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장소 : 욕실 세면대와 욕실 바깥 문 앞.

사건시간 : 2012년 5월 25일 등교 10분전

사건내용 : 욕실 안에서 투옥타브 위 쪽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쩌렁쩌렁함.


위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욕실 안에 있던 남동생과 욕실 밖에서 치카 중이던 누나를 긴급히 식탁으로 소환함(식탁에선 부부가 로맨틱하게 모닝커피 일 잔 중이었음. 뙇!)

왜 그랬어? 왜 소리질러?
누나가 문을 닫고 불을 껐...
아이, 김현승이 먼저 나한테 물을 뿌렸...
아니야. 누나가 먼저 나를 놀렸...

(아빠경감께서 등장)
흠... 누나가 맨 처음 놀렸구만.

아니~이 저번에 현승이가 나를 놀렸....
킥킥킥킥.그러면 저저번에 누나가 먼저 놀렸...

그러면 저저저저저.....번에 누가 먼저 놀렸?????



싸움의 시작은 누구도 말할 수 엄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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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엄마 아빠가 '사춘기가 되면 뇌가 뒤집어진대. 뇌가 뒤집어지니 어떻게 되겠어?' 라고 했었다.그 말에 공감하며 '이야... 뇌가 뒤집어진대' 하면서 후덜덜했었다. 사춘기가 오는 채윤이 확실히 뇌가 되집어졌나보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수학시험 100점을 맞아왔으니! 이건 뇌가 뒤집어진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랴.ㅎㅎㅎㅎ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채윤이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수학 100점을 맞은 것은...

 

"아빠는 그 정도 밖에 안 좋아? 이건 진짜... 내가 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100점을 맞은거라구"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며 시큰둥한 현승이에게도 "현승아, 누나가 처음으로 100점을 맞은거야" 라고 힘주어 말하는데 이게 자랑스러운 일인지 어쩐지를 알 수 없는 무척 헷갈리는 시츄에이션이었다. 그러는 엄마인 나는 이걸 또 이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까발려도 되는 걸까?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현승이 수영하는 걸 기다리며 엄마들 대기실에서 채윤이랑 함께 있었다. 채윤이가 다음 날 한자 경시대회라서 한자를 외우겠노라해서 옆에서 쓰고 있으니까 엄마 하나가 "어머, 얘 너 공부 진짜 열심히 한다. 공부 잘하겠구나"하니깐 우리 채윤이 "저는요, 학교 들어가서 지금까지 100점 맞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라고 하셨다. 그걸 들은 그 엄마가 무슨 절대 알려지지 말아야할 치부가 드러난 것처럼, 흘러내린 치마를 얼른 주워 입혀주듯 "아이고, 그런 말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야" 하면서 수습을 해주었다. 그러자 채윤이 "진짜예요. 엄마 진짜지~이?"

 

사실 이 날, 이 순간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기분이 좋다. 채윤이의 천진난폭 순진무궁의 태도가 자랑스럽고 당황하던 엄마의 모습이 재밌기만 하고 그렇다. 모랄까. 어린 채윤이가 이 시대, 성적과 스펙에 목졸리는 사회에 살짝 엿을 하나 먹여준 느낌이랄까?ㅎㅎㅎ 물론 내가 엄마로서 아이들 성적에서 자유롭다는 얘긴 아니다. 지난 수 년간 채윤이 수학공부 시키면서 얼마나 허리케인 같은 분노를 쏟았는지 모른다. '내 아이 만큼은 당연히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될거라는 환상을 내려놓기 까지는 또 얼마나 마음이 많이 무너졌는지, 그리고 사실 지금도 가끔은 두렵고 불안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다행인 건 '공부 잘하는 아이에 대한 환상과 기대와 닥달'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니 그 점 채윤이에게 무한 감사드린다.ㅋㅋ

 

채윤이가 처음으로 맞아온 수학 100점에 기분 좋지만 그래도 더 좋은 건 채윤이가 스스로를 성적으로 줄세워 너무 찌그러지지 않는 모습에 더 뿌듯하다. 채윤이가 아니라 정작 엄마인 내가 그럴 수 있어야함이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뭐든 줄 세우는 이 사회. 이재철목사님 말씀대로 아이들을 직선 위에 줄세워 키우는 이 사회에서 일등도 없고 꼴지도 없는 원 안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다. 맞다. 이건 진정 엄마의 문제다.

 

아무튼 뇌가 뒤집어졌는지 어쨌는지, 수학 100점 따위! 우리 채윤이도 맞아 봤다고!!!!!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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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증은 있었지만 설마 설마 했었고,
확 믿어버리기엔 아기 채윤과의 추억이 너무나 애틋했다.
며칠 전 대화 중에
'나를 현승이와 다르게 대해줘. 난 3학년이 아니고 6학년 이라고... 똑같이 애들취급하지 말라고'
하면서 다르게 대해 달라는 내용은 화낼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자신이 예민할 때니까 그러려니 하고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요거 봐라.... 하면서 조금 가볍게 넘겼다.


오늘 또 다른 일로 설전이 시작되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놀라고 당황도 되었다. 내가 대화하고 있는 이 아이는 내가 젖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던 내 아기가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너'라는 인식이 되면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다.


중간중간 대화 결렬의 위기가 있었다. 그것은 순전히 엄마의 위엄을 상실한 엄마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 판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이었다.진심 절망스러웠다. 채윤이 입에서 나오는 엄마의 실체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따귀라도 한 대 치면 속이 후련해질 것 같았다. 협박도 했고 화도 냈다. 채윤이가 결코 밀리지
않는다.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이제껏 써왔던 혼내는 모드로는 안된다는 직감이 왔다. 막막하고 아득해졌다. 남편과 언쟁을 할 때 처럼 해야겠다고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으로 기도하며 다시 얘기했다.
내가 엄마로서 어떤 원칙을 가지고 무엇을 감수하며 양육하고 있는지, 그래서 가진 자부심과 좌절과 부끄러움을 또래 엄마들에게 나누듯 이야기 했다. 그리고 '엄마는 길을 잃은 것 같애. 좋은 엄마 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이 순간 채윤이 눈에 눈물과 함께 가득 서려있던 독기가 빠져나갔다. 아! 이제 성인이다. 채윤이가 성인이다. 어른끼리의 갈등의 해결은 누군가 먼저 무장해제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군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무장해제 하는 순간 상대에게도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힘을 준다. 성인 채윤이와 논리로 싸웠고 논리를 내려놓고 마음을 고백하는 순간 놀랍게도 말이 제대로 오가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채윤이와 사람대 사람으로 대화를 했다. 혼내고 가르치는 통제로서의 일방적 대화가 아니라 사람대 사람의 대화다. 서로 못할 말을 해서 상처도 남겼지만 긴 시간 포기하지 않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 자리에서 눈물로 손을 맞잡는 윈윈의 끝을 보았다. 할렐루야!!


대화를 마치고 엄마가 기도해도 되겠느냐 했더니 눈물로 답했다. 내 덩치만한 채윤일 안고 기도했다.
"하나님, 아주 작은 갓난 아기로 제게 처음 왔던 채윤이가 이렇게 자랐습니다" 목이 메였다.


진실로 그러하다.
내 몸을 통해 나온 2.9kg, 48cm의 아기가 이제 동급의 인격체로 우뚝 서고 있다. 성장통은 채윤이만의 몫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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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 여자아이에게 관찰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작년까지 잘 메고 다니던 가방 팽개치고 오직 끈을 길게 늘어뜨릴 수 있는 가방을 찾는데요.
끈을 최대한 늘려도 이것 밖에 안내려온다 투덜거리며 등교하는 초6 여아를 보고 계십니다.


가방 색깔 잠바 색깔도 보겠습니다. 한 때 '핑크가 아니면 입지도 소유하지도 아니하였더라' 하시던 핑크공주 어디 가시고 오직 저렇게 무채색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에든 보조가방의 핑크색이 난데없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초등 6학년이 된 딸은 왜 저렇게 가방을 밑으로 밑으로 매야하고,
옷이란 옷은 검정에 무채색만 입으려고 할까요?
도대체 이 아이는 이제부터 언제까지 무채색의 건들거리는 세상에서 질풍노도이 나날을 보내야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초등 6학년 된 아이의 불편한 진실,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의 불편하고 약간 가소로운 시각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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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5학년 두 망아지.
학교 다니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일종의 왕따와, 전학과, 진로 결정 등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학년을 잘 마쳤어요.
축하해요. 고마워요. 망아지 두 마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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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학교 가시느라 방을 비운 사이.
정자세로 일광욕 하고 계신 공주님의 곰쥬님.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좋은데...
진짜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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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면 날마다 오는 공연이 아닙니다.
채윤이 수련회 가고 없을 때나 살짝 볼 수 있는 우리 집 명가수 공연 납쇼~


아, 언제 적 달의 몰락?






이번엔 안무까지 살짝 곁들여서.
롤리폴리 롤리롤리 폴리..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된 채윤이의 장재인 성대모사.

박혜경의 원곡 버젼에 노래는 장재인 버젼.
<레몬트리>






여기 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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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쯤이던가?
작사, 작곡, 노래 모두 김채윤이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떠날 때 엄마한테 불러주려고 만든 것이다.
문득 다시 듣고 싶은 노래였다.


오늘 채윤이는 합정에서 몽촌토성까지 피아노 레슨을 갔다가,
저녁까지 선생님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고,
잠실로 가서 그 뭣이냐 비싼 직행버스를 타고 덕소 할머니댁에 가기로 했다.
잠실서 할머니댁 까지는 물론 초행길이다.
그리고 미리 가 있는 현승일 데리고 지하철로 지하철로 집에 오는 것이다.
낮에 지하철까지 바래다주며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쥬스 하나를 가방에 넣어주고
보냈다. 등에 덜렁 가방 메고 걸어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쌔~하니 아파왔다.
방금 덕소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채윤이가 다섯 살 때 만들어 부른 이 노래는 신혼여행 때가 아니라
채윤이가 자라고 그걸 지켜보며 양육하는 동안 엄마가 늘 마음에 새기라는 것이었을까?
할 수 있다면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다.
나중에 성인이 되거나해서 물리적으로 집을 떠날 때가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부터 늘 아이를
떠나보내고 독립적이 되도록 하고 싶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이들의 판단에 내 판단에 못 미치는 게 많다 느껴지지만
그것도 아이들에게 맡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도와주고 대신 해 줄 수도 있지만 뻗어 나가려는 내 손을 뒤로 묶고 혼자 하도록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다.


6학년이 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 놓은 채윤이는 이제 정말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매일 매 순간 떠나보내고 진심으로 믿어주는 엄마로 거듭날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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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온 것 같고,
오는 것 같아 다 자랐나 싶다가도
여전히 '그 때 그 채윤' 이라는 걸 확인해 줄 때가 있습니다.
그건 주로 언어와 관련된  것들인데...
추정하기는 글씨에 약한채윤이가 (약간의 자신감 결여로) 당당하게 읽지 못하는 콤플렉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 이런 건 안 중요하고 여전히 우리의 채윤이임이 확인되는 순간포착.


현승이가 "와, 누나 잠옷 위에 파카 입으니까 완전히 포스정렬이다!"
"현승아, 포스작렬 아냐? 포스작렬이라고 하는거야"
하니까
"아니야. 누나가 맨날  대박! 포스정렬! 그렇게 말한단 말야"
풉! 그 때 그 채윤이에게서 온 거구나.ㅋㅋㅋ


지하철 좋아하는 채윤이 혼자 잠실까지 지하철로 레슨을 다닙니다.
지하철녀가 되어가고 있지요.
현승이랑 대화 중 지하철 전문가 포스(정렬ㅋㅋㅋ)로...
"현승아! 지하철이 종류가 굉장히 많아. 음.... 그래서 지하철 마다 쫌 다르거든.
일단, 5,6,7,8,9 호선은 서울 도시철도야.
그리고 1호선부터 4호선 까지는 서울 메트로놈 이야"
(엄마 등장) "김챈! 1, 4호선이 뭐라고?"(확인사살)
"서.울. 메.트.로.놈.!"


요런 걸 수정해주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이라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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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나를 마흔 다섯에 낳으셨다. 그러고도 2년 뒤에 동생을 또 낳으셨다. 게다가 무려 동생은 아버지의 환갑둥이!(얼레꼴레 부끄부끄) 그러니 어렸을 적 교회 권사님들이 우리 남매를 이삭이라 부르시던 게 무색하지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늙은 엄마가 동생을 낳지 않았으면 내 인생이 어떤 색깔이 됐을까 싶다. 덩치는 내 두 배지만 어렸을 적부터 그저 마음으로 든든하기만 했지 삥뜯고 뜯기기가 일상이었...(지금까지도 ㅠㅠ)

방금 전 우리 아이들 둘이 나란히 학교에 갔다. 나간 지 얼마 안되어 전화해서는 "엄마 내 주모니에 500원 있는데 이따 끝나고 뭐 사먹어도 돼? (야, 된대 된대) 달고나도 돼?(된대)" 이런다. 괜히 귀엽고 므흣해서 미소 짓다가 동생 생각이 난다.
그렇게 늙은 몸으로 무리하게 특별한 동생을 낳아준 부모님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을 해보며...

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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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들어와 몸이 노곤노곤하여 피곤한데 채윤이가 스스로 우동을 끓여 먹겠단다.
엄마 힘들면 쉬고 있으라고 사.용.설.명.서. 잘 읽어 보고 끓여서 둘이 먹겠단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오케바리 하고 있었다.


주방이 요란스럽더니 금방 현승이가 달려와서는
"엄마, 누나가 물이 끓는다는 게 뭔지 물어보래. 어떻게 돼야 끓는거야?' 하길래
어쩌구 저쩌구 대답해줬다.
 
다시 금방 다다다다 달려와서는 "엄마, 누나가 물이 끓지도 않았는데 우동을 넣었어" 란다.

으이그, 쉬게 두지를 않아요! 하고 나가서 바가지로 욕을 퍼부으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데
채윤이 주방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하면서
"죗옹합니다. 물을 보니까 그냥 넣고 싶었습니다" 이런다.

참 쉽게 노여움도 안 타고 잘 삐지지도 않는 성격이라니....
"으이그, 성격은 좋아가지구"
했더니 옆에 있던 현승이가 "어, 누나 갑자기 칭찬 받았다"


이에, 당사자께서는...
"현승아, 이건 칭찬이 아니야. 말하자면 우리가 어떤 잘못을 할 때 자~알 한다. 자~알해.
이렇게 하는 거 하고 똑같은 거야. 그니까 칭찬이 아니야. 낄낄길낄..."


Wow, 성격 좋은 거로는 지존!


사진은 지난 번 제자 연주회용 프로필 사진을 털보 아저씨가 찍어주신 것.
글 써놓고 사진보니 얘는 성격 좋은 애가 얼굴까지 이쁘니...
나는 거의 완벽한 딸을 낳았군. 흠....
(사실을 말하자면 사진 자랑을 위해서 글은 찬조출연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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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정리는 잠시 접어두고 광화문에 갑니다. 교보에 가요.

악보도 사고, 다이어리도 사고, 책구경도 실컷 합시다. 이게 새로 이사한 집의 메리트니까요.

2호선 타고 5호선 갈아타는 충정로에 이르자 갑자기 따님 얼굴에 희색이 만연합니다.

"5호선이닷! 아 그리운 5호선... 엄마, 5호선이 역시 좋지? 이거 봐 스크린도어도 뭔가 달라"

도대체 뭐가 다르냐 하니...

"모르겠어? 기차 들어오는 소리도 달라. 봐바 봐바 이게 5호선 광고야. 5호선 광고는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아, 좋아. 명일역 천호역 그립따"

이건 뭐 개콘 서울메이트 촬영도 아니고 뭐가 다르다는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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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교 수련회 가면서 '엄마, 우리 친구들끼리 밤에 비밀파티 할거야. 나는 종이컵 가져가야 해' 하면서 들떠서 준비해간 것이다. 청소를 하다 어제 풀어놓은 짐 사이에서 그대로 다시 가져온 종이컵을 보고 맘이 울컥한다.


수련회 이틀 째부터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나보다. '엄마 보고싶다'는 문자를 시작으로 기대와 다른 수련회를 보내고 있음을 알려 왔다. 여섯 명 같이 다니는 친구들로 부터 소위 따를 당하고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서 돌아왔다. 이 학교에서 마지막 수련회라며 그 어느 때보다 들떠서 갔는데 말이다.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몰려다니는 아이들 끼리 1년 내내 이렇게 붙었다 저렇게 붙었다 하면서 끼리끼리 모여 상처주고 상처받기를 반복해 왔으니까.

문제는 엄마다. 초등학교 때 따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엄마, 뼈 속 깊이 자기중심적 까칠함을 소유한 엄마 말이다. 그래서 여러 관계맺기에 실패를 했고 실패 자체보다 훨씬 더 큰 패.배.감.의 상처를 안은 엄마 말이다. 수련회 갔던 채윤이가 고개를 떨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딱 한 번 친절한 손을 내밀었다가 계속 우울모드인 아일 향해 차거운 얼굴을 해버린 것이다. 아이의 맘을 만지는 것보다 '니가 어떻게 했길래 친구들이 그랬겠니. 안 봐도 뻔하다'는 식의 비난의 말이 속에서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이젠 안다. 그것이 채윤이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목소리라는 것을... 여전히 관계에서 온전치 못한 나 자신을 향한 퍼붓는 오랜된 비난과 죄책감과 수치심의 메아리라는 것을....

다행히 마음을 가다듬고 밤 늦게 채윤이게게 솔직한 고백을 하고, 아이의 마음을 다시 들어주고 안아주고 기도했다. 오늘 등교를 두려워 하는 아이에게 사람들의 인정과 상관없이, 외적인 실패와 상관없이 늘 보석같이 존재하는 채윤이의 가치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함께하심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러나 등교하는 채윤이의 뒷모습을 보며 막상 더 두렵고 슬픈 건 내 안의 어린 나일 것이다.

청소를 하다 발견한 종이컵을 보고 울컥하여 다시 마음이 무너졌다. 주님, 아이가 자라며 겪는 성장통을 내 것과 구분하지 못하여 아이에게 두 번 상처주는 어리석은 짓만을 하지 말게 해주세요. 그 아이 곁에서 하루 종일 지키실 성령님을 의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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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채윤이 어제 11시가 되도록 수학 시험공부 하고 잤어요.
백만년 만의 수학공부라 1단원부터 3단원 까지 다 훑느라 좌뇌에 과부하
걸리도록 했습죠.

오늘 학교 갔다와서 물었죠.
... '시험 잘 봤어?'
'응, 다 맞은 거 같애. 쉬웠어(늘 시험보고 나면 하는 소리) '
'진짜?(설마)... 분수 나눗셈 많이 나왔어?' 하니..
'모르지. 오늘은 국어시험 봤어. 수학은 내일이래'
'헉.... 그럼 어제 국어공부 했어야는 거 아냐?'
'괜찮아. 안 하길 잘했어. 국어시험 쉬웠어' 란다.

오늘 수학공부 심화로 다시 한 번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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