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할 수 있다.ㅎㅎㅎ


오랫만에 채윤이가 꼭지가 돌아서 엄마한테 퍼붓기 시작한다.


범식이 오빠 공부 한다고 나한테 화내고 말이야.

엄마가 그러는게 어딨어?

저런 엄마는 정말 싫어.

엄마를 바꾸고 싶어.

엉엉엉....

엄마는 지금 나를 싫어하는거야.

나를 미워하고 있어.

현승이만 이뻐하고 나는 미워하는 거야.

그치? 지금 채윤이를 미워하고 있지?


이러고 있을 때.

'채윤아! 너 엄마가 너 밉다고 말한 적 있어? 너한테 싫다고 말한 적 한 번이라도 있어?'

하고 일격을 가했다.

잠깐 생각하던 채윤이.

'없어!'

'그것 봐. 엄마는 너 미워하지 않어. 너는 엄마가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엄마 미워 그러지?

엄마는 니가 아무리 말 안들어도 속상하기는 했지만 너를 미워하지는 않아.

그런 것 같애 안 그런 것 같애?

했더니 합리적인 김채윤. 바로 꼬리 내리고 사실을 인정했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ㅎㅎㅎ


평소 아무리 속상해도 절대 하지 않았던 말.

채윤이 미워. 너는 나쁜 애야. 너를 싫어해. 바보야. 멍청아....등등 이런 말이다.

채윤이가 '엄마 미워'할 때도 '나는 그래도 김채윤 좋아하는데...'했고.


머리 좋은 채윤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 적이 없으니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이럴 때 '압승'이라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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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기도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에서 좋은 생각들을 많이 길어올린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얻은 통찰은 한 번쯤 정리하지 않고 지날 수 없는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온통 자녀교육 잘하기에만 눈이 뒤집힌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가끔은 위를 올려다보는, 다시 말해서 우리의 부모님을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일을 하고 있나?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말이다.
 
졸업식에서 상을 받고 대표로 연설을 하기로 되어있던 저자가 단상에 올라가 섰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낄낄거리며 말했단다. '저기 저 술주정뱅이 좀 봐'라고...그 술주정뱅이는 다름 아니 저자의 아빠였고, 당시 저자와 저자의 가족은 술에 취한 아빠로 인해서 공포와 고통 속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런 순간에 육신의 아버지가 아닌 하늘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내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겠다. 그 분을 용서하겠다' 결심하고 연설이 끝난 후에 아빠의 손을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께 아빠를 소개시켜 드렸다는 얘기.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내적치유를 위해서는 과거의 아픔을 다 끄집어 내고, 털어내서 직면하고 또 직면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많은 상담가들의 얘기가 성경처럼 여겨지는 요즘에 '더 이상 부모님의 약점을 들추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긍정적인 것에 촛점을 맞추고 깨끗하게 용서'하라는 메세지로 들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유산을 전수해주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의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최근까지도 우리 시어머님이 남편을 칭찬하지 않으면서 키웠기 때문에 가져온 결과들에 대해서 곱씹고 묵상하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비난하곤 했었다. 그런 면에 촛점을 맞추면서 대체 어머니가 양육을 위해서 잘하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과 우리 부부,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렇게 세대의 위 아래를 두루 살펴보니, 좋은 선택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부모님들로부터 받은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것을 은혜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친정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 한결 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 분들로 인해서 온 상처들로 온통 피해의식에 싸여 있을 일이 아니었다.그나마 이 정도로 믿음을 유지하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일궈 나가게 된 유산이 바로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온 유산이었다는 것.
 
채윤이와 현승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해 알게 하는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분들을 존경하고, 그 분들의 질곡의 세월들을 감싸 안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겠다.
 
이런 결론을 얻은 이후로 몇 달 동안 시부모님 섬기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가벼워졌다. 그 분들로 인한 섭섭함이나 노여움이 오래 가지를 않는다.
 
이 또한 나 스스로 부모됨이 주는 또 다른 성숙이 아니겠나?

200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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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채윤이 큰아빠 집에 다녀오셔서는 걱정이시다.

채윤이보다 한 달 늦은 사촌동생이 있는데 아기 적부터 말하는 것, 걷는 것 등이 채윤이랑 많이 차이가 났었다. 실제 차이는 한 달이지만 1월 생이라서 나이가 다른데 정말 한 1년 정도 차이나는 것으로 식구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헌데, 그 사촌동생이 글을 다 읽더란다. 받침 없는 글씨는 물론이고 웬만한 받침 글씨도 다 읽는다 하시면서 은근히 걱정을 내비치셨다.

'인생의 낙오'란 그런 것이다. 다들 글씨 알고 학교 가는데 글씨도 모르고 셈도 못하면 거기서부터 낙오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씩 낙오되다 보면 다 뒤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피아노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원을 보내서 글씨를 가르쳐야 한다.

 

그 자리에 채윤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ㅜㅜ


이제 시부모님 앞에서도 웬만한 얘기 맘 편히 할 수 있는 며느리.

아버님의 태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소신을 펼쳤다.

'아버님! 글씨 먼저 안다고 공부 잘하는 거 아녜요. 제가 유치원 교사도 해보고 초, 중, 고생 과외도 다 해봤어요. 시은이는 돌이 넘어서부터 선생님 붙여서 한글공부 했는데 당연히 글씨 읽겠죠. 채윤이는 제대로 앉아 글씨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몇 글자 읽고 쓰는 것이 다행이죠. 채윤이가 글씨는 늦게 깨치는 것은 맞지만 괜찮아요. 학교 갈 때까지 모르면 학교 가기 전에 한 두 달 붙잡고 시켜도 되고요.....

제 생각엔 애들이 글씨 배우면서  공부 싫증내는 걸 배워요. 글씨를 부담없이 배워야 처음부터 공부 싫어하지 않아요. 글씨가 좀 늦되면 늦되는대로 가르쳐야죠. 저는 걱정 안해요. 아버님! 채윤이가 꼭 공부 잘 하리라는 보장도 없구요.

채윤이 나이에는 신나게 노는 게 최고의 공부예요. 좋은 유치원은 글씨 안 가르쳐요. 유치원에서 애들하고 젤 하기 쉬운게 글씨 가르치는 거예요. 어린 것들이 앉아서 책 베껴 쓰고 있는 것 저는 안되 보여요.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게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있는데 글씨는 학교 가기 전까지 천천히 배우면 돼요. 차라리 편식하지 않고 먹는 거, 친구랑 동생이라 사이좋게 지내는 거, 인사 잘 하는 거, 잘 자는 거 이런 거 배우는게 중요하죠. 그게 안 되는데 글씨만 배워서 뭐해요. 채윤이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지 생각 똑바로 말하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해요'

 

물론 이렇게 정리해서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할 말은 다 했다. 아버님이 뭐라 하셔도 사실 나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학교 가자마자 알림장 쓴다고 하니 올 겨울에는 쫌 집중적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있고, 수민이 같은 경우만 봐도 누가 가르치치 않아도 지가 좋아서 혼자서 터득하기도 하니까 올해 안에 그런 시기가 오면 좋겠고...

또 공부를 잘하는 채윤이가 되면 좋겠지만 공부 잘하는 것은 글씨을 먼저 알고 아니고가 아니라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게 염려가 되지도 않고..


설령 채윤이가 공부를 못해도 낙오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채윤이게 가르치리라. 채윤이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것으로 자존감이 너무 낮아진다면 대학, 대학원 내내 과외선생으로 먹고 살던 엄마가 가르치면 될 것이고, 공부를 못해도 스스로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면 될 것이고...

공부를 잘한다면 물론 더 바랄 것이 없에 좋겠고...


부디, 지금 이 마음을 나 자신이 잃지 않기를...

엄마노릇도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부부관계도 더 좋아지가 위해서는 다른 부부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모임들을 남편과 함께 시도했었다.


채윤이가 커갈수록 양육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내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을 느끼면서 좌절하는 날이 많고, 후회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정말 어디다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을 때는 김인아에게 전화를 해서 고백하고, 위로받고, 또 서로의 얘기들을 나누곤 했었다. 그러면서 둘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만남을  꿈꾸고 기도했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웠고 아직 어린 아이들도 문제였고,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그렇게 저렇게 힘들 때마다 서로 통화하고 들어주고 기도하자고 토닥여주면서 시간이 흘러왔는데....


구체적으로 기도하던 그대로 일주일 중 하루의 일이 조정되었다. 또 이렇게 저렇게 다섯 명의 엄마들이 각각의 갈급함을 가지고 모이게 되었다. 첫 모임을 하고 인아하고 그렇게 얘기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에도 돌아올 시간에 맞춰 해산해야 하기 때문에 주어진 두어 시간을 금쪽같이 여기며 책 읽은 얘기를 나누고 기도하면서 '만남'을 통해서 '성숙'을 허락하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생각한다.

'민들레 영토'라는 공간이 주는 값비싸지 않은 고상함이 좋다. '민들레 영토' 세미나실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하다보면 결국 '나'의 얘기를 하게된다. 그리고 '나'의 얘기는 결국 '그 분'과의 교감, 즉 기도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끝맺음 된다.


다들 부족한 또는 나쁜엄마라 생각함에도 어쩌면 그렇게 하나 씩을 아이들을 향해서 잘 하는 부분이 있고, 또 그 잘하는 부분들이 다 다른지...서로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배움이고 성숙인 것 같다.


두 시간의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뒤에 남은 30분은 기도시간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나눔이야 하루 종일을 잡아도 끝이나지 않을 아줌마들의 얘기 아닌가?

기도시간 30분!

이것을 위해서, 엄마들이 함께 기도하기 위해서 그 어려운 시간을 내고, 그 많은 일상의 발목잡는 것들을 스톱시키고 만나는 것이다. '엄마들의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는 것....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꿈은★이루어졌다.

2006/05/13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린이날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선물 받는 날'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치료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나는 아주 가까이서 어린이 날을 본다.

해서, 산타에 유감이 많은 것처럼 어린이날에도 유감이 많다.


다행이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어린이 날' 선물을 꼭 받아야 한다는 걸 모른다.

안 줘도 그리 섭섭해하지 않았을테지만 곁에 있는 아빠가 섭섭해해서 채윤이는 머리띠를 현승이는 모자를 사줬다.


어린이날 어디를가든 사람이 터져날텐데 일단 내가 갈 자신이 없었다.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 예상은 됐지만 천안에 있는 아빠를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

채윤, 현승에게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다. 엄마랑 긴 시간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간이 군것질을 하고, 일주일 동안 그리던 아빠를 만나고...

차가 막혀서 긴 시간이긴 했지만 나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빠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좀 노는데 잔디밭에서 풀인지 곤충인지를 들여다보고 뛰어노는 두 녀석이 너무 예뻤다. 애들이 있어야 할 곳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서 올림픽공원에나 가볼까 했더니 채윤이가 엄청 좋아했는데...채윤이는 올림픽공원을 올림픽상가에 있는 광장으로 알고 있었나보다. 거기서 한 번 트럭에서 태워주는 쬐만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두 녀석 모두 바이킹 타는 거, 동전 넣고 움직이는 자전거 타는 것에 정신이 홀딱 빠져있었는데...바로 몇 시간 전 천안의 잔디밭에서 보던 여유있고 행복해 보이던 모습과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어서 서둘러 애들 데리고 성내천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애기똥풀을 찾아보고했다. 그리고는 고덕에 있는 동네 놀이터에 갔더니.....애들은 다~들 놀이공원 가고 텅텅 비어 있었다. 그 한가로운 놀이터에서 두 녀석 맨발 벗고 신나게 놀아재꼈다.


채윤이가 더 커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붐비는 놀이공원으로 가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해야할 날이 올 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면 '어린이 날'을 가족이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로 쭈~욱 보낼 수 있었음 좋겠다. 이번 어린이날 처럼 엄마빠가 사주는 선물때문에 행복한 날이 아니라 엄마빠랑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



 2006/05/09

지난 주 샬롬찬양대에서는 '보혈찬송 메들리'를 불렀다.

찬송가에 나오는 여러 곡의 보혈찬송들을 마치 처음 보는 노래를 부르듯 해석하고 곱씹어서 불렀다.

'보혈'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인 '보혈'은 '죄를 씻는, 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상하게도 이 찬양을 묵상하고 묵상할수록 요즘 채윤이와 나와의 관계가 마음 속에 떠올랐다.

게다가 지난 주 금요일에 같이 카풀을 하는 채윤이 친구 엄마와의 통화는 다시, 또 다시 생각해보는 아프지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 엄마는 늦게 셋째를 본 나이 지긋하신 분인데,

양육의 철학은 '무조건 칭찬하라' '혼내지 않아도 잘못한 건 지가 다 안다' 이것이다.

옆에서 봐도 참 자유롭게 큰 아이다. 우리 집이나, 우리 부모님 댁에서 놀면서 맘대로 냉장고 열어서 아이스크림 꺼내 먹고 또 꺼내 먹는 아이니까.


이 엄마가 보기에 채윤이가 너무 어른 같은 말을 하고, 유치원에서 놀 때 보면 친구들하고 잘 못 어울리고, 얼굴이 항상 어둡단다. 그러면서 채윤이 같은 아이는 칭찬을 많이 받고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하신다. 집에서 보는 채윤이와는 다른 모습이라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별 말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른 부분을 몰라도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는 것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서 다음 날 유치원 선생님께 여쭤봤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많이 아팠다. 그 엄마랑 양육관이 달라서 생긴 관점의 차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돌아볼수록 내가 너무 '선생님 같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오랫만에 우리집에 와서 하루 주무신 엄마도 '일곱 살 짜리가 뭐 안다고 그렇게 애를 이래라 저래라 했샀냐? 나는 너 키울 때 그르케 안혔다. 그냐~앙 놔뒀다' 하셨다.


일곱 살 된 채윤이가 뺀질 거리면서 말을 안 듣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나 엄마의 욕심에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한다고는 하지만 지적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이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혈 찬송'을 부르면서, '죄'에 대해서 많이 묵상을 하면서...

결국 내 약점이 드러나는 그 지점. 

좀 넘어갈 때 넘어가주지 못하고,

감정반응이 많고,

때문에 한 번 상한 감정은 빨리 풀어내지 못하고,

일일이 내 손 안에 잡혀야 안심을 하고...


생각을 해보니 채윤이 양육에서 어려운 그 지점은 바로 내가 잘 짓는 죄의 목록과 맞닿아 있었다.

채윤이 역시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불순종과 불평, 핑계, 거짓말을 시작하는 죄의 습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내 죄와 채윤이의 죄가 만날때 채윤이는 스트레스 받고, 나는 애를 잡는다.


'주의 보혈 능력있도다. 주의 피 믿으오. 주의 보혈 그 어린 양의 매우 귀중한 피로다'

'죄에서 자유를 얻게함은 보혈의 능력 주의 보혈, 시험을 이기는 승리되니 참 놀라운 능력이로다'


결국, 이런 죄를 해결할 방법은 교육심리학 박사가 쓴 양육서가 아니라!

죄를 회개하고, 그 분 앞에서 더 성화되고 깨끗해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십자가 앞에 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주의 은혜 아니고는 엄마 노릇도 지대로 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주의 은혜, 보혈의 공로 힘입어 엄마 노릇하기.

오늘도 기도한다.

2006/04/11

채윤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학습 준비도 검사'라는 것을 했다. 나도 예전에 유치원에 있을 때 '학습 준비도 검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온 아이들과 엄마들의 기선제압을 해야했던 적이 있었다.

'학습 준비도 검사' 이러면 그 용어만 들어도 엄마는 쫄게 되어있고 긴장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검사라는게....표준화된 검사도 아닌 것이, 출처도 불분명한 것이, 딱히 아이들에 관해서 제대로 측정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 이름만 거창한 것이다.


암튼, 채윤이도 이번에 유치원을 옮기면서 학습준비도 검사를 했다. 입학식 마치고 유치원 교실에서 했는데 선생님이'검사'에 대한 개념없이 진행을 하셨다. 엄마빠 쳐다보고 있지. 다른 아이들 왔다갔다 하면서 들여다 보지. 게다가 다른 학부모 몇 명까지 멀찍이 앉아서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윤일 앉혀 놓고 '노래를 해봐라' '이게 몇 개냐?' '리듬을 따라 쳐봐라' '선생님을 따라 걸어봐라' 하면서 검사라는 것을 하셨다.

(심리검사 담당 김인아 선생님! 이런 검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우?)


채윤이는 완전 쫄아가지구....대답하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손뼉도 제대로 못 치고, 노래는 커녕 따라서 걸어보라는데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몸을 베~베 꼬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빠 마음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개념없는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가 그 검사하는 책상 옆에 가서 계속 주의를 흐뜨리는데도 그냥 바라보고  서 있고 말이다.


'무대체질'이라고 불리던 채윤이가 요즘 들어 유난스레 부끄러워 한다. 어릴 때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잘 하더니 이제 사람들이 있으면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학습 준비도 검사'를 하는데 '노래 해보라'는 지시에 입도 뻥긋 못하는 걸 보고 참으로 속상했다. 끝나고 나서 '선생님! 채윤이가 다른 건 몰라도 노래는 디따 잘해요' 하고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검사의 채점란에 어떻게 체크가 될 지도 뻔히 아는 엄마가 아닌가?


한 개 더 느긋해지고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채윤이가 할 수도 있는데 못 보여주는 것은 언젠가 지가 편해지면 드러날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채윤이를 다그치거나 엄마가 나서서 설명하고 그럴 일도 아닌 것 같다. 또 속이 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채윤이의 모습도 허허롭게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건 엄마가 도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집에서 채윤이를 격려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채윤이는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할테니까 말이다.

채윤이의 장점을 잘 찾아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엄마의 해야할 일이지만 '채윤이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남다르길'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진정으로 남다른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엄마 조차도 오늘, 지금 여기 있는 채윤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채윤이가 어디가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나?


굳이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사실은 엄마인 내게 너무나 필요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2006/03/30

채윤이를 낳은 곳은 사당동이다. 총신대 맞은편에 집이 있었다.

내 젊은 날 강남의 내로라하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면서 사립유치원의 내막을 알고 있는터라...

웬만하면 대학부속 유치원이나 제대로 교육한다고 하는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다.

별 것도 아니다. 학부모 눈치보지 않고 대학 유아교육과에서 배운 그대로 소신껏 교육하는 곳을 원하는 정도였으니까.

암튼, 그래서 '나중에 채윤이 크면 총신대 부속유치원에 보내야지'하고 생각했었다.


헌데, 채윤이 7개월 때 갑자기 친정엄마가 건강이 안 좋아지시는 바람에 양육 때문에 하남시로 이사를 해서는 난감해졌다. 하남시에서 보낼 유치원이 없는 것이다. (돌도 안 된 아이 유치원을 벌써 걱정하는 극성엄마?)

일단 공교육이 되는 초등학교 때부터는 학교에 관한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이 든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주어진 악조건 하에서 최대한 열심히 키워야겠지만 유치원은 선택가능성이 있으니까.


암튼, 하남시에서 가장 가까운 제대로 된 유치원은 잠실에 있는 새세대 육영회 안에 있는 유치원이었다. 그 때 그렇게 기도를 했다. '하나님! 채윤이가 여섯 살 즈음에는 잠실 근처로 이사해서 육영회 유치원 보낼 수 있게해 주세요.'하고...


그렇게 기도했지만 채윤이가 다섯 살일 때 우리는 덕소에 있었고 덕소에 있는 사립유치원 2년을 다녔다. 교육비 장난 아니었고, 선생님들이 친절하기는 했지만 학부모 눈치보며 구미에 맞는 말 하는 것에만 선수였다.


그리고 곡절 끝에 일곱 살 채윤이는 지금 마석 가는 길, 산 속에 있는 시골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닌다. 종일반 어머니 회의가 있다고 해서  유치원에 갔던 지난 금요일. 채윤이 교실에 앉아서 바라보는 창 밖은 온통 산이다. '점심 먹고 나서는 밖에서 한 시간 정도 놀아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엄마들이 기겁을 한다. '한 시간 씩이나 놀아요? 그럼 공부는 언제해요?'하고...

아~ 그 말에 나는 쾌지를 불렀다. 이 좋은 공기에 한 시간 동안 온갖 에너지를 발산하며 넓디 넓은 운동장을 누빌 채윤이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래 유치원은 그런 곳이다. 엄마빠 불러다 행사하고, 글자를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맘껏 놀도록, 정말 잘 놀도록 하는 곳이 유치원이다!!

그 때 6년 전에 했던 기도가 생각났다. 지금도 기도수첩 어딘가를 뒤져보면 있을 것이다. '하나님 우리 채윤이 제대로 된 유치원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했더 그 기도. 나는 잊었는데 하나님은 잊지 않으셨다.


요즘 채윤이가 집에 와서 자주 하는 말이다. '엄마! 병설 유치원은 안 되는 게 없어. 컴퓨터 해도 되고, 피아노도 만져도 돼. 놀잇감도 많고 어떤 놀잇감이라도 만지면 안 되는 거 없어.' 한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면서 어땠는지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기도도 했었다. '하나님! 최소한 채윤이 아침밥을 먹이고 유치원이나 학교를 여유있게 배웅하며 보낼 수 있는 일을 하게해주세요. 아니면 집에서 전업주부로 쉬게해 주세요'  매일 아침 아침을 해서 먹이고, 오후 간식을 직접 만들어 싸서 내 차에 태워서 유치원에 들여보낼 수 있다. 이 역시 나는 잊었던 기도를 하나님께서 잊지 않으신 것이다.


나 혼자 양육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한 일. 기도 들으시는 하나님이 당신의 자녀를 당신의 손으로 키우시니 이 어찌 찬양 안할까?

2006/03/17

엄마 생일축하 식사를 했던 날 얘기다.

유혹의 거리 롯데월드에 있는 큰 맘 먹고 씨즐러에서 식사를 하는데....

2인분 돈 내고 쫌 과장해서 4인분에 가까운 양을 먹지 않았을까?

점심이 부실했던 탓에 두 녀석이 먹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워낙 가리는 것도 없는데다가, 기분이 좋으니 어찌나 먹어대는지...

그리고는 놀이방에서 신나게 놀고.

채윤이 현승이 둘 다 기분이 하늘을 날은다.


식사를 하고 롯데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언제부턴지 채윤이가 심사가 꼬인듯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주차장 가는 길, 차 안에서도 여전하다. 장을 보는 동안 목이 말랐는데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안 사줬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빠가 퍼즐을 사주기로 했는데 나오는 길에 보니까 퍼즐 파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


차 안에서 김채윤의 투덜거림과 짜증은 극에 달했다. 앞 좌석에 앉아서 '너는 이미 아이스크림까지 충분히 먹은 상태였다. 엄마빠는 오늘 너를 최고로 기분 좋게 해줬는데 너는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하는 논리로 설명을 하건만, 따박따박 지 나름대로의 논리로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기세다. 어쨌든 자기는 많이 걸으면서 목이 말랐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조용히 침을 흘리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현승이에게 '현승아! 너는 오늘 엄마빠가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재밌게 해줘서 어떤 마음이 들어' 했더니 '고마운 마음' 했다. 김채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현승이에게 오버하면서....'어구~~~그래? 우리 현승이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구나'했더니....


불쌍한 김채윤. 서럽게 울기 시작.

'저거 봐. 나한테는 친절하게 하지 않고 현승이한테만 친절하고....애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 내 말은 받아주지도 않고...그러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엉엉엉....내가 엄마빠 사이에서 태어나질 말걸 그랬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저런 엄만거를 몰랐어.엉엉엉.....저렇게 애를 불쌍하게 하는 엄마가 어딨어...엉엉엉'


갑자기 남편이 했던 말이 뇌리를 때린다. '당신은 채윤이한테 대할 때보면 당신 같지 않아. 너무 논리적으로만 따지고 드는 것 같아. 사람이 그런 걸로 변하나?'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럼, 채윤이도 오늘 엄마빠한테 감사한 마음이 있어?' 했더니 '그럼. 내가 감사한 걸 왜 모르겠어' 한다. '그러면 채윤아! 표현을 해줘야지. 엄마는 채윤이가 짜증만 내니까 감사한 마음은 없는줄 알았잖아' 하면서 결국에 채윤이가 '엄마 아빠! 오늘 감사해요' 하는 표현을 하도록 했다.


여기까지 하고는 나는 '이야~ 드디어 김채윤하고 싸우지 않고 대화로 문제해결 하기 성공했다'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뒤에서 채윤이 '아빠! 아빠, 제가 아까 있잖아요. 롯데월드 거기 걸어가면서 아이스크림 때문에 아빠한테 짜증낸 거 죄송해요' 한다.

 

앞좌석에 앉았던 엄마빠 서로 엄청 당황스러운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사과하는 채윤이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대견스럽고 감사하다.

20006/08/17

며칠 늦은 생일축하를 했다.

초등부 성경학교를 마치고 겨우 마음에 여유가 생긴 남편과 아이들 함께 롯데월드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주차를 하고 밥 먹으로 가는 길.

아~ 그 길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아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유혹의 길이다.

여자애들 남자애들 할 것 없이 애들이 좋아할 장난감, 인형, 악세사리는 다 있는 곳이니까.


그 길을 네 식구가 걷는데....

채윤이가 현승이 손을 잡고는 엄마빠 뒤를 쭐레쭐레 따라온다.

두 녀석은 장난감 구경에 약간 넋이 나가있는 듯도 하고.


남편과 걸으면서 '우리 애들은 이런 면에서 참 착해. 뭐 사달라고 떼쓰고, 바닥에 눕고 이러는 적 한 번 없었잖아.' 하는 얘기를 했다. 아닌게 아니라 신기한 장난감을 보면 '아~ 강아지가 움직인다' 하면서 쳐다보고는 입 헤~ 벌리고 보다가 이내 엄마빠 뒤를 쭐레쭐레 따라 걷는다.


그 유혹의 길을 걸으면서 '엄마! 나 저거 사 줘!'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두 녀석 다.


채윤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장을 보러 마트에 가서는 이것 저것 쇼핑카트에 담으려고 할 때 마다

'채윤아! 우린 이게 필요하지 않아. 우리가 필요한 건 이거야'

'채윤아! 이건 집에 있어. 그리고 이건 있으면 좋지만 너무 비싸'하고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설명을 했다. 말이 빨랐던 채윤이가 돌이 좀 넘어서 아장아장 할 때 LG 마트에 장 보러 가서는 커다란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 우리 피요해?' 하고 묻는 바람에 옆에 있던 마트 직원이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차분히 설명했던 것이 쌓여서 좋은 습관이 되어준 것 같다. 지 누나를 보면서 배우는 현승이 역시 뭘 사달라고 하다가도 사지 않아야 할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면 잘 타협을 하곤 한다.


'채윤아! 우린 이게 필요하지 않아'

'이건 채윤이가 가지고 싶은 걸 알지만 우리가 사기에는 너무 비싸.

 살 수도 있지만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진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야'

'정말 채윤이가 갖고 싶으면 사 줄 수는 있지만, 엄마 생각에 그건 채윤이를 위해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젤 행복한 거야'


이렇게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끊임없이 가르치기!

갖고 싶어하는 채윤이의 마음을 묵살해버리지 않고 진실하게 엄마 마음을 전하기!

소신을 가지고 가르친 보람일까?


둘이 손을 꼭 잡고 롯데월드 쇼핑몰을 당당히 걸어가는 채윤이와 현승이가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2006/02/27

새로 디카를 산 지가 한 달도 안됐는데 갑자기 전원이 나가고,

조정 키들이 하나도 먹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채윤이 노래를 녹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열이 받아가지구...'산 지 얼마나 됐다구...싼 게 비지떡이야. 으이구....'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뻘쭘하니 작은 소리로 한 마디를 한다.

'엄마! 그거 사실은 내가 아까 떨어뜨렸어'


이렇게 말하는데 뭐라 야단칠 수도 없고, '엄마가 함부로 만지지 말라구랬잖아'하고는 이리 눌러보고 저리 눌리보다가는 번쩍 정신이 들어서 채윤이를 봤다.


아직도 뻘쭘하고 미안하고 민망스런 표정.


'채윤아! 엄마는 디카 고장나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게 한 가지 있어. 채윤이가 엄마한테 얘기하면 혼날텐데도 정직하게 말해줘서 그건 기분이 좋아'


라고 억.지.로. 말했다.


진심은 그렇지 않다. 채윤이 정직이고 뭐고간에 디카 고장난 것이 더 속상하고 AS 받을 생각에 귀찮아 죽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그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디카보다 채윤이의 정직한 고백 한 번의 가치가 비교할 수도 없이 크다는 것을 엄마 스스로 깊이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껴야 채윤이가 '정직함'에 대해서 '좋은 것'인 줄 알고 배우지 않을까?


며칠이 지난 일인데도 계속 마음에 남는 것이 이런 일로 채윤이보다 엄마가 더 먼저 배워야 할 일인가 보다. 며칠 지났지만 오늘 다시 한 번 더, 찐하게 진심으로 칭찬을 해줘야 쓰겄다.

2006/02/21

결혼 전, 남편과 교제를 처음 시작할락 말락하던 때 받은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에 '주 안에서 사랑하는 신실이 누나'라는 대목이 있었다.

나는 그 표현이 참으로 비겁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게 사랑을 한다는 거냐? 안 한다는 거냐?

'주 안에서'라는 말이 뒤에 나오는 '사랑'이라는 말을 매우 애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당시 김종필에게 했더니 자신에게 있어 '모든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나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그 말을 맞는 말이다.

남편을 사랑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내 사랑으로 남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뼈에 사무치게 느끼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고자 나를 비워내는 연습을 부단히 해왔다. 그런 대전제가 남편과 내가 여전히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더 서로에게 애틋한 이유일거라 생각한다.


남편에게만 그런 줄 알았다.

오늘 문득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채윤이가 부쩍 자라면서 또 내가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면서 이제껏 양육하며 별로 내보지 않았던 불같은 화를 많이 냈다. 매를 때릴 때도 참으로 침착하게 때리노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 무너져버렸다. 내 분을 풀려고 때리는 매가 더 많았다.


엄마로서 자기 아이는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니까, 보기만해도 이쁘니까 사랑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본능에 충실하면 되겠지....오.산.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다. 본능적인 사랑은 오래지 않아 그 바닥의 이기심과 자기애를 드러내고 만다. 한계에 다다랐는데도 돌이키지 않으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남긴 것처럼 나도 그 길로 갈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났다.


채윤이와 현승이를 사랑하면서 이제 다시 이 찬양으로 기도할 때가 됐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형제 안에서 주의 영광을 보네. 주의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우리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주가 우리 사랑하듯 서로 사랑해야죠. 약한 우리 힘으로는 사랑할 수 없으니 주의 힘을 의지하여 서로 사랑합시다'


이렇게 은혜로 깨달음을 주셔도 또 잊고, 또 잊는 엄마.


성령님! 잊어버리지 않게 도우소서!

2006/06/10

요즘 남편이 초등부 설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 대화의 큰 화두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말씀의 본질적인 메세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성경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요즘 큐티 내용이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전하는 것이 주제라서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예전에 썼던 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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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는 채윤이에게 성경 이야기를 잘 들려주지 않는 편이다.

'잘'이 아니라 거의 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치부 설교를 몇 년 하면서 아이들이 성경이야기를 너무 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요셉'이러면...'나 저거 알아. 우리집에 책 있어. 우리 엄마가 얘기해 줬어. 요셉이 인제 꿈꾼다....'이러면서 말이지. 주로 똑똑한 애들이 그러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아이한테 설교하는 건 재미가 별로다. 새로운 얘기를 듣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설교자로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설교자 입장 뿐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도 이런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얘기를 선생님이 하고 있으니까 호기심이 일단 떨어지고, 또 아이들 특성상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설교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경험인데 . 너무 반복적으로 들은 성경이야기는 스스로의 말씀 묵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철이 많이 들기 까지는 어렸을 때 들은 그 얘기의 맥락 그 이상으로 생각(묵상)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부른 찬송, 많이 들은 성경은 커서도 쉽사리 은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겹기만 했지.(아마도 억지로 저녁마다 가정예배 시키고 성경 읽히고 그러셨던 부모님 때문인 것 같다.ㅜㅜ)

 

그런 생각 때문에 나는 채윤이이게 성경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거의 사 주지 않고 읽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하나님의 인격,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적인 메세지를 얘기하는 것에 더 많이 시간을 할애하였다.

 

예를들면, '채윤아! 하늘 좀 봐! 어때? 그래~ 너무 파랗지? 예뻐? 저거~ 선물이래. 하나님이 채윤이가 보고 좋아하라고 채윤이 위해서 만들어 주신 선물이래. 진짜야. 저 민들레 너무 예쁘지 그것도 선물이야. 하나님이 예~전에 채윤이 보여주실라고 만드신 거야. 채윤아 사랑해. 너 가져. 그리고 니가 잘 지켜줘~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저 민들레가 피게 하신거야~'

'채윤이가 친구랑 사이좋게 안 놀구 고집부리구 소리 질러서 친구를 슬프게 하면 누가 슬픈 줄 알어? 하나님이 슬퍼서 함께 우셔. 그건 하나님한테 소리 지르는 거 하고 똑같애'

 

얘기가 길어졌는데.....암튼, 그래서 채윤이가 예수님의 이 십자가 사건을 잘 몰라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 부활절 쯤에는 유치부에서 설교듣는 수준이 또 업글 될테니 이렇게 맹구 같이 짜집기 하진 않을테니까......^^
2006/03/30

저는 채윤이 입니다.

우리 엄마가 월요일 마다 미쳐요.

일곱 시가 넘어서 깜깜할 때 집에 돌아오는데요...이미 들어올 때부터 얼굴이 장난이 아녜요.

우리 보고 웃지도 않구요. 얼굴이 딱딱하구요, 마음도 딱딱한 것 같아요.

피곤하대요.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음악치료 했대요.

그러면서 우리 말에 대답도 안 해주고요,

대답 안하는 엄마에게 자꾸 말시키다가는 죽어요.

바로 그 순간에 엄마가 미치거든요.

막 소리지르구요. 나를 때릴려구 매를 찾으러 돌아다니구요.

내가 쪼금 말 안 들었는데도 많이 말을 안 들은 것처럼 막 화내구요....


그러면 저는 현승이랑 대충 놀다가 자요.

미쳤던 엄마는 우리가 잠이 들면 광기가 가라앉아요.

잠든 내 얼굴, 현승이 얼굴 만지고 부비고 뽀뽀하고 그런다니까요.


일단 우리가 잠을 자주면 엄마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나봐요.

아빠랑 통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 받으면서 기도를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아마 주일을 지내고 아빠랑 떨어지는 월요일이 엄마는 힘든가봐요.

주말에 아빠랑 얘기도 많이 못하고, 또 월요일에 치료도 많대요.

걸핏하면 낮에 우리집 열쇠 열고 들어와서 냉장고 뒤지시는 할머니도 한 몫을 하시는 것 같아요.


다행인 건....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천사가 되어 있는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꼭 거실에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더라구요.

내가 엄마 옆에 가면 엄마가 날 꼬옥 안고 기도를 해줘요.

어떤 때는 나한테 너무 많이 화낸 거 용서해 달라고 기도할 때도 있어요.


채윤이의 바램은요...

울 엄마가 월요일 아침부터 기도하는 거예요. 기도하면 다 좋아질 걸...굳이 안 하고 버티면서 미칠게 뭐예요? 울엄마가 다음 주 부터는 월요일 하루 종일 기도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빠랑 떨어지는 것도, 치료가 많은 것도, 할머니의 가택침입 이런 것도 다 잘 극복하고 평안할 수 있을 것 같애요.


울엄마는 언제쯤 철이 들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것, 흔히 애착형성을 잘 하는 것.

사실 중요한 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애착형성이 잘 되지 않아서 자라면서, 아님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런 애착형성에 낙제점을 받지는 않는다.

보통의 엄마들은 보통 정도로 애착형성을 한다.


어릴 적에, 아기일 때 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아기 적에 할 수 있는 교육.

나는 좋은 의식주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사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

그래서 적절한 시기의 대소변 훈련도 참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나는 애들을 잘 거둬 먹이는 엄마는 못되는 것 같다. 애들이 나랑 있으면 그리 많이 얻어 먹질 못한다. 할머니가 진짜 잘 거둬 먹이신다. 고루고루...

이유식이라고 따로 해먹인 기억도 몇 번 되지 않고 모유도 못 먹였다.ㅜㅜ

아이들이 먹을 걸 먹기 시작하면서 그저 어른이 먹는대로 먹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다.

아이라고 따로 소파에 앉아서 먹거나 밥 안 먹고 딴 걸로 끼니를 때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 식구니까 같이 앉아서 같이 먹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어쩔 수 없이 못 먹는 것인 있긴 하지만(나도 여전히 파를 못 먹으니까.ㅡ.,ㅡ)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을 최대한 칭찬해 주었다.


이런 습관은 평생을 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씨를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때를 놓친다고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식습관이 잘못 됐다고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먹는 일은 사람이 사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요즘 읽는 폴스티븐스의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에서 '먹는 걸 보면 '우리의 먹는 모습이 모든 걸 말해준다'라고 했다. 에서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장자권을 먹을 것에 파는 에서, 그리고 먹는 걸 가지고 속임수를 부리는 야곱.


나중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갈등을 하고 감정을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식탁에서 만큼은 아이들을 훈계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가정을 생각하면 행복한, 따뜻한 식탁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아빠가 없어도 꼭 아침식사를 제대로 차려서 아이들과 먹는다. 먹으면서 함께 기도를 한다. 두 녀석 중에 자원하면 대표기도를 시키고 둘 다 원하지 않으면 내가 한다. 같은 내용으로 늘 기도한다.

'주신 식탁이 너무 감사합니다. 잘 먹고, 하루도 잘 살게 해주세요. 오늘도 먹을 것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저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언제든지 우리가 나눌 수 있게 해주세요'


이 기도의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식탁영성을 가르치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 내일부터는 한 가지를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정의 식탁 가운데 늘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 성령님. 우리 식구가 먹을 때마다 성령님을 사이에 두고 먹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잘 먹고, 제대로 먹고, 감사히 먹고, 먹을 것에 욕심내지 않고, 즐겁게 먹을 것을 나누는 아이로 자라기를 기도한다.

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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