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여정294

사명 완수 2022년 미주 코스타 참석하고 얼마간 여행 일정을 마친 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전체집회 말씀 전하던 화요일 밤(한국은 수요일 아침)에 여러분들이 함께 기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도 덕분에 사명 완수했습니다. 사명이란,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입니다. 사실 '사명' 같은 거창한 단어는 떠올려보지도 못하고, 순간순간 감정의 파도에 떠밀려 다녔을 뿐입니다.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올린 글에 애정하고 존경하는 신소희 수녀님이 남기신 댓글로 관점이 전환된 것입니다. "신실 샘, 사명 완수 후 NY에 계시다니 참 감사하고 기쁩니다!" 마음에 가득하여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사명의 전부입니다.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감동을 주는 것, 돌아오는 인정과 칭찬, 그 .. 2022. 7. 20.
오직 당신의 여종 코스타 참석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에 갑니다. 탑승하고 휴대폰 끄며 온라인 연결이 끊어진 이후 새벽 2시에 맞춰 포스팅되도록 예약 걸어두겠습니다. 이후 30 시간 쯤 후에는 가장 멀게 지구를 돌아 시카고에 도착해 있을 것입니다. 살아 있을 게요. 전체집회에서 말씀을 전해야 하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국 한 주를 앞두고 가장 어려운 시간, 남편이 코로나 확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앓고 지나왔지만, 재감염 우려 때문에 집에서 격리하지 않고 밖을 돌고 있습니다. 하필 이때 확진이라니! 좀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설교문을 완성해서 보냈는데. 징징거리고 싶은 입에 자물쇠 채우고 로봇처럼 글을 썼습니다. 몸이 근질거려서 보니 다리부터 발진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설교문을 보내고 난 다.. 2022. 7. 3.
Kosta D-7, -19, -22 요즘처럼 밀도 있게 시간을 썼던 적이 없고, 요즘처럼 주어진 오늘의 일에 집중하며 살아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연구소 강의와 연구소 외의 강의, 대학원 공부와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일.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학기말이라 과제가 몰려 있고, 어느 과제 하나 허투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완벽주의 같은 건 아니고, 과제마다 연구하고 써내는 일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고통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장하면 죽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데드라인에 맞춰 하나 씩 미션 클리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7월 코스타 강의만 없다면 “바쁘다" 정도로 이즈음의 나날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이 모든 일을 잘 끝낸다 해도 '자유'가 먼 곳에 있습니다. 코스타 준비에 비하면 하나만으로도 죽겠다고 설레발.. 2022. 6. 20.
사랑받을 곳 애써 짠 계획이 아니라 흐르는 대로 따르다 좋은 하루를 보냈다. 조금 차분히 말하고 싶어서 '좋은 하루'라고 했다. 쉽게 들뜨고 과장하기 좋아하는 평소의 나대로 말한다면, 대박 신기한 사랑의 하루였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점심 약속이 있었다. 초5, 초4의 어린이 성가대로 만난 제자 둘이다. 그때 내 나이는 27세. 그러니까 얘네들은 몇 살이냐. 자축인묘진사... 모르겠다. '울고 웃고'가 가장 적절한 제목이다. 단톡이든, (언제 적) 마이피플이든, 라인이든. 개그 코드가 맞고, 선생님이고 뭐고 격의 없이 서로 놀리는 게 쉬워서 "웃고"이다. 웃다 말고 급하게 진실이 튀어나와 울기도 해서 "울고"다. 갑자기 들어온 전화 한 통으로 대단한 계획 없이 성사된 모임이다. 십수 년 전, 얘네들과 헨리 나우웬의 .. 2022. 4. 17.
우리 학교, 뷰 제목에 '우리'학교라고 써보니 참으로 낯선 표현이다. 장난스럽게 굴 때 말고는 '우리'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카톡에서 무심코 '우리 00 샘'이라 써놓고 살짝 오글거렸었다. 낯설고 오글거리지만 진심이 담긴 것 같다. 장난스러움만은 아니다. 우리 학교. 대학원 들어가서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으로 캠퍼스를 밟게 되었다. 첫 학기 전면 비대면 수업. 이번 학기에는 그대로 첫 수업은 모두 대면이었는데 마침 그 주에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수감 생활이었다. 카카오톡과 줌이 학교와 연결되는 유일한 라인인데. 그것만 가지고도 끌리는 사람 끌리고, 이어질 사람 이어지는 것이 희한하다. 내게도 호감이었던 선배 한 분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약속을 잡았는데 다른 선배 한 분까.. 2022. 4. 1.
한계 * 1월 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절을 연이어 두 번을 했다. 때늦은 거절이라 민폐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니,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하자. 쓰기로 약속한 글을 기한이 다 되어 포기했다. (거절, 어긴 약속, 포기, 실패... 어떤 표현이든 달게 받겠다.) 하나는 엄마 잃은 딸이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어 돌아가신 엄마를 새롭게 만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 딸을 잃은 아빠의 애가이다. 하나는 서평이고 하나는 추천평이었다. 이 연결시킨 일이 분명하여 거절할 수 없었다. 부담은 됐지만 두 분 저자에게 위로든 무엇이든 건네고 싶었다. 마감이 다 되도록 끙끙거리다 둘을 다 포기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못 쓰겠어요."하는데, 몸이 말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거절한 원고는 있었지만, 약속하고 쓰지.. 2022. 2. 19.
기말 과제를 마치고 마지막 기말 과제를 제출하고, 후련함 대신 뭉글한 뭉클함의 하루를 보낸다. 다시 석사를 시작했다. 스물아홉에 학부 전공 버리고 대학원을 시작했을 때, 신생 학과 '음악치료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이게 공부구나! 하고 싶은 공부는 이렇게 재미있구나! 했었는데. 쉰셋에 학부 전공, 대학원 전공 버리고 또 새로운 전공에 들어서서 한 학기를 보냈다. 이게 공부구나! 공부는 늙어서 하는 거구나! 하면서 한 학기를 마쳤다. 급하게 진행된 진학의 과정이지만, 실은 10여 년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말 공부하고 싶었는데, 학위 과정을 하고 싶었는데 갈 학교가 없었다. 가을학기 전형에 응시하여 석사과정에 편입했다. 물 흐르듯, 그러나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루어진 일이다. 입시요강 페이지 열어놓고 고민하.. 2021. 12. 21.
사선을 넘어, 40년 박미라 선생님이 이끄는 송년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2021년에 이름을 붙여보니 "사선(死線)을 넘어"였다. 죽을 고생 했다는 뜻은 아니다. 돌아보니 올해의 키워드도 '엄마'였다. 은근하게, 더 진득하게 엄마였다. "아직도 더 울고 싶구나!" 알게 되었다. 1월부터 차근차근 돌아보는데, 6월 말 출간을 기점으로 희한하게 눈물이 잦아들었다. '사선을 넘었다'는 표현은 어떤 경계를 넘어 죽음에 한 발 다가갔다는 뜻일 수도 있고, 비로소 한 발 떨어져 죽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출간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 그리고 출간 이후의 시간은 엄마의 죽음, 아니 죽음 자체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과도한 두려움으로 차마 정신 똑바로 차리고.. 2021. 12. 16.
걱정과 기억 고3. 고3은 고등학교 3학년이란 뜻인데, 고등학교보다는 대학에 딱 달라붙은 시간이다. 현승이가 이제 고3이 된다. 일반학교에서는 진학상담, 현승이 학교에서는 '연합 멘토링'이란 이름으로 상담을 했다. 연합 멘토링이 있던 날, 일찍 학교 앞으로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지상에서 가장 맛없는 돈가스를 먹고 울렁거려서,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찾아 카페에 들어갔다. 돈가스가 맛이 없었던 것인지, 마음에 음식 받아낼 공간이 없었던 것인지... 돈가스는 맛이 없고, 마음엔 여백이 없었나 보다. 현승이 진로가 갑자기 걱정 덩어리로 다가온다. 대학은 안 가도 좋다. 가고 싶다면 어디든 가도 좋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차차 정해도 된다. 장래희망을 정하고 거기 맞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 2021. 12. 16.
기도해주세요 ✿ "엄마, 왜 그래? 안 좋은 일 있어?" 씻고 자러 들어가는 찰나, 쓱 보고도 마음을 읽어내는 현승이가 말했다. "아니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 강의 준비하는 거야." "왜애? 강의 준비가 잘 안 돼?" "아니, 준비 다 했는데... 내일은 강의가 아니라 설교야. 아, 설교가 아니라 늘 하던 강의이긴 한데, 주일 설교 시간에 하려니 좀 다르네. 부담이 많이 돼. (가끔 주일 설교 시간에 초대받아 갈 때가 있는데, 매주 설교 준비로 예민해지는 남편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현승아, 자기 전에 기도해줄래? 기도 안 하던 사람이 하면 잘 들어주시는데.... 하하. 기도해 줘." 다음 날 강의 또는 설교를 하며 정말 현승이가 기도했구나, 싶었다. 알 수 없는 위로와 힘이 느껴졌다. 활활 불태우고 돌아온.. 2021.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