 나는 (식구들보다 두어 시간은) 일찍 일어나는 새다. 일찍 일어나 연구소 카페에 '읽는 기도' 필사해서 올리고,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 묵상 나누고, 기도하고, 글 좀 쓰고 있으면 늦게 일어나는 새들이 한 마리씩 나온다.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늦잠 자는 채윤이를 제외하고 JP(제이피, 아니고 종필로 읽어야 함)과 현승 두 남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이 여름 아침 식사는 아이스 라떼와 빵 한 조각이다. 그러고 앉아서 아침을 먹노라면 나는 뭔가 막 신이 난다. 신이 나서 이 얘기 저 얘기, 농담 따먹기를 하노라니... 어느 날 현승이가 말했다. "와, 나 여기 앉을 때부터 엄마가 입을 쉬지를 않네. 조잘조잘조잘조잘..." 그러자 JP이 "나 그래서 귀에 염증 생긴 거야." (귀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이석.. 2023. 7. 23.
책거리 아이들 키우면서 조건을 내거는 방식의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필요하고 좋은 것이면 뭐든 해줄게"같은 메시지를 넣어주고 싶었다. "뭘 하면 뭘 해주겠다. 뭘 해주는 대신 뭘 해라"는 행동주의적 방식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이 당장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에는 도움이 되는데, 자칫 조건적 사랑을 존재에 심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양육철학이기보다 내 성격의 취약함(또는 강점)이라고 해두자. 대학생활 한 학기 마치고 반수를 하겠다는 다 큰 아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아침마다 독서 30분 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김없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한다. 누나 채윤이가 "꼭 학생부실에 끌려가서 인성 훈련 하는 것 같.. 2023.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