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이야기480 [1]채윤이는 예고에 합격했습니다 채윤이가 예고에 합격했다는데 별로들 안 놀라시네요. 이건 좀 깜짝 놀랄 일인뎁쇼. 꽤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일궈낸 합격이라서 그렇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일단 예중 입학부터 거슬러 올라가야겠네요. 초3, 4부터 한다는 예중 입시 준비거든요. 5학년 가을, 입시 1년을 앞두고 채윤이는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나 예중 가고 싶어. 열심히 할게. 어려운 거 알아. 힘든 것도 알아. 그래도 나 예중 가고 싶어. 엄마. 어르고 달래고 엄포를 놓곤 하다가 어차피 1년 준비해서 될 일이 아님을 알고 허락했습니다. "14층 누나~아, 14층 누나 왜 요즘 우리랑 안 놀아?" 팬들의 성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팬들이 아파트 복도를 뛰어 다니며 '경도-경찰과 도둑이라는 잡기놀이'를 할 때도 .. 2015. 11. 14. 살아남은 지식, 살아있는 공부 # 1 조수석에 앉아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입으로 오디오 지원하면서 작성하는 중. '저는 가는 날에는 셔틀 타지 못하구요, 다음 날 엄마랑 같이.....같이..... 구개음화....' 뭐라고? 지금 뭐라는 거야? 으흐흐흐. 들었어? 아, 이번 국어 시험범위였는데 '같이'는 '구개음화'야. 엄마 시험공부한 게 자꾸 너무 많이 생각이 나. 내가 공부해보니까 말야 티브이 예능 자막에도 철자법 틀린 게 많이 나온다. 저번 주 런닝맨에서 말야...... 피동사에....ㅏㅏㅠㅂㅓㅜㅛ=#$.......이렇더라. 참, 사람들이 무식해. #2 한강에서 자전거 타다 넘어진 상처가 빠르게 나아간다. 드레싱 밴드도 떼고 아물어가는 손바닥의 상처를 보고는 채윤이가 반색을 한다. 엄마 손 많이 나았네. 다행이다. .. 2015. 7. 26. 챈, 잃어버린 표정을 찾아서 전날 실기시험을 치루느라 기진녹진(기진맥진하여 녹초가 된 상태)한 채윤이. 다행히 실기시험 기간이라 하루 쉬게 되었습니다. 아침 먹고 두 남자들 나간 후에 설거지 마치고 조용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햇살이 만든 한 평짜리 방에 채윤이가 앉아 있습니다. 뭘 하나? 봤더니 화분들 아래 놓인 실바니안 패밀리를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한때, 채윤이가 놀짱이었던 그 시절의 무수한 이야기를 간직한 토끼 패밀리입니다. 엄마가 주시하는 걸 알고는 깜짝 놀라 "노는 거 아냐. 정리하는 거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새 한 뼘 햇살로 만든 방도 사라지고 채윤이도 사라졌습니다. 실기시험 전날에 채윤이는 학교 수업 마치고 오후 3시에 연습실에 들어갔습니다. 밤 10시가 되어 태우러 갔더니 조수석에 쓰러지듯 몸을 던지며 .. 2015. 6. 24. 중딩들의 흔한 가방 엄마, 나 다음에 학교 가방 살 때는 영어 많이 써있는 어떤 가방 사 줘. 뭔지 알아? 가방에 마~악 영어가 써 있는데. MGM, MGM, MGM...... 이렇게. (풉, 또 시작이다. 우리 중딩의 반지성주의 운동) MCM 아냐? 그른가? 암튼 그렇게 막 써 있는 거. 우리 학교 애들 그 가방 디게 많이 갖고 다녀. 예뻐. 나도 다음번엔 그거 사 줘. 뤼얼리? 중딩들이 그걸 매고 다녀? 그거 비싼데. 엄청 비쌀 텐데.... 그럼 못 사 줘? 아니. (오예)사 줘? 아니. 못 안 사 줘. 아~ 알겠어! (중학교에 흔한 가방이 저 수준이라니. 이느무 학교를 때려쳐야 하나?) (채윤이가 잘못 본 게 아니라 MCM을 갖고 싶었지만 아쉬운대로 MGM이라도 매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던 걸까? 그 친구 만나면 어디서.. 2015. 5. 20. 채윤이 마음의 동산 자고 일어나서 기억나는 꿈을 기록하고, 고요한 시간에 꿈의 영상을 리플레이 해보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는 것. 꿈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이 참 좋다. '꿈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하찮은 것을 귀하게 바라보는 눈, 스쳐지날 것을 응시하는 눈을 뜨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던지는 볼멘소리에서 그분의 음성을 듣고, 강변 마른 풀들 사이 삐져나온 손톱보다 작은 들풀에서 그 나라의 생명을 보는 것에 견줄 수 있다.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쪼르르 식탁으로 달려와 '엄마, 나 꿈꿨어. 무슨 뜻일까?' 자주 묻는다. 엄마가 꿈해몽 점쟁이냐? 무슨 뜻인지 알게? 아이들의 꿈을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악몽을 꾸더라도 꿈일 뿐이니 다행이고, 기분 좋은 꿈을 꾸면 기분이 좋으니까 .. 2015. 3. 17. 스튜디오 열연습 챈 한 달 넘게 밤 10 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오면 픽 쓰러져 자고, 아침 6시 30분이면 일어나서 세월아 네월아 머리 단장을 하고 등교. 다시 밤 10시 귀가. 이런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실기시험 하루 전 날입니다. 음악 시키는 어떤 엄마들은 등교는 물론이고 레슨실, 연습실까지 다 따라다니면서 로드 매니저 한다는데. 채윤인 '엄마, 미안한데 오늘 혹시 데리러 올 수 있어?' '고마워, 엄마 올 때까지 정말 집중해서 연습할게' 이렇게 비굴모드로 매니저를 부리고 있습니다. 따까리 정신 부족한 고자세 엄마를 만난 탓입니다. 오늘은 아빠 김기사가 뫼시러 갔다가 스튜디오까지 올라가 기다리며 연습하는 걸 찍어왔습니다. 문득, 4학년 말에 지금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있었던 '스튜어디스-스튜디오' 일화가 생각납니다. 그.. 2014. 12. 8. 매덩 엄마, 나 오늘 급식시간에 또 완전 짜증났어. 아, 또 부정적인 얘기라서 미안한데, 들어줘. 진짜 짜증나서 그래. **가 또 그러는 거야. 오늘 해물이 나왔거든. '어우, 징그러. 이게 뭐야. 이걸 어떻게 먹어' 하면서 치우는 거야. 그리고 내가 먹으니까 완전 이러고, 이러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봐. 그러면서 큰 소리로 어우, 야~ 그걸 어떻게 먹어? 우웩. 막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주변에 있던 애들이 다 나를 이상한 애 보듯 쳐다봐. 매일 이런 식이야. 나 진짜 오늘은 너무 열받아서 먹다가 그냥 딱 내려놨어. 솔직히 나랑 같이 다니는 애들이 못 먹는 게 많아서 내가 좋긴 좋거든. 급식 시간에 거의 다 내가 먹어줘야 해. 나는 좋지.(살짝 입가에 미소 스침.ㅋㅋ) 그런데 내가 먹으면 무슨 짐승 보듯 나.. 2014. 11. 9. 끼 좀 부리지 마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오늘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자러 가기 직전의 현승이가 엄마, 발 들어봐 하더니, 발밑에 무릎담요를 깔아준다. 그리고 말을 만지작 만지작하면서 발마사지야. 이 말에 내일 수행평가를 위해 독후감을 쓰던 채윤이가 버러러러러러럭! 야! 끼 좀 부리지 마. 너 땜에 난 매일매일 화가 나. 끼 좀 부리지 마. 너 땜에 난 매일매일 화가 나. 즉흥 랩을 막 하기에, 와! 우리 영 아티스트, 빡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구나, 했더니 이런 노래가 원래 있단다. "난 정말 쟤 저러는 게 너무 얄미워. 괜히 쟤 때문에 내가 더 이상한 애가 돼. 아흐..... 증말. 김현승. 너 자꾸 엄마 앞에서 끼 부리지 마라!" 인정. 동생이 이래서 멀쩡한 누나 무심하고 인정머리 없는 애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2014. 11. 7. 배보카 아우, 귀여워서 돌아버리겠어.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고 빨고 쪽쪽쪽쪽) 행복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이 충만한 느낌. 엄마 되기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채윤 현승 어렸을 때 빠져들곤 했던 감정이다. 네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날 행복하게 한 것으로 너는 내게 최고의 선물을 줬다. 네가 먼훗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사춘기가 되어 내 앞에서 눈알을 굴리며 흰자위를 번득거린다해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서 '재수없어' 외친다해도 오늘 이 충만감을 떠올리며 이미 네게 받은 선물로 인해 감사하리라. 라고 다짐도 했었다. 예를들면, 이런 순간. 아침에 옹알거리는 소리는 눈을 뜬다. 동쪽으로 난 창이 있는 침실에 햇살이 가득 들어차 있다. 옆에 아기 침대. 돌이 안 된 채윤이가 난간을 붙들고 서 .. 2014. 10. 25. 시험 유용론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채윤이 어제는 머리에 염색을 하고, 오늘은 교회 언니와 홍대 노래방에 갔다가 빙수를 먹고 온다며 신이 났더랍니다. 살짝 오렌지빛이 날락 말락 하는 염색 머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매직기로 정성스레 쓰다듬고, 엄마가 미국에서 사다 준 수트를 입고 살랑거리는 걸음으로 찬양팀 준비하러 나갔습니다. 나가서 10분 만에 전화. "엄마, 그런데 나 돈이 하나도 없어. 놀아야 하는데" 아빠 만나서 용돈 받으라고 했더니 그러겠노라고. 잠시 후 남편에게서 메시지 "채윤이가 용돈 달라고 문자 왔어. 얼마 줄까? 했더니, 만원 달래" 에고 개념없고 가엾은 녀석. 기껏 부르는 게 만 원이냐? 그걸로 노래방 가고 빙수 먹고 홍대 앞에서 머리끈이랑 귀걸이 살 수 있겄어? 중학교 가서 벌써 여섯 번째 시.. 2014. 7. 20. 이전 1 ··· 3 4 5 6 7 8 9 ··· 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