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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이야기480

생일선물 채윤이 아홉 번째 생일이 돌아왔습니다. 아빠가 없는 관계로 생일축하와 관련된 모든 세러모니를 주말로 연기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래도 오래 전부터 약속해둔 생일선물은 당일에 받고 싶어했기에 이마트에 갔습니다. 오래 전부터 찍어둔 생일선물은 월.E 피겨였습니다. 굳이 채윤이 생일선물이 아니어도 엄마가 갖고 싶었던 것이기도 해서 조금만 졸라도 사줬을텐데 언젠가 이마트 가서 저걸 보고는 사고 싶어하는 걸 '생일선물로 사줄께' 했더니 순순히 받아들였었습니다. 엄마 기압이 쬐께 저기압인 관계로 생일 아침에도 뭔가 분위기가 화창하지는 않아서 채윤이 좋아 죽겠는데도 별 요란도 떨지 않았습니다. 미역국에 알타리 김치 정도로 식사를 하면서 FM 라디오에 김광민의 을 생일축하 노래로 신청해 달라는 것 어떻게 됐냐고.. 2008. 11. 26.
선물 세트 선물 1 "엄마! 왜 그래? 화났어? 화난 거 같애" "아냐, 엄마 화 안났어. 걱정이 좀 많아서 그래" "무슨 걱정이 많은데?" "음.... 아빠가 청년부 맡았잖아. 아빠가 청년부 언니 오빠들 잘 가르쳐주고 좋은 전도사님 돼야 하잖아. 그런 걱정" "그런데 엄마가 왜 그거에 신경을 써?" "잉? 음.... 왜 신경을 쓰냐면.....그니까... 아빠가....음.....#)(@^@#($^_#$_....,,아~씨" 이미 따님은 저 쪽으로 가고 없음. "알았어. 엄마가 괜히 그거에 신경을 쓴 거 같기도 하다. 쩝" 우리 채윤이가 하나님께 받은 선물은 쿨함과 담백함. 선물 2 나는 왤케 찬양을 하면 눈물이 많이 나와? 하긴 어디 찬양 뿐인가? 기도할 때도 그렇고, 기도할 때 뿐인가? 얘기할 때도 그렇지. 암튼,.. 2008. 11. 19.
운동회에서 채윤이네 학교 가을 운동회가 열렸답니다. 채윤이네 학교에 딸린 유치원에 다니는 덩달이 현승이도 덩달아서 운동회라는 걸 해봤다지요. 아침에 비가 와서 할까 말까 했었는데 결국 강행을 했고 비가 교장선생님에게 밀려서는 더 내리질 못했습니다. 운동장에 고인 물웅덩이를 제거하느라고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된 운동회. 아이들이 개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남매가 비슷한 곳에 서 있어서 한 사진에 담게 되었답니다. 채윤이를 찾아보세요. 선생님들! 고생이 많으시지요? 허리 쭉 펴시고요.... 마음에 여유도 가지시구요... 아이들을 '아이들'로만 보시지 마시구요. 때로 '한 아이, 한 아이'로도 봐주세요. 훈화, 축사, 이런 거 왜 하나 몰라요. 애들은 다 저러고 있는데요....ㅋㅋㅋ 이 날 하루에 현승이 엄마,.. 2008. 9. 29.
책, 놀아주는 여자 이번 여름방학에 유난히 전과 다르게 책을 읽으시던 그 여인. 제일 말은 안 듣지만 그래도 제일 쓸만한 놀잇감인 현승이가 잠들고 딱히 재밌는 게 없어지면 조용히 집어드는 것이 책입니다. 헌데 그 책읽기 조차도 그냥 맹숭맹숭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엄마가 책 보는 옆에서 책을 보겠다고 하는데 리모콘 어디 갔냐고 찾아대는 거예요. 듣고 싶은 음악이 있나보다 하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 보니 책을 읽다가 리모콘을 들고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합니다. 내용인즉슨, 책을 한 권 읽고 다음 책을 읽을라치면 바로 읽는 것이 아니라. 책 뒤 표지 바코드에 리모콘을 대고는 '띡, 띡' 하고 찍은 다음에. 아주 작은 소리로(지도 혼자 그러고 노는 것이 약간 씩 쪽팔린 걸 아는 모양) "예, 언제 빌려갔셨.. 2008. 9. 4.
작명의 미학 채윤이 일찍부터 동생 현승이에 대한 그 막연한 미움과 질투를 '이름짓기'로 풀어왔으니... 태어나자마자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신의 자리를 꿰찬 현승이. 이 아이를 이름 그대로 불러줄 수는 없었다. 왜곡시키고, 풍자하고, 희화하는 것은 예로부터 힘 없는 민중의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었던가. 사설시조가 그렇고, 판소리가 그렇다. 채윤이는 이름을 뒤틀어버리는 것. 이것으로 마음의 한을 풀곤하였다. 몇 년 전, 채윤이가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현승이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까꿍을 하고 잼잼을 하면서 재롱을 떨기 시작할 때. 채윤이는 현승이를 이렇게 불렀다. 면승이. 현망이. 그것으로도 마음의 질투가 풀어내지지 않으면 파열음을 강하게 써서. '김형팡!' 이제는 채윤이도 나이를 먹을 만큼.. 2008. 8. 23.
放學 애들 독서습관 기르는 것은 부모의 모본이 최고라고? 애들 공부할 때 옆에서 같이 책을 보라고? 그러면 애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고? 그렇게 따지면 채윤이는 책벌레가 되고도 남았고 변태를 거듭해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었을 일이다. 엄마 아빠의 일상이 책과 함께 하니까. 헌데 독서하는 엄마 아빠 옆에서 채윤이가 하는 일은 죽어라 상상놀이 하는 일이다. 그 많은 책들도 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채윤이 앞에만 서면 다른 것으로 둔갑하고 만다. 한 줄로 늘어서면 애국조회 하는 학생이 되고, 쌓아 놓으면 선생님 앞에 쌓이 아이들 숙제가 되고.... 암튼, 그렇게 책을 읽는 용도로는 쓰지 않을 것 같던 채윤이가 슬슬 달라지기 시작하나보다. 지난 학기부터 밤에 잠들기 전에는 꼭 혼자 책을 갖.. 2008. 8. 3.
채윤이가 사랑하는 죠지 아저씨 5월 즈음에 교회 집사님께서 활동하시는 아버지 합창단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채윤이랑 같이 성남 아트홀엘 갔는데 거기서 운명적인 포스터를 보게 된 것입니다. 조지 윈스턴 내한 공연! 이걸 본 채윤이는 결심했습니다. '나는 꼭 볼거야. 조지 윈스턴 아저씨 공연 꼭 볼거야. 비싸지? 비싸면 내가 돈을 지금부터 많이 모을거야' 평소 조지윈스턴의 피아노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채윤에게 기회가 온 것입니다. 조지윈스턴의 December를 듣고 또 듣더니만 거기 나오는 몇 개의 음악을 듣고서 그냥 치는 겁니다. 채윤이가 듣는 귀는 발달했지만 악보 보는 건 젬병이라 오로지 CD에서 나오는 대로 듣고 치는 건데 이거 이거 악보 보고 더듬거리는 엄마보다 더 잘 칠려고 합니다. 위의 연주는 요즘 찍은 건데 한창 .. 2008. 7. 17.
날 웃게하는 너 나도 모르게 웃음을 잃고 지내는 날이 며칠 갈 때. 한 방에 나를 웃게 만드는 너. 너의 이름, 김채윤. 작년 이맘 때 알파벳 'S' 하나를 한 시간 반이 넘도록 못 외워서 엄마빠 뚜껑 열리게 하더니... 어느 새 이제 혼자서 매일 매일 테잎 듣고, 따라 녹음하고, 쓰기까지... Yes! 를 해석해 놓은 것을 보시라. '어~' ㅎㅎㅎㅎ '응'도 아니고 '그래'도 아니고, '예'도 아니고... '어!' 너 피아노 칠 수 있니? 어, 나 피노 칠 수 있어.ㅋㅋㅋ 2008. 6. 14.
초록 초록 가지에 빨간 빨간 앵두가 초오록 초록 가지에 빠알간 빨간 앵두가 다닥다닥다닥다닥 많이 열렸네 한 알만 한 알만 똑똑 따다가 우리 채윤이 입 속에 쏙 넣어줬으면 몇 주 전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던 평택대 교정의 앵두나무. 요 옆을 지나다가 뭔가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발을 멈추고 초록으로 덮인 나무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하는 앵두가 다닥다닥다닥..... 앵두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연이 있다지요. 채윤이 임신하고 입덧으로 인해서 죽을락 말락 하던 요 계절 즈음에 양평에 있는 어느 집사님 댁에 놀러가게 되었지요. 바베큐 파티를 하고 좀 먹을 고기를 바로 화장실 가서 다 확인하고... 그 즈음에는 먹고 확인하고 먹고 확인하는 게 일과였지요. 불편한 잠을 자고는 이른 아침 일어나서 마당 한 켠의 키.. 2008. 5. 30.
남매 공세 엄마 나 졸려. 언제 재워줄거야? 빨리 와서 재워줘. 나 피곤해. 하던 현승이가 조용하다 싶어서 봤더니 누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습니다. 독학으로 영어공부하고 있는 누나 곁에 말이죠. 하루 종일 서로 투닥투닥 싸우는데 저런 다정한 모습을 보면 어찌나 이쁘고 뭉클한지요. 며칠 전 아침에는 채윤이 옷 입는 문제로 엄마랑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채윤 : 이 치마는 뒤가 이렇게 돼서 싫어. 엄마 : 왜애? 특이하고 이쁘잖아. 엄마는 이 치마가 너무 이쁘드라. 인어공주 같잖아. 채윤 : 나는 싫어. 다른 치마하고 달라서 싫어. 이러면 친구들이 놀리고 쳐다본단 말야. 엄마 : 쳐다보면 좋지 않냐? 이뻐서 쳐다보는 거야. 엄마는 누가 쳐다보면 좋드만. 채윤 : 엄마는 좋을 수 있지만 나는 안 좋아. 엄마랑 나랑은 성... 2008.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