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집에는 남동생 세 마리가 쭈루룩 있다.
'형숭이 형아'를 영웅으로 모시나 결코 말은 잘 듣지 않는 삼 형제.
삼형제가 사는 외가 김포는 늘 가서 놀고 싶은 곳이다.
지난 주말에도 가서 일박하면서 신 나는 하루를 보내고 왔다.
가서 놀기도 하고 자기도 하지만 현승인 그렇다.
삼 형제 키우느라 힘든 착하디 착한 선영이 외숙모에게 마음의 눈을 떼지를 못한다.
그래서 갈 때는 사탕, 초콜릿 등을 챙겨가서 아기 돼지 삼 형제에게 당근으로 쓰면서
외숙모 말을 즉각 듣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자기 전에는 다같이 일기를 썼고,
거기까지 가서 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외숙모를 돕기 위해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 것 같다.
'시간'이라는 일기를 A4 용지에 썼고, 깜빡 잊고는 그걸 두고 왔다.





문제는 그 다음 날 동생 1번의 일기.
표절의 냄새가 진하다.
이걸 보고는 외숙모가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왔고,
일이 또 그렇게 되려고 했는지 바로 그 순간 현승이가 엄마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동생 1번의 일기를 본 현승이는 버럭버럭 난리가 났다.

이건 저작권 침해다.
엄마랑 외숙모는 왜 이런 일을 가볍게 생각하느냐.
어서 수현이를 혼내주고 다시 쓰게 해라.
이러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엄마는 아들들이 귀여워서 계속 실실 쪼개고 있었다.
그러자!
속상해도 너무 속상했던 형숭이 형아는 형아의 자존심을 구기면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엉엉엉엉.... 내 껄 베꼈잖아. 이건 저작권 침해야. 빨리 전화해서 확인해. 지웠는지. 엉엉엉'


 

쉬 그치지 않고 뚝뚝뚝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울어서 꽤 당황을 했다.
두 녀석이 귀여워서 키득거리던 엄마는 당황해서 표정관리가 잘 안 되고.
선영이 외숙모에게 전화해서 과장된 연기를 했다.
'선영아, 그건 저작권 침해잖아. 수현이 일기 지우고 꼭 다시 쓰도록 해 줘.'
등에 살짝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어려운 아들. 아, 어려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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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rest 2013.04.04 17:31

    요즘 현숭이^^가 대세~

    감히 저작권이라는 엄청난 지적재산을 갖고 계신 분을 건드리다니...ㅋㅋㅋ
    어쩌나 이제 현숭형이 하는거 모두 따라할텐데...
    현숭이에게 카피라이트보다는 카피래프트가 더 멋지다는 걸 알려주면 콧구멍 크게 벌리면서 좋아할걸요~^^

    진짜 진짜 간만에 블로그 글 남겨요~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13.04.04 18:24 신고

      그런 설명은 털보 아저씨나 털보 부인께서 재밌게 해주셔야 콧구멍이 더 크게 벌어질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언니도 요즘은 페북에서 더 많이 보게 되고....
      페북과 블로그 두 집 살림이 쉽지가 않아요.
      (저는 조강지처에 전적으로 마음을 주는 걸로 정리를 했습니다.)
      언니 요즘 페북 글들이 좋아요.^^

  2. 신의피리 2013.04.05 14:14

    독창적 사고가 생명인 현승이인데, 그걸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암튼 아들은 갈수록 아빠를 닮는군.

    • BlogIcon larinari 2013.04.05 16:26 신고

      오늘 달리기 했는데 반에서 1등 했댜.
      진짜 갈수록 아빠야.
      아빠 따라 신학교만 안 가면 되는데.....

 

제목 : 메추리알 까기


나는 오늘 엄마가 장조림을 만들 때 메추리 알을 까서 엄마를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알까기가 정말 어려웠다.
나는 실수로 알을 잘 못 까 알이 부셔졌다.
엄마는 그걸 나에게 먹으라고 하였다.
나는 기분이 좀 좋았다.
나는 더 부셔지길 바라면 계속 깠다.
그러다 결국 한 개가 뿌갈났다.
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그것을 먹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먹고 싶은 맘도 사라졌다.
메추리알도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계속 까고 있는데 한 개가 더 부셔졌다.
나는 그걸 엄마 먹으라고 할려 했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날 보았다.
이유는 다 잘 알 것이다.


* 뿌갈났다는 애들이 쓰는 부셔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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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3.04.01 23:05 신고

    일기문에 각주 등장.
    뿌갈났다. 뽀갈났다. 빠갈났다. 라는 표현도 있다고 한다.

  2. iami 2013.04.02 09:25

    현승이도 이제 고학년이 되어가니,
    꼬마 철학자답게 글쓸 때 나는~, 나는~ 안 해도 된다고 살짝 일러주세요.^^

    • BlogIcon larinari 2013.04.03 19:06 신고

      초딩 일기의 정석 '나는 오늘...'이 나와줫네요.
      저도 살짝 그게 거슬렸으나 자존심 강한 아들이라 참아봤는데 말이요.
      ㅎㅎㅎ

  3. 신의피리 2013.04.02 17:53

    음.... 글을 보니, 아빠의 이미지를 이제 좀 바꿔야할 것 같네.

    • BlogIcon larinari 2013.04.03 19:07 신고

      아빠의 이미지는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구먼.
      도대체 무슨 글을 본 것인지?

    • 신의피리 2013.04.05 14:16

      어? 이 글이 왜 여기에 달렸을까?

    • BlogIcon larinari 2013.04.05 16:27 신고

      쫌!

어제 쓴 현승이 일기 '상처'는 이 일기로부터 기인한 것은 아닌가 한다.
일기는 매우 개인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팩트로 보기는 어렵다.
본 일기만 보면 엄마는 완전히 미친 여자로서
열심히 수학 공부하겠노라며 질문하는 아이에게
냅다,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것은 약간 호도된 면이 없지 않다.
구차한 변명은 늘어놓지 않겠다.
다만, 엄마는 가끔 소리를 지르지만 그렇게 많이 지르지는 않는다.ㅠㅠ
(일기 검사를 하시는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정말 쪽팔렸는데
다행 선생님도 누군가의 '엄마'였다.) 


 

제목 : 엄마


나는 방금 전에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

내가 푸는 수학 문제집은 제일 어려운 최고 수준 수학 문제집이다.
우리 엄마는 나쁘다.
어제도 오늘도 모른다고만 하면 냅다 소리를 질른다.
그리고 나도 짜증이 나서 짜증을 내거나 군시렁군시렁 거리면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물어보는 것도 죄는 아니다.
그렇지만 왜 엄마는 도대체 왜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 
 

201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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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3.03.27 17:01

    최고 수준 수학 문제집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제목 : 상처


상처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몸의 상처와 마음의 상처가 있다.
몸의 상처는 고칠 수 있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고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남에게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도
자신이 그것을 모르고 계속 자기 혼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조심해야겠다.

(2013/3/26)

 




일기 쓰다 말고
"엄마, 그런데 상처를 받고도 자기가 상처받은 걸 모르는 사람도 있지?"
하길래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도대체 열한 살짜리가 대일밴드 붙이는 상처 말고, 뭐 대단한 마음의 상처를 안다고
저런 얘기를 끼적였을까?
알다가도 모를 꼬마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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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3.03.27 09:50

    이제 장난일지라도 아이들한테 말 조심해야겠다. ㅠ
    마음의 상처를 주면 고칠 사람이 없다니깐. ㅠ

    • BlogIcon larinari 2013.03.27 16:01 신고

      상처 줄 걱정보다,
      혹시 당신이 아이들한테 상처 받았는데
      '자신이 그것으로 모르고 계속 자기 혼자 힘들어 하는 사람'인 것은 아닌가 숙고해 봐.ㅋ

    • 신의피리 2013.03.27 17:01

      맞네 맞네. 애들 클수록 내가 더 상처받고 상처인줄도 모르고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 맞네

    • BlogIcon larinari 2013.03.27 17:25 신고

      그저께 밤에도 딱 그 형국!ㅋㅋ

  2. 이세훈 2013.09.16 07:54

    죄송한데..제 페북에 공유좀 해도 될까요..
    간만에 전율을 동반한 감동이 밀려와서요...

사람은  비밀이 있다
나 역시 사람이라 비밀이 있다.
무엇이 비밀인진 말하진 않겠다.
왜냐하면 그야 당연히 비밀이니까.
나는 비밀하면 딱 떠오르는 물건이 있다.
바로 열쇠이다.
내가 왜 열쇠가 떠올랐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거 역시 비밀이다.
사실 왜 열쇠가 떠올랐는지는 대부분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이상하게도 책 제목에 비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비밀의 터널' '황금 열쇠의 비밀' 같은 책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비밀이 없으면 믿음도 없다."
나는 이 말대로 누구에게 비밀이 생기면 꼭 지켜주어야겠다.

 

아, 비밀이 없으면 믿음도 없구나!
이 어린이에게 폴트루니에 <비밀>을 읽도록 추천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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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3.03.21 12:55

    일기를 베껴쓰다가 밑에서 네 번째 줄이 통째로 날라갔네. 성경을 필사할 때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던데..^^ 여기에 현승이 일기 올린 것도 비밀이야?

    • BlogIcon larinari 2013.03.20 14:55 신고

      현승이한테 비밀로 하고 몰래 타이핑해서 올리다보니 오타가 무수하고만...
      현승이 은근 즐겨.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나지? 한 번 보여줘. 이제부터 일기랑 시 올리는 거 다 용서해줄게.' 라고 말한 적이 있어.

제목 : 우뚝 개학



우뚝 서 있다.

과수원의 나무처럼 우뚝 서 있다.

바다의 등대처럼 우뚝 서 있다.

내 앞에 개학이란 벽이 우뚝 서 있다.


                                                          -------


개학 전 날 밤 시인은,
벽 앞에 선 심정인가 봅니다.

어느덧 방학이 다 지나버리고 개학입니다.
당혹스럽긴 하지만,

'과수원의 나무'나
'등대' 같다면 그리 막막하지만도 않네요.

어찌됐든 시인은 시를 끄적여놓고 뒤척이다 이제야 잠이 들었습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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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13.01.30 07:38

    이번 시는 좀 난해합니다.
    아마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듯.
    이 시는 우뚝을 반복적 리듬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 우뚝이
    홀로 크게 높게 서 있다는 뜻으로 출발을 합니다.
    과수원의 나무와 바다의 등대가 그 뜻으로 우뚝서죠.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그 반복되는 우뚝을 건네받은 벽은
    우뚝 솟아 있긴 하지만
    홀로 크게 높이 솟아 있다는 인상보다
    나를 가로막고 있는 답답한 구속의 현실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말하자면 우뚝으로 반복되면서 같은 리듬을 타고 가지만
    벽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그 우뚝의 리듬을 배반해 버리죠.
    그래서 짐작컨데 김현승 시인은 이번 시에서
    암암리에 어느 날 놀러갔을 때 본
    우뚝 솟은 나무와 등대를 떠올리고
    그것을 개학이라는 벽의 옆으로 나란히 놓으면서
    그때와는 전혀 다른 우뚝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는
    포스트 모던 기법을 활용한 것이 아닌가 짐작이 됩니다.
    이런 시가 제일 어렵습니다.
    그 심리적 상태를 추적하기 위해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정말 과수원이나 등대있는 바닷가에 놀러간 적 있나요?

    • 신의피리 2013.01.30 09:41

      제 짐작입니다만. ^^
      현승이는 아침에 약 10분 정도 걸리는 등교길, 혼자 가는 거 싫어하는 듯해요. 가끔 창문으로 엄마가 '안녕~'하고 불러줘야 겨우 갈 때가 있거든요.
      바닷가의 등대는 홀로 서 있는 쓸쓸함, 외로움.... 이 아닐까 생각되고..^^;
      과수원의 나무는, 완전 오리무중입니다만... 혹 방학 중에 태권도장에서 캠프 갔다가 거기서 본 열매없이 쓸쓸이 서 있는 앙상한 겨울나무들.... 을 연상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이 시는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받은 게 맞는 듯 싶습니다. ^^

    • BlogIcon larinari 2013.02.02 16:46 신고

      이 시 전에 바로 '시간이 흐른다. 빨리 흐른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시를 썼어요. 방학이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지나가고 어쩌다 보니 내일 개학이네.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포스트 모던 기법인 것 같아요.
      앞의 두 우뚝과 마지막의 우뚝이 얼른 봐서는 맥이 닿지 않는 느낌이 드니까요.

      학교생활에 대해서 그닥 부정적인 느낌이 없이 1년을 보낸 현승이에게 개학 자체는 답답한 벽 같지만 ,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바닷가의 등대도 과수원의 나무도 여행을 하면서 본 적이 있거든요. 답답한 벽 같은 개학 앞에서 자유로운 여행의 어느 날을 떠올렸다.... 포스트 모던 맞나봐요.^^

  2. 임집사 2013.03.09 14:26

    천재군요..진심

이 



이사한 곳을 지나가면 뭔가 마음에 걸린다.


마치 무엇을 두고 온 것 같다.


수영장에 수영복을 두고 오듯


학교에 공책을 두고 오듯


이사한 곳에 마음을 두고 왔다.

 

암사동 옆 올림픽 대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는 여기를 지나가면 마음에 뭐가 걸려. 홈타운이나 또 엘지 같은데 생각하면 뭐가 좀 마음이 걸리고 찌릿하고 그래" 그게 무슨 마음이냐고 물었더니 '뭔가 두고 온 것 같은 마음'이라네요.


원치 않는 이사를 자주해서 그리운 친구가 많은 김현승('다형'말고 '초딩')
. 맘에 맞는 친구들 참 많았는데 모두 헤어져 그립기만 하지요. 마지막 문장에서 마음이 쿵 내려앉네요. 이사할 때는 마음을 꼭 챙겨서 갖고 와야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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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13.01.16 08:03

    어떤 시인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를 꿈꾼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같은 시인데 볼 때마다 끊임없이 어떤 생각을 새롭게 일으키는 시가 그런 시라더군요.
    혹시 현승이의 이번 시가 그런 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어제 읽을 때는 현승이가 두고간 마음이 아직 우리 동네에 남아있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오늘은 그러고 보니 현승이가 이사간 뒤로 내 마음이 허전한 것이
    이 놈의 내 마음이 현승이가 좋다고
    나를 여기 버려두고 현승이네 동네로 따라간 때문은 아닌가 싶어졌어요.

    현승아, 아저씨 마음이 네가 이사갈 때 널 따라가선
    낯선 동네에서 널 보려고 여기저도 기웃거리고 있는지도 몰라.
    혹시 만나면 아저씨 마음 반갑게 맞아주렴.

    • BlogIcon larinari 2013.01.16 17:54 신고

      이 시의 배경에는 어느 날 털보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놀러 오셔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뭔가 재밌게 놀았던 그 기억인 것 같아요.
      그 날 현승이가 '무료야. 무료야' 이런 어록을 남기기도 했었지요. 그 날 자꾸 하더라구요. 현승이 안에는 유난히 '그리움'이 많이 고여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그리움이 시가 되어 나오나봐요.

  2. 신의피리 2013.01.16 13:53

    어젯밤 시를 읽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에서 쿵 소리가 났다.
    누구나 공감하는 뻔한 이야기이건만
    애써 잊혀졌거나, 꾹꾹 눌러놨던 마음과 기억의 뚜겅이 열리는 소리라고나 할까.
    몇 달 전 이사한 곳을 일부러 들려서 차로 한 바퀴 돌아보고 돌아온 적이 있다.
    젊은 시절의 모든 것이 거기 그대로 있고
    지금의 나는 몸만 빠져 나와 있는 것 같아
    몹시 마음이 서글프고 쓸쓸했다.
    현승이한테 미안하다.
    저런 시를 또 쓰게 만들 날이 오겠지. 아흑.

    • BlogIcon larinari 2013.01.16 17:56 신고

      마지막 문장에선 엄마도 걸리고 아빠도 걸리고....
      당신, 마음을 두고 온 탓에 얼어서 짜지지 않는 치약 같은 느낌이 오래 가는 것일지도....


 

우리 아빠 눈에는 내가 그린 드래곤이 날개 단 도마뱀으로 보인다.
또 선생님께 칭찬 바다 온 일기에서는 좋고 잘 쓴 부분보다는
틀린 맞춤법이 더 많이 보인다.

나는 그런 아빠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좋은 점은 내 일기에서 틀린 글자를 찾아주어 좋고,
나쁜 점은 내 일기에 좋은 점은 안 보고 나쁜 점만 봐서이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내 일기에 좋은 점을 보면 좋겠다.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엄마
아이구 꼬시라~
14년 동안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네 그려~


아빠
.................................................
어, 현승이 정말 잘 썼어. 날카로와! 아주 관찰력이 뛰어나!
그런데 아빠 좀 억울하다.....ㅠㅠ..... 그렇지만 잘 썼어. 아주 잘 썼어.
그런데 아빠가 꼭.......... 아냐, 잘 썼어. 잘 썼어!
(철철 피가 흐르는 상처를 부여잡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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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2.12.29 10:33

    완전 억울하다. 좋은 점 봐주며 칭찬해야 할텐데, 그러기엔 정말 억울하네. ㅠ

    • BlogIcon larinari 2012.12.29 16:49 신고

      가엾은 당신....
      왕F 와이프 만나서 쪼일 만큼 쪼였건만...
      더 심한 F가 나타날 줄이야.ㅋㅋㅋ

  2. forest 2012.12.29 20:31

    드래곤이 날개 단 도마뱀은 어찌 생겼을라나요...ㅋㅋㅋ

    피 철철 흐르는 아버님께 심히 위로를 보냅니다. ㅋ

    • BlogIcon larinari 2012.12.31 20:18 신고

      가만 생각해보니... 날개 단 도마뱀이 결국 드래곤 아닌감요?
      피 철철 아빠는 여파가 커요. 요즘 입술이 팅팅 부어서 진짜 피가 나고 있어요.ㅋㅋ

  3. BlogIcon 털보 2013.01.06 14:09

    JP 덕에 드래곤이 날개달린 도마뱀이란 것을 알 게 되었는데.. JP는 커다란 도마뱀이란 것을 빼먹은 듯. ㅋㅋ 크기 엄청 중요하거든요. 드래곤이 도마뱀처럼 작다고 생각을 해봐요. 얼마나 웃기나. 날개달린 이구아나라고 했어야 했던 같기도 하고.. 아빠가 심심할까봐.. 찾아보라고 틀린 글자 숨겨놓은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구만요.

    • BlogIcon larinari 2013.01.12 10:58 신고

      풉, JP아빠님은 눈에 보이는 크기만 본 것이죠.ㅋㅋ
      드래곤이라고 그려놓은 '그 도마뱀'은 현승이 마음에는 엄청나게 큰 거였을텐데요. 그래서 아빠의 눈이 새롭게 열려야함을 주장하게 됐나봐요.

왜? 그냥   (2012년12월16일)



인간은 살면서 1번 이상은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냥'이라고 대답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왜?'라고 물어볼 때도 많고,
 

'그냥'이라고 대답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나는 '왜?'와 '그냥'이 짝 같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어렸을 땐 몰랐지만 '그냥'이라는 대답을 들으면 정말 짜증난다.


그냥 정확히 대답하면 될 것이지 왜 '그냥'이라고 대답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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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12.12.29 00:28

    이거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닙니까? ㅋㅋ
    아들 하나 잘두니 블로그 운영도 요렇게 수월하게 갈 수가 있군요.

    • BlogIcon larinari 2012.12.29 09:39 신고

      잘 키운 아들 하나,

      열 장의 예술 사진
      A4 열 장의 통찰력 번득이는 글

      안 부럽습니다!

      오늘도 달려 달려!! 봅니다. ㅎㅎㅎ

  2. 신의피리 2012.12.29 10:37

    혹시 엄마와 아들 둘이 짜고 날 놀리는 건 아니지?

    • BlogIcon larinari 2012.12.29 16:49 신고

      이 상태에서 피해망상 증상까지 보이면
      당신 정말 스타일 망가지는 것읨.
      ㅡ.,ㅡ

  3. forest 2012.12.29 20:35

    <왜?> 와 <그냥>이 짝이라는 걸 이미 알아버린 꼬마 철학자..ㅋㅋ

    일기를 모아서 이쁜 책자 하나 만들어주고 싶네요.^^

    • BlogIcon larinari 2012.12.31 20:21 신고

      4학년 2학기 쯤 되면 재밌는 일기가 일단락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는데요....(채윤이를 기준 삼아) 그 이후에 정말 책을 내줄까 싶어요.
      편집은 털보부인께서 이쁘게 해주실테고.... ㅎㅎㅎㅎ




1.
채윤이 3학년 때 쯤 입니다. 현승이 수영을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엄마들의 수다는 늘 그러하듯 아이들 공부 얘기였습니다. 채윤이는 한자 써 가는 숙제가 있어서 옆에 앉아서 괴발개발 그리고 있었지요. 한 엄마가 '어머, 넌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하는구나. 공부 잘 하게 생겼네.' 했습니다. 그러자 채윤이가 천진난폭, 순진무궁한 표정으로 '아줌마, 저는요~오. 학교 들어가서 이 때 까지 백점 맞아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지요. 그 아줌마 엄청 당황해가지고 애 등짝을 패 듯 치면서 '아이고, 그런 얘길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했더랍니다.


2.
그 때는 순진해서 그랬겠거니... '울 채윤이 그 땐 그랬지~이' 라고 얘기하고 하죠. 그런데 불과 며칠 전 교회 동생이 백점을 맞았다는 얘길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또 저한테 '엄마, 나는 이 때 까지 백점 딱 한 번 맞아봤지~이?' 랍니다. 저는 이런 채윤이를 사랑합니다. 백점, 마다하진 않습니다만 백점 맞는 게 인생에서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저 태도 애정하고 또 애정합니다.


3.
학기를 마치면서 현승이가 일기상을 받아왔습니다. 현승이가 아빠에게 자랑을 하면서 '아빠, 나 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상 받은거다.' 하니까 아빠가 믿지를 못합니다. '에이, 무슨~ 받은 적 있지 않아?' 아닙니다. 처음 입니다. 현승이는 나름대로 백점도 꽤 맞았고, 일기도 잘 쓰고, 모범적이기도 하지만 상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번 일기상은 정말 '상'입니다. 상담을 하는데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지요. '현승이 일기를 보면서 제가 배워요. 3학년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이번에는 무슨 얘기가 있을까 기대가 된다니까요.'


4.
'상 받는' 글, 그림.... 이런 건 따로 있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그걸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사교육 선생님들이 있구요. 현승이는 은근히 승부근성이 있는 아이입니다. 진즉에 학교에서 상도 받고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받았으면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더 자신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엄마가 더 열심히 학교 일을 하거나 이런 저런 상을 타는 행사에 같이 만들어 주고 그려주고, 붙잡고 공부를 시키고 했으면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현승이 역시 3년 지내는 동안 그 흔한 상장을 처음 받아들고 왔어도 그럭저럭 행복한 저 모습이 이쁠 뿐입니다.


5.
불특정 미래의 어떤 날을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담보삼지 말자는 생각을 합니다. 부부관계도 그렇고 아이들 양육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특별히 공부에 관해서 그렇지요. 엄마로서 어찌 불안하지 않겠습니까만은 '복음'을 산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런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는 믿음이라 생각합니다. 이러면서도 자주 불안해하며 자책하고 괜한 죄책감으로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큰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습니다. 현승이가 '행복'이라는 주제로 일기를 썼네요. 이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가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제목 : 행복(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이 일기를 쓰기 전 나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 봤다.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행복이 '무엇에 대해 기쁜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무엇에 대해 만족하시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답은 없다.
나는 요즘 사랑, 기쁨, 감사 등 긍정적인 감정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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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2.12.27 14:36 신고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현승이 일기와 시로 도배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심 불편했으나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여러분들이 이 쪽으로 발걸음을을 하시는 이유가 현승이 일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예 현승이 글모음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구독하시고, 즐감하시고, 읽으신 티도 내주시고.... 행복하시길요!^ㅡ^

  2. 임집사 2012.12.27 16:18

    세상에...현승이의 어린이글씨의 일기를 보지못했다면 전Cs루이스나 폴투르니에의 책의 한구절로 착각할뻔!!

    • BlogIcon larinari 2012.12.28 10:12 신고

      나가야 하는데 바삐 하나 또 올렸습니다.
      임집사님 보시라구요.ㅎㅎㅎㅎ

  3. BlogIcon 털보 2012.12.29 00:27

    그나저나 김현승이 이미 있어서 나중에 Young 현승으로 불러야 할 듯 싶어요.
    Marx가 한때 Young Hegelian으로 불리웠는데..
    아, 상장 받은 것 축하하옵니다.
    학교가 대학이 되니까 상장에 돈도 따라오더군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2.29 09:36 신고

      저의 자녀양육의 롤모델이신 털보선생님!^^
      이런 얘기 뜬금 없지만 교육(특히 대학교육)이 최고의 자본이 된 이 미친 시대에 두 분이 문지를 키우신 방식이 제게는 늘 귀감이 됩니다.
      대선 때 문지가 페북에 날리는 짧은 말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꼬이지 않은 합리적 사고, 따뜻한 자유로움을 가진 아이일까 생각했어요. 정말 부러웠구요. 저도 그렇게 키우고 싶어요.
      오늘 아침은 특히, 돈도 따라오는 상장 부분이 많이 부럽네요.ㅎㅎㅎ

  4. forest 2012.12.29 20:38

    상장 들고 어깨에 힘 빡 주고 들어왔을 현승~
    고저고저 상상이 됩니다요.^^

    날 따뜻해지면 이 털보부인이 맛있는 아이스크림 쏩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12.31 20:23 신고

      현승이가 어제 그림을 그렸는데 한 손에는 닌텐도, 다른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드라구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거래요.
      이제 생각해보니 '배트맨' 현승이가 늘 먹고 싶어 하는 게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이런 현승에게 볼 때 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내미시니 말이죠. 인기관리를 그렇게 하고 계셨던 거죠?ㅎㅎㅎ

      올해 멀리 떨어져 왔어도 마음만은 가깝게 늘 채윤이와 현승이의 털보 아저씨, 털보부인이셔서 감사해요. 빠른 시일 내에 아이스크림 쏴주세요.^^

(홈플러스 주차장을 걸으며)
엄마, 집에 간 다음에 바로 시 써도 돼?

내가 시에 대해서 새로운 걸 알았어.
나는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몰랐거든.
허난설헌의 시를 보니까 그냥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로 썼더라고.
그래서 지금 막 시가 하나 생각났어.

(아, 허난설헌!

초3의 남자아이가 시에 대해서 배우기에 이 얼마나 가깝고 적절한 선배님이란 말인가!)

그리하여 시인 김현승, 생활시에 눈을 뜨다.





 

변덕쟁이 대형마트

 

시 : (티슈남) 김현승

대형마트는 나를 기쁘게 해준다.
대형마트에서 나오면 내 손에 장난감이 있다.

아니다. 아니다.

대형마트는 나를 슬프게 해준다.
대형마트에서 나오면 장난감 대신 화와 짜증을 갖고 나온다.



엄마의 한 줄 논평 :


장난감, 특히 레고를 향한 끝없는 시인의 욕망을 대형마트에 투사하여 드러낸 좋은 작품입니다.시인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허난설헌의 작품은 엄마도 한 번 찾아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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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집사 2012.12.21 14:36

    실명일단 바꾸고.ㅎㅎ 수요일날 교회에서 현승이봤어요^^교회차마시는 로비에서 발표회준비하는 아이들로.꽉찼는데 그중에 앉아있는데 화악.알아보겠더라구요.발표회때도 비디오화면에도 나오고...주일학교애들 너무잘하더라구요 초등부도 너무잘해서 감동^^!

    • BlogIcon larinari 2012.12.22 09:46 신고

      작년에 오자마자 성탄절이었어요.
      큰 애는 저랑 청중석에 앉아 있고 현승이는 유년부 할 때 나가서 노래하고 했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여유있게 하더라구요. 이번에는 본연의 모습으로 긴장해서 뻣뻣해가지구...ㅎㅎㅎ 영상에 나왔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해요. 부끄러워 죽겠나봐요.
      그나저나 교회 갈 때마다 '월리를 찾아라' 대신 '임집사님 찾아라' 놀이를 해야겠어요.^^

  2. 신의피리 2012.12.22 10:14

    이 시는 1연과 2연의 대비에 묘미가 있습니다.
    1연은 대형마트에 들어가기 전 시인의 욕망을 엿보게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권력에 눌려 그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결국엔 2연에 나타난 바, 그의 현실은 장난감 대신 화와 짜증만 남습니다.
    이 좌절된 욕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신의 좌절된 욕망을 어떻게 해서든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이번 성탄절에 시인은 변덕쟁이 대형마트에 굴복한
    엄마를 통해 욕망을 충족하게 될 것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12.22 17:20 신고

      굴복은 아빠가 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렇지요.
      아빠가 변덕쟁이 '대형마트'에의 굴복이 아니라
      '변덕쟁이 대형마트'를 쓴 아들 놈에 대한 귀여움을 못 이겨 가장 큰 레고를 사주고 싶어서 몸이 바짝 달았다는 게 진실입니다.
      엄마가 인심 다 잃어가며 지켜내는 가정 경제를 근간부터 흔드는 행위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임집사 2012.12.22 13:43

    저는 모님보다는 2살정도 적은나이인듯해요^^근데 아이는 훨씬 크답니다.수요일발표회때 목사님께서 자리안내해주셨는뎅 ㅎ현승이 무지귀여웠는데 역시 쑥스러워했군요 교회에서 뵈면 제가 먼저 인사드릴께요!글 기다리고있으니 많이 올려주세요^^

    • BlogIcon larinari 2012.12.22 17:21 신고

      카스에서도 뵙고....ㅎㅎㅎ
      언젠가 친교실에서 반갑게 뵐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4. BlogIcon 털보 2012.12.22 22:00

    이거 뭐 시를 눈앞에 두니 한마디 안쓸 수가 없네요.
    이시는 첫연을 보면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장난감이 아직 손에 쥐어지지 않았는데 그 장난감이 이미 내 손이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인은 미래의 현재화라는 이러한 특이한 화법을 통하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로 바꾸어 미리 누리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대형마트는 들어갈 때는 마치 모든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채워줄 듯한 환상의 장소입니다. 그 환상이 시인에게 기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둘째 연에 이르면 시인은 미래가 오늘의 손에 들려있는 환상에서 깨어나 오지 않는 미래로서의,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그 순간 손에 잡혔던 장난감이 펑하고 증발하면서 빈손이 남게 됩니다. 대형마트의 오늘을 직시한 시인은 대형마트가 기쁨의 장소가 아니라 환상으로 사람을 농락하는 몹쓸 장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에 대한 화와 짜증이 치밀어 오릅니다.
    이 시는 미래를 오늘로 가져다주는 듯한 환상으로 사람을 현혹한 뒤 돈없는 어린이에게 엄마 아빠를 졸라보라고 몹쓸짓을 시키는 대형마트의 자본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는 아주 뛰어난 시입니다.
    아자, 김현승 화이팅, 계속 자본에 저항해라.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2.24 00:09 신고

      아하!
      이것은 저항시였군요.
      다시 저항시를 쓰고 읽어야 하는 날이 오는 건가요? ㅠㅠ

      그나저나 현승이가 시인이 된다면 정말 이건 뭐 천혜의 조건을
      타고난 거예요. 열 살 짜리 시를 이리도 평론해주시는 털보 아저씨를
      친구로 가진 아이라니요!

 


아빠가 이발을 하고는 2:8 가름마를 아주 단정하게 해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머리가 왜 그래?" 하고 현승이랑 막 웃었더니
"나 쫌 안철수 같지?" 합니다.
그러자 현승이가 이렇게 평가를 해줬습니다.
"아냐, 아빠. 안철수아저씨 같지 않아. 그럴려면 머리가 좀 더 커야하고.
우리 학교에서 그냥 잘난 척 하는 그런 애 같애.
그런 애 있잖아. 공부 잘 하고... 잘난 척 하는 애들.... 학원 많이 다니고... 엄마는 무섭고..."
어떤 앤지 감이 오구요.


다음은 학원과 학교에 대한 현승이의 일기 단상.


제목 : 학원? 학교?

우리 선생님께서는 학원보다는 학교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학원도 결국 학교 공부를 잘 하기 위해 다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고 그건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공부를 잘 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그래서 시험 점수가 낮을 대는 '나도 학원을 다닐껄' 하고 괜히 후회가 되지만
시험 전수가 높을 대는 '학원도 다녀봤짜야'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학원을 다니든 말든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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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리가 학교에서 지킬 일


나는 이 일기를 쓰기 전 우리가 학교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 봤다.
첫째는 친구에게 고운 말을 써야한다.
둘째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싸우다 괜히 약한 애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셋째로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이 헛소문이나 친구의 비밀을 괜히 말하면 안된다.
마지막 네째로 잘난 척을 해도 적당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이 자기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미션은 속담을 활용하여 일기를 쓰면서!
학교에서 지킬 일을 고려해야 하는 꽤 난해한 미션이었네요.
일기 검사하는 날마다 선생님께 대박 칭찬을 받고 오는 아들을 뒀지만
잘난 척을 해도 적당히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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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승혜 2012.12.05 23:01

    ㅎㅎ너무귀여워여 저 현승이 팬됐어요 현승이는 나중에 유명해져도 잘난척안하겠네요^^

    • BlogIcon larinari 2012.12.06 15:48 신고

      성격상 잘난 척을 할 타입이 아닌데,
      그럼에도 늘 경계를 하더라고요.
      "엄마, 내가 이렇게 말하면 좀 잘난 척 같기는 하겠지만..." 단서를 많이 붙여요.ㅎㅎㅎ

  2. iami 2012.12.06 09:16

    글씨만 조금 잘 쓰면.. 대박일 텐데요.^^

    • BlogIcon larinari 2012.12.06 15:49 신고

      그게... 일기 쓰기 전에 고성이 좀 오가고 감정이 상하면 '바른 글씨'가 나오는데요. 그러다 시인의 창조본능을 훼손할까봐 건들지를 못해요.ㅋㅋㅋ

제목 : 엄마로서는....


엄마로서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자식을 맘대로 할 수 인는 것이다.
자식인 나는 그런 게 너무 부럽다.
나쁜 점은 일하는 것이다.
엄마들은 밥, 설거지, 청소, 빨래 등 할 일이 많다.
그런 걸 다 하는 엄마를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엄마로서는 힘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는 괜히 엄마에게 미안하다.
모든 사람들도 엄마가 있는 이상 이런 감정을 한 번 쯤 느껴봤을 것이다.



이 일기를 읽은 엄마로서는.....
살짝 어금니를 깨물게 된다.
"이 즈슥, 즈식을 믐대르 흐는 게 믄지 즌짜 흔 븐 브여져!!!"(빠직!)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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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아이 엄마 2012.11.30 11:03

    저도 현승이처럼 생각하며 30년을 살았지요~~ㅎ
    그리고 지금은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지요. 뭐든 맘대로 할 수 있어도, 자식만큼은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

    • BlogIcon larinari 2012.12.01 01:20 신고

      아직 일러. ㅎㅎㅎ
      조금 전 까지 고모부랑 둘이 앉아서 한 얘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부모노릇 같아' 이거다.
      자식 만큼은 마음대로 안된다는 걸 저대로 알려면 너나 나나 아직 멀었다고 본다. 지금, 고모는 내 맘대로 안되는 자식을 받아들이느라 듁음이지.ㅠㅠㅠㅠ

 


(화장하고 있는 엄마 옆에 이불을 끌어다 베고 벌러덩 누우면서)
에혀~ 살만큼 살았다.

(뭔 소린가 싶어서)
뭐? 누가 살만큼 살어?
나지. 누구야.

(이 놈, 또 시작이다.) 니가 얼마나 살았다고 살만큼 살어.

앞으로 살아봐야 좋을 것도 없을 것 같고. 슬픈 일, 아픈 거 너무 싫어.
그러니까 천국이 제일 좋잖아. 그런데, 엄마. 내 나이에 자살하는 애도 있어?

(이건 또 뭔소리!) 글쎄. 그게 궁금해?

어차피 살아도 좋은 것이 없으니까 천국을 가는 게 좋잖아.

(열 살 밖에 안 된 놈이!) 니가 몰라서 그렇지. 앞으로 살면서 행복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너 사랑하는 사람 생겨봐라. 장난 아니야. 좋아서.... 또....음..... 그리고 사실 엄마가 살아보니까 아프고 슬픈 일을 통과하고 배우는 기쁨은 엄청나게 커.
그러니까. 나는 슬픈 일 자체가 싫다니까! 그런데 엄마, 내 나이에 가출한 애도 있어?

(헉, 자살에 가출?) 뭐.... 집에서 엄마 아빠한테 너무 맞거나
배고프고 그래서 가출한 애도 있을까?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면 보통 나쁜 사람들이 데려가서 그냥 나쁘게 사는 걸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아니던데. 내가 책에서 읽은 사람들은 가출해서 다 잘됐던데...


(그래서 임마!) 왜, 그래서 너도 가출하고 싶다고?

아니, 내가 내 돈으로 맘대로 히어로팩토리도 사고 자유를 얻고 싶다고.

(꼴랑 히어로팩토리 자유롭게 사고 싶어 가출을 하냐?) 그게 현승아, 자유를 얻지만 자유를 얻은 만큼 책임도 져야해. 당장 밥 먹고 자는 거, 이런 걸 혼자 다 책임져야 하는데....

그러다 얘기는 유야무야.....


살짝 걱정스러워서 남편에게 이 얘길 했더니
'어릴 적에 다 그런 생각하잖아. 나도 했고. 현승이는 그걸 말로 표현할 뿐이다. 당신이 잘 들어주고 잘 키워서 그래.'라고 하였다. (음하하하.... 이건 양육 깔대기)


그렇다. 아이들이 어떤 것을 느낀다해도 느낌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을 말로 내놓을 때 건강한 것이다.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용인되지 않는 욕구가 무의식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무의식 안의 그림자가 의식화 되어 다루어지지 않을 때, 거기에 끌려다니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타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 융 할아버지의 설명이다.
역기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무언의 메세지는 '느끼지마. 표현하지마' 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나는, 우리 가정은 어떤 느낌이든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었으면 싶다. 인간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신에 대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를 내가 받아줘야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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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rest 2012.11.21 16:52

    위에 좋아요를 눌렀더니 내 얼굴이 딱~
    이거 이거 옳지 않아요.ㅋ

    울 딸 초등 3학년 때 진짜로 가출했습니다.
    가출하고 싶다 말다 그런 얘기도 않하고.
    집 마당까지 나갔는데, 막상 나가니 갈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는군요.
    그래서 마당에서 서성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가출의 전설이 있습죠.ㅋ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저 나이 때 생각은 다 했던 것 같아요.
    마냥 어리다고 볼 일도 아니고
    마냥 큰 아이로 볼 일도 아니고...
    한 우주가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듯요.^^

    그나저나 저 사진도 옳지 않아요.
    우리 구여운 현승이를 어찌 저리 만드셨나요?ㅋ

    • BlogIcon larinari 2012.11.21 20:11 신고

      사진 딱 뜨는 거 좋구만요. 왜요.ㅎㅎㅎㅎ
      3학년 타코는 포터가 불러서 가출을 결심한 거 아니었을까요?
      빗자루 갖고 마당으로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포터가 헤르미온느의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약속을 못지킨 건 아닌지...(ㅋㅋ 소설 쓴다)

      현승이 사진은 지가 저렇게 만들어 놓고 좋아라 하는 건데, 쫌 그런가요?ㅋ

  2. BlogIcon 털보 2012.11.22 10:31

    왠지 현승이랑 술한잔해도 될 것 같다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1.22 11:08 신고

      그죠?ㅋㅋㅋ
      제가 요즘 대화를 나누는 상대 중 가장 수준이 높은 분이 저 분이예요.
      인생, 문학, 철학, 신학..... 아주 그냥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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