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6

6살 채윤이는 교회에 가면 남자 친구들이 줄을 섰다. ^^

그중 한 녀석하고는 매주 놀면서, 매주 싸운다.

"다시는 채윤이랑 안 놀거야!"하는 녀석과,

"나도 너랑 안 놀거다"하는 채윤...

지난 토요일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채윤이가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같이 놀겠다고 한다.

(유일하게 놀 대상하고 싸웠으니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겠다?)

내 손을 잡고 간 채윤,

"ㅎㅈ아! 내가 미안해! 우리 같이 놀자!"

"안 놀아!" 하곤 하던 일을 계속 하는 친구...

옆에서 아빠가 거든다.

"야~ 여자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경우 극히 드문 일이거든?

나도 별로 못들어 본 말이야~ ^^;; 그러니까 받아주고 같이 놀아라~"

"... ..."

결국 실패한 채윤이는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시무룩한 채윤이가 쓸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빠! 여자가 미안하다고 하면, 남자가 사과를 받아줘야 하잖아.

그래야 멋있는 거잖아. 그런데 사과를 안 받아주니까 내 마음이 더 나쁘게 되는 것 같아"

"채윤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채윤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한 건 정말 잘 한거야.

그렇지만 친구는 사과를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어. 그리고 당장은 안 받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풀어지고 다시 채윤이랑 놀 수도 있을 거야.

아빠는 채윤이가 먼저 사과했다는 사실이 너무 맘에 들어. 약속할게.

분명히 ㅎㅈ이가 조금 있으면 채윤이랑 놀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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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4

현승이가 클수록 싸울 일이 많아진다.

예를 들면, 의자 하나에 서로 앉겠다고 싸우기.

똑같은 그릇을 가지고 서로 자기가 먹겠다고 싸우기 등등...


이럴 때 엄마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누구 편도 들  수 없고, 재판관 역할도 하고 싶지 않다.(아니, 그런 역할을 해주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권위로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을 천명한다.


첫째, 누나와 동생이 둘이 싸우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둘째, 그래도 싸운다면 둘 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즉, 의자 하나를 가지고 싸운다면 둘 다 앉지 못한다. 정 앉고 싶으면 둘이 타협을 해라.


이것이다.


어제 외갓집에서 의자 하나를 두고 싸움이 났다.

김현승도 요즘에는 만만치 않아서 맞고만 있지 않고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엄마는 '싸우는 건 안된다. 싸우면 둘 다 의자에 못 앉는다. 싸우지 말고 친절한 말로 해서 해결해라'

했더니....


김채윤이 '엄마! 그러면 우리 둘이 얘기할 시간을 주세요' 한다.(갑자기 중학생 딸을 키우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시간 줄께. 얘기해'

했더니, 채윤이 아주 나긋나긋하고 작은 소리로 현승에게 '현승아! 여기 의자에 누가 먼저 앉았어'

'그래, 누나가 먼저 앉았지? 먼저 앉은 사람이 누나니까 누나가 앉아야 돼지?' 이 지점에서 현승이 동의하지 않고 고집부리자...

'그래, 그럼 니가 앉어. 그렇지만 그담에 내가 많이 앉어야 돼'하고는 양보해준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원칙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말로 설득이 안되니 양보해주는 미덕....


채윤이가 너무 이쁘고 자랑스러웠다.

2005/11/09

오늘은 채윤이 유치원 어머니 참여수업.

오전에 채윤이랑 같이 유치원 갔다가 아파트에 선 장에서 떡볶이를 사 갖고 들어왔다.


할머니는 어느 새 또 김치를 하고 계신다.

뒤치닥거리 하다보니 설겆이가 장난 아니다.


한참 설겆이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주방으로 와서는...


'그런데 엄마! 왜 강의 준비는 안 하고 설겆이만 하고 있는거야?'

(오늘 저녁에 강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할머니는 못 들은 척.

'쟤 뭐래는 거니?'하신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채윤아!

근데....

너 때매 엄마가 홧병 생길 일이 없다.

엄마 속에 있는 말 니가 다해주니....

2005/10/25

엄마가 침대에 누워서,

"채윤아! 아빠한테 가서 '아빠! 엄마 악기 가방에서 <마음의 혁명>책좀 주세요' 해서 갖다줄래?"

했더니,


마침 기분 좋았던 김채윤.

"그래, 알았어"하면서 기분 좋아라 아빠가 있는 방으로 콩콩거리며 간다.


화통 삶아 먹은 소리로 아빠한테 하는 말.

"아빠! 엄마가~아, 엄마 악기 가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하나만 골라달래~"


허걱!

멀쩡한 녀석이 순간에 맹구가 되버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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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5

'엄마 아빠! 엄마 아빠는 둘이 안 맞는데 결혼을 했지?'


(엄마빠 황당하고 억울해서 이구동성으로)

'잉? 뭐가 안 맞어? 우리 둘이 디게 잘 맞어~'

 

'아~ 둘이 안 맞지. 안 맞잖아.'


'내참! 잘 맞는다니깐'


'봐바. 아빠는 네 살이고 엄마는 일곱 살이지. 서른 네 살, 서른 일곱 살 말이야.

 그러니까 둘이 안 맞지. 나이가 안 맞 잖아~'

 

(참 살다 살다 딸한테 까지 연하 남편하고 결혼한 타박을 듣네)

'채윤아! 나이가 틀려도 결혼할 수 있어. 니가 수민이 처럼 나이가 꼭 같은 사람하고만 결혼하는 것이

아니고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하고 할 수도 있고 , 나이가 어린 사람하고 할 수도 있어'

 

'그러면 내가 재헌이 오빠하고 결혼할 수도 있어?'

 

'그럼~'


'그러면 현승이 하고도?'


'건 안 돼지. 현승이 친구들은 돼. 서훈이, 은강이.....'


'그럼, 강태영도 돼?'


'그렇지. 되긴 한다만...'


'그럼, 나 강태영하고 결혼해야겠다. 우히히히히.....'

 

강태영 성질 장난 아닌데....니 성질에 받어줄 수 있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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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5

채윤이와 아빠의 대화였단다.


'아빠! 엄마 아빠는 왜 그렇게 이상하게 결혼했어?'


'뭐? 뭐가 이상해?'


'아니~ 원래 신랑이 먼저 들어가고 신부가 할아버지(신부 아빠) 손을 잡고 들어가는 거잖아.

근데 엄마 아빠는 둘이 손 잡고 들어 갔잖아'


'그거는....엄마는 아빠가 있어 없어? 외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계시지? #%&*^%$....'


'아~ 그렇구나'



사족:

엄마 같았으면 그렇게 설명 안했다. '신부가 아빠 손잡고 들어가는 거는 좋기도 하지만 뜻이 안좋은 뜻도 있단다. 엄마빠가 함께 손잡고 같이 들어가는 것에는 더 좋은 뜻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거야' 라고 설명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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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7

아내와 현승은 일찍 잠들었다. 나는 인터넷 하느라 정신없고, 채윤이는 무언가 상상에 빠져 정신없다. 혼자 노는 채윤이 이제 지겨운 듯, 옆에와 들들 볶는다. 에잇! 주일 밤이니 일찍 자자, 결심하고 채윤이랑 같이 치카치카 하고 오랜만에 손톱, 발톱을 깎아주었다. 손톱에 까만 때가 장난 아니다. 발톱은 한개도 못깎았다. 간지러워 죽겠단다. 손대지 말고 깎으라는데, 함 해볼라는 데 잘 안된다.


이부자리를 펴고, 채윤이와 나란히 누웠다. 늘 그렇듯 채윤이는 책을 꺼내 들었다. 아빠랑 한번도 같이 읽은 적이 없는 책 2권을 선택했는데, 마침 수학놀이 책이다. 책을 읽다가 채윤이가 1+2=3을 깨치자, 아빠는 들뜬 마음에 2+3=?, 5+1=?... 마구 응용문제를 낸다. 열심히 손가락을 세던 김채윤, 지겨운 듯 "아빠, 내일 무슨 요일이야?" 묻는다. 김채윤은 항상 내일이 궁금하다. "오늘이 주일이니까 내일은 무슨 요일일까?" 아내한테 배운 바가 있어, 곧장 답을 하지 않고 채윤이가 생각하게 질문을 다시 던진다. 김채윤 역시 손가락을 하나 둘씩 접으며 계산에 빠진다. ... ... "월요일!" "우와! 어떻게 알았어? 그러면 월요일 다음 날은?" 또다시 채윤이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듯 한다. ... ... "화요일!" "우와! 채윤아 너 이제 요일 다 아는 거야?" "그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 " 노래가 나온다. 순간, 김채윤, 진리를 깨달은 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의미없이 부르던 노래와 월화수목... 요일의 순서가 일치한 것!


에잇~ 이 참에 잘 됐다. 영어도 갈쳐 줘야지. "채윤아 너 영어로 요일 할 줄 알아?" "응, Sunday, Monday..." 노래가 나온다. "그럼, 월요일이 영어로 뭐야?" 채윤이는 또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다. "썬데이!" "쩝~~"


아~ 자녀에게 수학공부, 영어공부 가르치기 참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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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청년부 수련회에 놀러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안. 아빠가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면서 채윤이의 엄마 아빠 고문은 시작되었다.

채윤아! 아빠는 세상에서 누구를 젤 사랑하~?”

, 나랑 현승이랑 엄마랑

아냐~. 젤 사랑하는 건 엄마고, 두 번째가 채윤이랑 현승이야

!” 삐져버린 채윤이.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끊임없는 말이 시작되었다.

왜 아빠는 엄마를 젤 사랑하는 거야. 내가 일등으로 좋아야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마음이 상하잖아. 다시 말 해. 아빠는 누구를 젤 사랑해? 나는 어떻게 하라구~? 내가 마음이 상했잖아. 다시! 아빠는 누구를 젤 사랑해?'

끊임없는 고문의 시작이었다. 엄마 아빠도 타협할 부분이 아니기에 진지모드로.

채윤아! 니가 아무리 그래도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젤 사랑하라고 하나님이 묶어 주셨어. 사실은 그래야 너도 행복한 거야.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지 않고 싸우면 채윤이가 행복하겠어?” 먹히지도 않는 설교를 했다.

다시 원점.

알았어. 그러니까 다시 대답해봐. 아빠가 세상에서 일등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야? 채윤이라고 말해야 내가 마음이 풀리지

집요한 고문이다. 반복해서 묻고 또 묻는다.

대충 , 채윤이를 젤로 사랑해' 한다.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면, 엄마보다 채윤이를 일등으로 사랑해?”

 거짓말하기 싫은 아빠는 끝내 모든 물음에 '띠리리 리리리' 딴 소리로 대답했다.

 화가 잔뜩 난 채윤이,

 아빠, 집에 가면 방에 들어가서 나랑 얘기 좀 해야겠다. 얘기를 할 게 많어'

  그러길래 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냔 말이다. 어리석은 아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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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이게 어쩐 일이야


일이 없는 날.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갔다가 오후 3시쯤 예고 없이 집에 들어 왔더니...


두 녀석 좋아라 흥분해가지고 집안을 뛰어 다니고 다리에 매달리고.

'엄마! 진짜야? 오늘 또 음악치료 하러 안 나가고 우리랑 있을거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김채윤이 하는 말.


거실을 빙글 빙글 돌면서...


'엄마가 이렇게 일찍 왔어. 세상에...어쩐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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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0

퇴근 시간에는 으례히 띠리리리 울리는 핸펀.

발신자는 '아버님'


그러나 받아보면 으례히 채윤이 아니면 현승이.


오늘은 내 핸펀 밧데리가 나가 있었다.

전화가 왔는데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전원이 나갔다.

이내 같이 퇴근하던 남편의 핸펀이 울렸다.

역시 채윤이.

아빠와 통화를 끝내고 엄마를 바꿔 줬는데...


'채윤아! 엄마한테도 전화 했었어?'

'응'

'엄마 핸드폰 밧데리 다 돼서 끊어졌는데...'

'응! 알아! 아줌마가 말해줬어'

'잉? 어떤 아줌마가?'

'엄마 핸드폰에서 다른 아줌마가 엄마 전화 꺼져서 못받는다고 말해줬어~'


ㅎㅎㅎ

아~ 그 아줌마! 그 아줌마는 엄마 비서다.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 있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했겠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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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0

현승이는 먼저 자고.

엄마랑 아빠랑 채윤이랑 이불에 뒹굴 뒹굴 누워서 노는데.

채윤이가 '아빠 어느 게 오른 손이야? 이 손? 이 손?'

하면서 오른 손 왼손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오른쪽에 있는 거야? 왼쪽에 있는 거야?'

'음...현승이의 왼쪽, 그리고 엄마의 오른쪽'

'그게 뭐야~아?'

'그게 그런 거야. 현승이 쪽에서 보면 왼쪽이고 엄마 쪽에서 보면 오른쪽이구'

여기 까지는 채윤이가 열심히 듣는 듯.


엄마 아빠 갑자기 진지~해져 가지구...

'그런데 말이다. 채윤아! 세상 일이 다 그런거야. 이 쪽에서 보면 오른쪽이고 다른 방향에서 보면 왼족이 되는 것이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김채윤.

잠옷 치마를 팍 들추면서 배를 실실 긁으며....선풍기 쪽으로 빠지면서

'아~ 날씨가 왜 이리 더워졌냐?'


엄마 아빠 입 닥치란 얘기지....지루하다는 거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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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어제 저녁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야! 니 딸 말하는 것좀 들어봐라. 내가 기가 막혀서....

하시면서 들려주시는 말씀.


낮에 채윤이가 지 우산을 갖고 노는데 우산이 지저분했던 모양이다.

채윤이가 '할머니! 우산 빨아주세요' 하니까.

할머니께서 '이따 저녁 때 니 엄마 오면 빨아 달라고 해'하셨단다.

그랬더니 당찬 우리 딸. 할머니께 따지기 시작.


'할머니가 좀 하세요. 우리 엄마는 아침에 밥도 해야죠. 화장도 해야죠. 음악치료도 해야죠.

하는 일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할머니는 하는 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빨아 주셔야죠'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엄마 아빠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고 있는데 김채윤 한 마디 더 한다.

'할머니! 우리 엄마 아빠한테만 일 시키지 말고 할머니도 일좀 하세요'


나....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순간 정신을 못차릴 것 같았다.

여섯 살 채윤이가 너무 너무 위대해 보였다.


앞으로 울 어머니 나 자꾸 괴롭히면 채윤이한테 일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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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화요일에 외갓집에 가서 하루 자고 수요일 오전에 집에 돌아왔다.


수요일은 우성 아파트 장날.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니 장이 서서 분주했다.

주차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어? 장날 인가봐' 하더니 이내 얼굴이 안좋아 지면서 그런다.

'나는 장날이 싫어. 엄마~ 나는 오늘 밖에 시장구경 하러 안 갈거야'

'왜? 채윤이 장날 좋아하잖아. 먹을 것도 많고...'


'그런데...장날에 나가면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그래서 나는 안 나갈거야'


남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채윤이 이 말에 감동 먹었다.

어릴 적부터 마트 같은데 장 보러 가면 무턱대고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는 채윤이에게

'이건 우리한테 필요하지 않은 거야' 하고 말하고 설명했었다.


돌을 지나고 겨우 말하기 시작하면서 마트에 가면 채윤이가 사고 싶은 과자를 들고 물어 봤다.

'엄마!! 이거 우리한테 필요한 거야?' 하고....


점점 나이가 드니 채윤이 고집을 꺽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불필요하고, 사도 사는 그 순간만 즐겁지 금방 흥미가 없어질 장난감이나 먹을 것들을 어쩔수 없이 사는 경우가 생겼다. 단지 채윤이를 설득할 수 없어서...


때론 거두절미하고 '안 돼'라고 하기도 했지만...


암튼,

'그런데...장날에 나가면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그래서 나는 안 나갈거야'

라고 말하는 말 속에는 사고 싶은 게 많지만 다 살 수는 없는거다 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듯해서 대견했다. 물론 앞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 많다. 그렇다고 시장을 안 가는 선택은 현명한 것이 아니니까. 가서 필요한 것을 사고, 필요하지 않는 것은 사지 않는 분별력과 절제를 배워야 할테니까. 그럴려면 엄마가 먼저 그걸 배워야 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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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엄마 마음은 어떤 지 몰라도 나는 며칠 전부터 '동해 바다'라는 말이 기분이 들떴다.

사실 동해바다가 중요하지 않다. 엄마가 일 하러 가지 않고 온 가족이 어딘가로 놀러 가는 것.

그것 만으로도 나는 좋다.


역시 노는 건 좋은 거다. 노는 게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없다. 노는 건 언제나 즐겁다. 거기다가 먹을 것 까지 있다면 말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바다 속에 몸을 담궈 봤다.

첨에는 파도가 막 몰아 치는데 쫌 무서웠다. 그래도 엄마가 휙휙 들어가는 걸 보니 나도 해볼만 하겠다 싶었다. 물이 너무 차서 소름이 확 돋았지만....몸은 점점 바닷물에 잠겨 가고 있었다.


튜브에 누워서 아빠랑 같이 파도 타기 하는 건 너무 너무 진짜 진짜 짱 재밌는 놀이다.

저~쪽에서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하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는거다. 그리고 파도가 코 앞에 오면 소리를 꽥 지르면서 펄쩍 뛰는 거다. 사실 나는 튜브 위에 누워 있기 때문에 내가 뛰는 건 아니지만서도.....


아빠랑은 뭘 해도 안심이 된다. 일단 아빠는 힘이 되니깐. 문제는 엄마다. 엄마랑 놀 때는 항상 조심해야 된다. 엄마는 모험심은 충천하고 흥분은 또 잘 하지만 막상 순발력도 부족하고 힘도 없어서 위기 대처 능력이 제로다.

이런 엄마를 믿고 내 몸을 맡겼으니....엄마랑 같이 파도 타기를 하다가 튜브가 전복되는 사태가 생겼다. 당연히 나는 물 속에 빠졌다. 내가 물 속에 빠져서 한참을 허부적대는데도 우리 엄마는 날 건져 올리지를 못한다. 한참을 물을 먹었다. 나를 건져 놓고는 자기가 더 놀래서 나를 안고 '채윤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난리다. 사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얼른 물 털고 다시 튜브에 누웠다.


암튼, 파도 타기는 정말 짱이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나서 먹는 맛있는 거. 아~ 내가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분위기다.

회를 잔뜩 사 가지고 시골집 앞마당에서 먹는 저녁. 회도 맛있고 나는 못 먹는 매운탕 냄새도 맛있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대동 단결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좋고..

이럴 때 또 내 노래가 빠질 수 없다. 한바탕 공연을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사라락 사라락 잠이 왔다.


 


잠을 자도 아깝지 않다. 왜냐?

내일도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에도 갔다. 케이블카 타고 내려서는 산을 막 올라갔다. 나는 젤리슈즈를 신고 있었는데...

빨리 올라 갔다 내려와서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막~~올라갔다. 엄마를 비롯해서 어른들이 날보고 잘 올라간다고 칭찬을 하신다. 내가 뭐 산이 좋아서 오르는줄 아나부지? 나는 빨리 뭔가를 먹고 싶어서였다.


권금봉 정상이라는 곳에 올랐다. 바람이 엄청 불었다. 산 밑을 내려다 보고 싶었다. 그래서 끝 쪽으로 가는데 엄마 아빠가 그런 날 보고 난리다. 떨어지면 죽는단다. 궁금해 죽겠는데...

배는 고프고, 젤리 슈즈 신은 발은 아프고...궁금한데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이런 거 정말 싫다.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 뫼시느라 휴가가 아니라 극기훈련이었을지라도 나는 좋았다.

놀 것과 먹을 것이 있다면 나는 어디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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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5

채윤이가 산 분홍색 젤리슈즈가 찢어져서 새로 하나를 샀습니다.
이번에는 엄마랑 똑같은 투명 슈즈를 샀는데...

한 두 번 신더니
'엄마거랑 내거랑 똑같은게 아니야. 색깔이 조금 틀려. 내꺼는 색깔이 초~래'
'엄마! 내거는 색깔이 초~래'

자꾸 이러는데 무슨 말인가 신경도 안 쓰고 흘려 버렸습니다.
어느 날 채윤이 젤리 슈즈를 보니 초록색 빛이 도는 것입니다.
아하!
'초래'라는 표현은 '빨개, 노래, 하얘...'같은 형용사였씁니다.
'초록색 빛이 난다'

그렇구나...
그걸 깨달은 아빠는 '왜 노래, 빨개, 이러는데 초래라는 말을 없지?'
이럽니다.

채윤이 젤리슈즈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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