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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71

Panta Rhei, 모든 것은 흐른다 어머니 모시고 민속촌에서 몇 시간 보내고 명절이 끝났다. 나의 명절은 이렇게 끝나고 남편의 명절은 아직 길게 남아 있다. 주일 설교가 남아 있고, 설교 마치고는 어머니 모시고 1박2일 여행하는 일정이 남았다. 명절 시작은 혼자 어머니께 가서 하룻밤 자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산더미 같은 만두를 빚고, 열 가지 넘는 전을 부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짐이 무겁던 나의 명절은 가고,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부서진 어머니를 돌보는 짐을 진 남편의 명절이 왔다. 어머니를 뵈면서 어머니보다 더 부서진 마음으로 힘겨운데 의연하게 감당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끝없이 변하는 명절의 풍경, 끝없이 다가오는 생의 변화에 따라 기꺼이 변하는 모습이 고맙다. 오늘 말씀 묵상의 본문은 마 11:25-30인데, 여기 붙인 남편의.. 2024. 2. 10.
bap therapy 마음이 아프다고 음악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음악치료 손 놓은지 오래되어 치유력이 별로 없다고 소용 없다고 했다. 음악치료 대신 밥 치료를 시전했다. 치료인지 뭔지도 모르고 처묵처묵 하시지만, 결국 치료가 될 껄! 밥은 힘이 세다. 라고, 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폰으로 일단 작성해 두었는데... 오늘 아침 말씀 묵상에서 확신을 얻었다. "지극히 작은 일로 참된 제자가 된다"고 하시는 예수님께서 이 작은 치유의 기도를 기억하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 올린 마 10:32-11:1 묵상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게, 내 제자라고 해서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받을 상을 잃지 않을 것이다.(10:42) 내가 너희를 부른 일은 큰 일이지.. 2024. 2. 7.
기도하는 존재 어린 사무엘 기도했어요 나도 할래요 나도 할래요 어린 사무엘 교회 갔어요 나도 갈래요 나도 갈래요 어릴 적 배운 이 찬송이 아주 또렷하게 마음에 남아 있고 가끔 울리고 있다는 것을 기도 중에 깨달은 적이 있다. 아, 내 평생 가장 잘하고 싶었던 것은 글쓰기도 아니고, 강의도 아니고, 엄마 노릇도 아니고... 기도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이 논문은 머리로 정리해낸 기도이다. 논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 기도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것. 기도 제목으로 무엇을 구하고, 응답받는 데 만족할 수 없는 목마른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 2000년 동안 그랬던 많은 분들이 있었고, 우리는 어쩌다 그 소중한 유산들과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아, 종교개혁의 득과 실이여.. 2024. 2. 6.
엄마 진짜 덮밥 달인 반수생으로서 엄마로 하여금 덮밥왕이 되게 하셨던 아들 마음의 질곡이 없다 할 수 없으나, 입시를 잘 뽀개고 아빠와 함께 학교 앞 원룸텔을 보러 다녀올 월요일. 오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가더니 엄마빠 떡볶이 순대로 오붓하게 저녁식사 마치고 설거지까지 딱 마치고 났더니 "저녁 안 먹었는데" 하고 들어오셨다. 재료는 일 인분도 안 되는 냉동 삼겹살. 고기는 거들뿐! 덮밥왕 엄마가 이르시되 "편마늘 덮밥이 있으라" 하시니 편마늘 덮밥이 있었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아들이 드시고 "엄마는 정말 덮밥의 달인이 된 것 같아" 하시더라. 덮밥왕 엄마의 창의력은 아침마다 새롭고 또 새로우니 엄마의 성실하심은 크도다. 성실하신 엄마.... 2024. 2. 5.
참한 아들 피자 두 판과 꼴뚜기 전복 진짬뽕을 저녁으로 먹고 사과를 먹자고 했다. "난 아직 먹고 있잖아. 당신이 깎아." "그냥 당신이 깎아..." 중년 부부는 사과 하나 깎는 걸 가지고도 투닥거린다. 믿거나 말거나... 나름 사랑싸움이다. "내가 깎을까?" 국가대표 똥손이 나섰다. 유치한 사랑싸움 놀이하던 중년 부부 얼음. 왜 그래? 반항이야? "내가 잘 깎을 수 있어. 내가 깎을게." 하더니 정말 매끈하게, 얇게 기가 막히게 사과를 깎아서 얌전하게 내놓았다. 나 정말 아들 하나 참하게 잘 키웠다. #감자칼이 사과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2024. 2. 4.
꼴뚜기 진짬뽕 모처럼, 아주 모처럼 네 식구 여유롭게 식사하는 주일 저녁이었다. 한동안 밖으로 나돌던 채윤이, 뭘 해줄까? 벌써부터 나는 (행복한) 고민이었는데. "나는 주일 저녁에 피자 먹을 거야. 도미노 피자... 너무 먹고 싶었어!" 라니. 이게 무슨 고마운 메뉴 선정인가! 나는 정말 행복하였다. 피자 치킨 후에는 꼭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이라... 피자로 노고를 덜었으니 정성스럽게 라면을 끓여보았다. 냉동실에 고이 모셔둔 전복과 어제 장 보면서 싸길래 사둔 꼴뚜기 한 팩을 넣어서 끓였다. 궁물이... 궁물이... 좋았다. 2024. 2. 4.
대방어 배달 서비스 대방어 철이라는데. 한 번 먹고 싶었는데. 먹고 싶은데에, 먹고 싶은데에… 하며 제철을 보내고 있는 중. 토요일 점심에 JP가 교회 집사님 댁에 가서 대방어를 영접하고 왔다. 3년 된 묵은지에 직접 만드신 쌈장이 일색이라니 말이다. 침 질질 부럽다고 하니 안 그래도 사모님도 같이 오시지 그랬냐고들 하시더라고. 부럽다, 부러워… 이게 무슨 일! 저녁에 대방어 배달이 왔다. 말로 듣던 3년 된 묵은지와 쌈장, 문어까지 곁들여 직접 집으로 가져오신 것이다. 교회 모임 마치고 10 시 넘어 들어와 야식을 했다. 어제 공연 마친 채윤이, 청년부 mt 다녀온 현승이, 낮에 이미 잔뜩 먹었다는 JP까지 온 식구 달려들어 맛있게 처묵처묵 했다. 얼마 만의 야식, 얼마만의 방어냐… 사모님 되길 잘했…. 응? 돌아가시기 .. 2024. 2. 3.
다 된 글에 예수님 빠트리기 어렸을 적에 해마다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에 나갔었다. 지정곡과 자유곡, 두 곡을 부르는데 3학년 때 지정곡이 이런 노래이다.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이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대회가 아니어도 나는 늘 혼자 노래를 부르며 노는 아이였고, 그 자체가 연습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집에서 잘 부르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가 있을 때는 부르지 못했다. "우리 우리 할머니"라는 말 때문이었다. 할머니라 함은 아버지의 엄마인데, 실향민인 아버지의 부모님은 북한에 계셨다. 한 번도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나는 아버지를 생각해서 그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내가 이 노래를 해서 "할머니" 소릴 듣고 아버지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 슬.. 2024. 2. 1.
돌아온 큐티녀 대학원에서 렉시오 디비나를 배우며 읽은 책이 엔조 비앙키의 이다. 렉시오 디비나를 유난히 사랑하시는 신부님께 수업을 들었는데, '렉시오 디비나'가 얼마나 단순한 '말씀 기도'인지. 개신교 안에서 조용히 붐을 일으키는 렉시오 디비나는 얼마나 복잡하고, 군더더기가 많은지 생각했다. 가톨릭 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며 결국 " Sola Scriptura, 오직 말씀으로" 회귀하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더 신기한 것은 내 책상에 놓인 이 책을 보고 JP가 "어, 당신이 이 책을 왜 봐?" 하더니 자신의 말씀 묵상에 가장 좋은 텍스트가 되고 있다니 말이다. 이 일이 먼저였는지, 교회 말씀 묵상 밴드 참여가 먼저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연구소 카페에서 하는 영적 독서와 교회 말씀 묵상 .. 2024. 1. 30.
권력자의 파스타 남자 2호가 요즘 자꾸 거슬린다. 미세하게 거슬리는 것들이 쌓였나 보다. 남자 2호님도 이젠 성인이니까... 여자 1호인 나는 급성 노화 현상으로 일상의 부적절 포인트 쌓고 있는 중이니까… 짜증 나겠지! 이해하자, 이해해... 거슬린다고 일일이 잔소리 할 수도 없고, 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하지만 미세하든 어떻든 억압한 것이 삐져나오지 않을 수 없다니까. 꽤나 빡이 치고, 킹 받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 알았다. 별 일 아닌 것으로 남자 1호를 향해 시위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여자 2호가 급하게 나서서 팽팽해진 시위를 잡았다. "워워, 엄마! 엄마 지금 킹 받은 거... 이쪽 아니고 저쪽에서야. 저쪽 꺼를 이쪽에 하면 안 되지...." 여자 2호가 남자 1호를, 아니 남자 2호와 함께 (누구.. 2024.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