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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68

남반구의 하늘나라 뉴질랜드의 하늘이다. 어디나 하늘이 있다. 뉴질랜드의 하늘은 드넓고 맑은 하늘이다. 어느 아침, 아무렇게나 서서 아무 얘기 수다 중이었는데 뒤쪽에서 꼬부랑꼬부랑하는 천국의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여기 좀 보세요, 제 꽃에 벌레가 앉았어요. 정말 하늘나라의 강림이었다. 난입이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이국 아줌마에게, 맨발로 다가오는 하늘나라였다. 복음 들고 산을 넘는 자들의 발길인 그분의 발걸음은 사뿐사뿐, 말랑말랑하다. 사뿐사뿐 말랑말랑 또 다른 곳에 복음을 전파하러 가심. 2024. 3. 21.
긴 외출 열흘 넘는 긴 여행을 다녀오려니. 두고 가기 아까운 일상이 아쉽다. 최고의 자연 풍광을 마주할 예정이지만 우리 동네 새와 풀과 나무 친구들이 늘 제일 좋으니까. 바빠서 산책 나갈 시간이 없었는데, 어제는 짐 싸야 하는 시간에 일단 우짜든지 나갔다. 막 피어나려는 개나리 꽃봉우리에 인사를 했다. 돌아오면 만개해 있겠네. 아이들 어릴 적에 첫 웃음, 첫 뒤집기 순간, 첫 '엄마' 발화 순간, 첫 걸음마 순간.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던가. 일하는 시간이 좋았지만, 퇴근하면 뭔가 하나를 했고! 부모님께서 흥분해서 상황을 전하시는데 어쩐지 섭섭하고 아쉽고 그랬었다. 조금은 그런 느낌이다.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지 못하는 게 그때 그 심정으로 아쉽다. 이러고 나는 가서 누구보다 그 순간에 몰입.. 2024. 3. 14.
먹어 치우고 때우기 긴 여행을 다녀와야 해서 냉장고를 비우는 쪽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오래된 배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후식으로 먹으려는 JP를 막았다. 나는 "먹어 치운다"는 말이 싫다. 끼니를 "때운다"는 말도 싫다. 냉장고를 비운다는 것은 사실 먹어 치우고, 먹어 치운다는 것은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막았나 보다.) “그거 해줄게!"라고 했다. 며칠 전 JP가 "어머님이 하시던 그 부추 샐러드"라는 말을 했었다. 배를 갈아서 소스를 만들고 영양부추와 찢은 맛살 위에 뿌리는 샐러드이다. 마트에 갔더니 영양부추가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부추 한 묶음을 샀다. 샐러드 한 접시 하고 나니 반이 남는다. 남은 게살, 냉동새우 털어 넣고 전을 부쳤다. 엄마 기일에 JP에게 엄마를 떠올리면 어떤 좋은 기.. 2024. 3. 13.
미역국 수제비 나는 미역국 끓일 때, 산후조리 하는 집처럼 산더미 같이 끓인 후에, 먹고 먹고 또 먹고 하는 게 참 좋던데. 먹다 질리면 거기에 수제비나 라면 넣어서 미역국 수제비, 미역국 라면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던데... 미역국 정말 좋아하는 편. (조금만 정줄 놓았다면) 한 달 내내 남이 해주는 다양한 미역국 먹는 즐거움에 애를 하나 더 낳을 수도 있었음. 2024. 3. 13.
과정으로서 수난 안식월을 맞아 공인 목사로서의 짐을 벗은 남편과 좋은 아침을 누리고 있다. 렉시오 디비나 티키타카. 공인 목사로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말씀 묵상을 가르치고 나누는 일이었지만, 자연인 JP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 나 역시 가장 잘하고 싶고, 늘 하고 싶은 것이 기도이고, 그중에 "말씀에서 솟아나는 기도"이다. 남편 블로그에 그날의 묵상이 "티키" 올라오면 댓글로 달아 "타카" 한다. 그분의 이끄심을 느낀다. 감사한 아침들이다. 어제의 묵상이다. 사순시기, 마태복음이 새롭게 읽힌다. "과정으로서의 수난"이다. 예수님을 위한 과정뿐 아니라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한 과정인 것이 알아진다. ------------------------- “우리가 그들을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니”(마 17:27) “저들을 공연.. 2024. 3. 12.
엄마 생일에, 엄마 기일에 어제는 돌아가신 엄마의 생신이었다. 우리 나이로 100세 생신이다. 내년은 우리 엄마 탄생 100주년 기념의 해이다. 내일은 엄마의 기일이다. 4년이다. 마침 이때 '그리운 얼굴'을 주제로 기고글을 쓰고 있다. 일주일을 끙끙거리며 눈물을 훔치며 엄마 얘길 또 썼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려움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빨리 쓰고 털고 싶은데, 빨리 잘 쓰기 위해서 엄마를, 그리운 얼굴을 계속 떠올려 마주해야 한다. 도망치고 싶다. 빨리 탈고를 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탈고를 위해서는 이 고통에 머물러야 한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도망갈 수는 없고, 그 마음에 머무르자니 헤집어지고 헤집어져 글을 쓸 수 없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그래도 거의 다 썼다. 엄마 생신, 엄마.. 2024. 3. 10.
호텔 조식, 드루와 원고 마감 압박도 있고, 줌 강의도 있고, 아침 식사는 호이호이 꿀호떡이었는데, "아아, 며칠 동안 호텔 조식 먹었는데..." 캄보디아 단기선교 다녀온 사람들의 한 마디에 바로 일어나서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구이를 만들었다. 호텔 조식, 캄보디아 호텔 조식과 혼자 싸움. 몹쓸 승부근성... 2024. 3. 7.
시간표 보고 설렘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라 불리던 현승이가 대입에 재도전 하여 다시 새내기가 되었다. 첫 학기 시간표가 이렇다고 한다. 이 시간표에 왜 이리 마음이 왈랑거리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승이가 마음에 들어하니 엄마로서 좋은 것은 기본인데... 어렸을 적에 국문과를 꿈꿔본 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표, 특히 과 과목을 보자 못 이룬 꿈을 이룬 느낌으로 마음이 파르르 설렜다. 설렜다는 말이 맞다. 선망이 있었던가 보다. 중고등 시절 내내 꿈꾸던 학과는 영문과였다. 영어 과목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그때 누군가 "네가 너 자신이 되는 것이, 너로 가장 아름답게 꽃 피우는 것이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동생을 사랑하는 가장 큰 사랑이고, 인류를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일이야"라고 Carl Jung의 가르침으로.. 2024. 3. 6.
마지막 생일 페이스북에 5년 전의 포스팅이라며 올라왔다. 엄마 생신잔치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생신상을 차려 드렸다. 엄마 생신을 지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저 날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4주기 추도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엄마의 마지막 생신을 추도식을 기억하는 봄날이다. “맞는 놈이 여기 쳐라, 저기 쳐라 허남? 혀주는 대로 먹는 거지” 이라니... 우리 엄마도 충청도 화법 쩔었었네! 돌아가신 엄마가 웃음을 준다. 5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엄마 이야기를 다시 본다. --------------------------------- 천진난폭, 순진무궁 우리 엄마(2019년 3월 5일) 생신상 차린다고 떠벌이고 생색 낸 김에 애기가 된 우리 엄마.. 2024. 3. 5.
Sound of Silence 20년 넘은 육아일기 "푸름이 이야기"의 푸름이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푸름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그 말이 죄다 자랑인 듯하여 도통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간단하게 자랑하자면, 좋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과 공연을 하는 영광을 누렸는데, 교수님이 보통 교수님이 아니라서 이게 좀 믿어지지도 않는 일인데. 열심히 잘했습니다. 우리 채윤이 대학생활 4년은 보석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면 친구, 공부면 공부, 음악이면 음악 모두 A+입니다. 친구와는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화해하고 치열하게 좋아하고 죽도록 놀며 합주하고.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처럼 교양과목 하나까지 재미있게 공부하고, 음악은, 아... 우리 채윤이 음악은... 이제 엄마가 감히 논할 수 있는 경지가.. 2024.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