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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69

겨우 봄 봄에게 참 미안하게 됐다. 매일 마주 보면서 이렇듯 가까이 다가온 줄 몰랐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가 오는 주일, 이 날이 지나면 벚꽃은 끝이라는 얘기라 자꾸 들렸다. 잠깐 벚꽃 아래를 걸어보기도 했으나 존재를 알아보지는 못했었다. 눈을 맞추지 못했었다. 거실 책상 앞에서 매일 보는 산이 어느새 연둣빛을 띠고 흰색과 분홍 토핑이 얹혔는데, 도통 가 볼 수가 없네... 이렇게 올봄은 끝이야, 하고 있었다.  주일에 저녁 먹고 나니 6시, 해지는 시간 7시 몇 분. 우박에 눈에 춥고 난리가 난 날씨였는데, 어느새 맑아진 하늘이었다. 다짜고짜 일어났다. 그냥 나섰다. 경안천을 염두에 두었으나 발길이 자꾸 오른쪽으로 향한다. 산이다. 5 분이면 흰색 분홍색 토핑 얹어진 지점에 이를 것 같다. 젖은 산길 오르니.. 2025. 4. 14.
고쳐야 하는 인간, 연결되어야 할 영혼 우리는 사람을 수선이 필요한 '손상된 자아'가 아닌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진정한 자신과의  '연결이 필요한 영혼'으로 봅니다. 새로 시작한 [Ruachd루아영성심리연구소]에서 제작한 브로셔 앞면이다. 고쳐야 하는 인간이 아닌, 연결이 필요한 영혼. 이 말이 알아들어져 연구소를 시작했는데. 갈수록 얼마나 무모한 확신인지를 깨닫는다. 에덴동산을 나온 인간의 실존은 '손상된 자아'가 맞다. 손상되었으니 고쳐야 한다, (내가) 고치겠다는 태도를 갖지 않겠다는 뜻이다. 고치는 방법도 모른다. 다만, 손잡고 연결될 뿐이다.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6년 동안 많이 울었는데. 후원금이 없어서가 아니다. '연결된 영혼'과 '손상된 자아' 사이의 긴장과 불신을 겪어내야 하는 아픔이었다. 때로는 외로움이었다. 나 스스로 나.. 2025. 4. 12.
아, 행곡해 2 끝물 딸기를 헐값에 샀더니 하도 맛이 없어서 죄 다져서 알룰로스에 비벼 두었다.일명 딸기청이 되었다.우유에 타서 마셨더니 스벅, 투썸 딸기라떼 부럽지 않다.행곡하다! 아침 음료로 채윤에게 주었더니..."엄마가 원고를 안 쓰니 아주 좋군!" 한다."행곡해? 원고 넘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주니 행곡하지?" 했다."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가 재밌는 걸 하고 있어서 좋다고!" 그래... 뭐, 재밌으면 행곡한 것지. 난 행곡해! 2025. 3. 28.
모양만 좋은 진심 소장님, 저 그거... 소장님 블로그에 있는 그 고사리파스타 먹고 싶어요. 이 한 마디에 요리와 환대의 열정이 끓어올랐다.우리집에 와서 자기로 한 날,이틀 전부터 고사리 불려 삶아 놓고 심기일전 하였다.내, 최고의 브런치를 만들어 주겠다. 같이 먹던 JP와 채윤이 말잇못....양 조절 실패, 조리시간 조절 실패로, 간 맞추기 실패.질척질척한 밍밍한 파스타가 커다란 웍에 한 가득이었다. 진심, 너무 갈아 넣으면 꼭 이렇듯 스타일 무너진다는 진리.진심 무너진 스타일을 사진이 다 구제한다는 진실, 아니 거짓. 2025. 3. 17.
아, 행곡해 스벅에서 좋아하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루꼴라 치아바타... 이런 재료와 이름이었다. 어느 날 없어졌더라고. 동네에 하나로마트가 생겼는데, 로컬푸드 코너에 가니 루꼴라 한 묶음이 1500원이었다. 양이 적지도 않아. 일단 덥석 사서는 떡볶이 위에 한 번 얹어 먹고도 한 주먹이 남았다. 어느 아침, 냉동실에 있던 치아바타를 꺼내어 바질페스토 발라주고 방토 잘라 올려주고, 냉장고에굴러다니던 치즈에 루꼴라 넣어서 와플기계에 파니니 팬으로 구웠더니... 와, 스벅 루꼴라 치아바타를 무덤에서 불러낸 것이 되었다. 요즘 썩 기분이 좋지 않아 자고 일어나 뚱하고 나온 채윤이 아침으로 해주었다. 맛있다 어떻다 말하지 않지만, 표정만 봐도 안다. 얘 지금 맛있어서 행곡하다! 채윤이 어렸을 적에 내가 불러줬던 노래, 그걸.. 2025. 3. 15.
보상 이 글을 읽고 기도했다. "주님, 족합니다. 이보다 더 큰 보상 바라지 않겠습니다." 연구소를 통해 하고 싶은 일, 마음에 품고 있는 소원을 그대로 적어주셨다. 아니, 체험해 주셨다. 이보다 큰 보상이 없다. 줄 수 있는 것을 기대해주고, 주는 것을 받는 마음이면 족하다. (P목사님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옴) ‘정신실 마음성장연구소’가 ‘루아영성심리연구소’로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는 소식. 연구소를 처음 만났던 시기에 나는 거칠고 무책임한 신앙의 언어에 탈진해 있었다. 더는 목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고, 어쩌면 기독교인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연구소를 만났다. 그곳은 내가 기독교인으로 자라며 처음 마주한 여성들이 중심이 된 공동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에니어그램과 내적 여정’ 과.. 2025. 3. 13.
아주 사적인 선교여행 3박 5일 꽉 채운 캄보디아 일정이었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냈는데(하루치 걸음이 2만 보!) 그 사이 보석 같은,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순간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니! 아주 잠깐 쉬는 틈에 아이들 사이에 끼어 놀았다. 요요 같은 장난감으로 아두 그냥 애들이 기술적으로 딱딱딱딱, 잘하는 게 신기해서 영상도 찍어주고 했다. 나도 한 번 해보란다. 어버버버 못하니 얼마나 친절하게들 가르쳐 주는지. 아이들 사이에서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 순간을 포착하여 살짝 영상으로 남겨준 사람은 JP.)  이름은 '리싸'이번 캄보디아에서 만난 내 친구이다. 저러고 시범을 보여준 후에 안 되는 나를 붙들고 여러 번 가르쳐 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 내게 다가와 이.. 2025. 3. 12.
Ruach루아영성심리연구소 심리와 영성 사이 다리 놓는 사람이 되자 10여 년 전에, 마음에 맞는 동생들과 영적 독서와 기도 모임을 했다. 그러던 중 작은 공간이 주어지고 자연스럽게 ‘나음터’라는 깃발을 꽂고 연구소를 시작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닌데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이름이 걸려 있어서 늘 속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으로 6, 7년을 보냈다. 수선해야 할 자아가 아니라 연결이 필요한 자아  인간의 고통은 ‘수선해야 하는 자아’가 아니라 ‘연결이 끊어진 자아’에서 비롯한다는 신념으로 늘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하고 기도했다. 말이 아니라 그 연결을 체험했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내적 여정, 의식 성찰 기도와 관상기도, 꿈 나눔을 통한 영적 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말로 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빛나는 존재들.. 2025. 3. 11.
아주 사적인 캄보디아, 장작불 떡볶이 난생처음 단기선교, 캄보디아 선교여행에 다녀왔다. 그 어떤 요리보다 떡볶이에 진심인 "삶은 요리 정 선생"으로서 레전드를 찍고 왔다. 장작불 피워 450인 분의 떡볶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 것이다!  '난생처음'에다 '선교'인데... 심지어 '캄보디아'이니 할 말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지만, 레전드 떡볶이를 경험한, 사적으로 그 의미가 중차대한 여행이 되었다. 라는 프로그램은 재미있게 보았다. 남편과 닮았다는 탤런트 이선균과 장항준 감독, 그리고 낯선 두 배우까지. 캐릭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적인' 캄보디아 여행인 관찰 예능을 재미있게 보았다. 각기 다른 넷의 캐릭터가 만드는 역동에 끌려서 보다 결국 캄보디아에 꽂혀버렸는데, 방점은 '사적인'이다. 넷의 성격은 사적인 것이고, 나름 관광지 캄보디아가 .. 2025. 3. 5.
떡볶이는 으른한테 배우는 거다 떡볶이 파티다. 나경이 동윤이 은재가 어느새 커서 초등학생이 된다. 아기 담는 바구니에 담겨 내게로 왔던 그 신생아들이 초등학생이라니! 조용히 나 혼자 설레고 들뜨다 초딩 파티를 열었다. 내가 지은 파티 이름, 얼마나 근사한가! 떡볶이는 으른한테 배우는 거다! 궁중떡볶이, 단호박치즈떡볶이, 베이컨떡볶이.이게 정말 떡볶이냐고, 맞다고 정말 떡볶이라고... ^^ 이런 희한한 떡볶이 메뉴가 사모님께는 열두 척... 이나 남아 있다고. 엄마들 반응이 뜨겁다. 정작 애기들(애기들 아니고 초딩들)은 떡볶이에는 그닥 관심 없는 편. (흠… 이 녀석들, 놀이터로 감동주겠음!) 초딩 선배는 은준인데. 은준이 학교 들어갈 때도 나 혼자 얼마나 설레고 심지어 울컥했는지 모른다. 출근하는 엄마 아빠의 스케줄 따라 의연하게 .. 2025.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