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블루
나, 우울증 환자 맞나? 연구소 카페에 올라온 글의 마지막 문장, "나, 우울증 환자 맞나?" 마음인지 귓가인지 어딘가에서 맴돈다. 그러더니 오늘 저녁엔 "나, 우울증이 아닌 게 맞나?" 하는 이상한 말로 바뀌었다. 잠깐 일어났다 주저앉고, 잠시 힘이 들어갔다 금세 푹 가라앉는다. 아, 그러고 보니 며칠 '긍정'의 말들이 그렇게 거슬렸다. 잘해요, 좋아요, 훌륭해요, 멋져요. 긍정의 캐치볼이 오가는 걸 유난히 견딜 수 없었다. 잠시 혼자인 저녁 시간, 클래식 FM은 전기현의 세음이다. 무기력하게 앉았는데 들리는 기타 연주의 익숙한, 익숙하게 아픈 멜로디. 정태춘 박은옥의 라니! 떨며 우는 소리 같은 하모니카 소리다. 하모니카 소리에서 가사가 들린다.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2020.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