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원에 잇대기3271 어버이날 하얀 꽃 며칠 산책에 실패했다. 비가 그쳤나 싶어 나가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비 맞으며 걸을까, 들어가 우산을 챙겨 나올까 갈등하다 생각보다 차거운 비에 집으로 들어오기를 두세 번. 완전히 그친 것을 확인하고 밤산책에 나섰다. 길은 젖었으나 적당한 기온, 적당한 바람에 며칠의 결핍감이 싹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탄천 길 좋다. 아, 좋다. 향기로 존재감 뿜뿜하는 아카시아가 코와 눈과 마음을 잡아끌었다. "하나님, 아카시아 향기가..."로 시작했다는 어머니의 대표기도가 다시 생각난다. 아카시아 향에서 하나님을 느끼는 감성과 영성이 우리 어머니에게 있다는 것, 아는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 영혼의 아름다움을 나만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어머니는 아카시아꽃이다. 탄천에 찔레꽃이 있었다고? 길 오른편에.. 2024. 5. 9. 나를 위해서 하는, 좋아서 하는 요리 에필로그는 "인생 후반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진짜 여행이고 여행지는 네팔이다. 독자들은 어쩌면 지나칠 이야기이겠으나, 가장 무게가 실린 내용은 이것이다. 네팔에서 지낼 1년 동안 머리 염색을 끊겠다는 결심이다. 30대부터 흰머리인지 새치가 나서 일찍이 뿌리염색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말총머리로 굵고 검고 빛나는 머리칼이었는데... 한두 달에 한 번 하는 염색을 건강한 모발이 견디지를 못했다. 언젠가 염색을 끊으려 했는데 현승이가 성인 될 때까지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했는데, 성인이 되었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꾸역꾸역 하고 있다. 이래저래 시기를 놓쳤더니 뿌리 쪽이 또 하얗다. 동네 두피관리 샵 같은 게 생겼는데 "뿌리염색 25,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가격도 좋고, 집 앞이니 산책 나가는 길에 .. 2024. 5. 7. 기도, 기도제목, 기도회의 치유 하나충신교회 사경회를 얼마 앞두고 목사님께 기도제목을 묻는 메시지가 왔다. 기도제목을 말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 한두 줄 말로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뭐랄까, 하나님과 조금 사무적 관계가 되는 느낌이랄까. 남들이 모르는 은밀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사이인데, 에헴... 친하지 않은 척 공개적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다. 하지만 기도제목을 물어주는 질문은 대개는 좋다. 특히 이번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말씀 준비를 위해 몇 번 통화하면서 언어 너머의 기도제목 알아차릴 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경회를 준비하는 은밀한 하나님과의 속삭임을 있는 그대로 들려달라는 요청이었다. 기도제목을 정리하며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차렸고, 목사님과 교우들이 기도로 준비하고 계시다는 확신에 힘이 나고 감사했다. .. 2024. 5. 7. 꽃, 새우, 전 종일 비가 오고... 그칠 듯 그치지 않고... 그래서 전을 부쳐봤다.꽃새우전을 부쳐봤다. 마침 잘 손질된 꽃새우를 선사받았고, 마침 꽃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계절이고, 마침 찬란한 슬픔의 아카시아향이 온 감각을 자극하는 시절이라 꽃, 새우, 傳을 만들어 보았다.우리 어머니는 배우기만 하셨으면 시인이거나 학자가 되셨을 텐데. 언젠가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던 어느 때 교회에서 대표기를 하셨었다. "하나님, 아카시야 향기가..."로 기도를 시작하셨다고. 교회가 아카시아 나무 그득한 동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냥 기도가 그렇게 나왔다고. 기도에 은혜 받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어떻게 그런 기도를 하냐고 사람들이 다들 나 대학 나온 줄 안다고 자랑이 끝이 없으셨었다. 시인 같은 면모에 지적으로 탁.. 2024. 5. 6. 음식 만드는 것 좋아하는 편 느긋하게 걸으며 들꽃 관찰하고, 그 녀석들 이름 검색하고, 자꾸 불러주며 외우는 것 좋아한다. 티키타카 농담 따먹기로 하염없이 시간 보내는 것도 좋아하고. 옷 구경 하는 거, 언제 어디서나 넋을 앗아가는 즐거운 일이고. 강의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꽂힌 한 주제에 파고드는 재미는 세상 비할 데 없고. 강의나 글쓰기와 아무 상관 없는 책을 아무 걱정 없이 읽는 날이 있는데 '이게 사는 거지' 싶게 행복하고. 정말 잘 볶고 정성스럽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 한 모금에 뇌가 열리고 혀가 춤추는 느낌, 진짜 좋아하지. 혼자 있는 거실에 볼륨 높이 올리고 듣는 바흐 음악은... 거의 천국에 닿는 기쁨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천천히 차근차근 해치우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일 많은데... 2024. 5. 5. 출간, 노을이 물드는 시간 책이 나왔습니다.많이 알려지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읽어 주시고, 리뷰도 써주시고, 소감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서문입니다. 서문이 글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신앙 안에서 잘 늙어가고 싶은 중년 여성과 그가 따르고 싶은 한 노인의 가상 대화입니다. 중년 여성인 ‘정 선생’은 심리치료사인데 모태신앙으로 신앙의 열정이 남다르며,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80대 은퇴 교수 ‘최 선생님’은 60대에 예수님을 만난 자칭 ‘초보 신자’입니다. 신앙의 연수는 짧지만, 평생 마음을 연구하는 상담학 교수로 살았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습니다. 허구이기에 실제 대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게 된 현실적 고민이 있고, 그리하여 찾고 싶은 진실이 있었습니다. ‘중년.. 2024. 5. 4. 한산, 군산, 모든 산 충남 서천군 한산면 성외리 한산제일교회, 목사관. 내 고향집... 번짓수... 도 알았는데 생각이 안 나네. 군산은 한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여서 가장 먼 곳이었다.군산은 배를 타야 가는 곳이었다. 장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금강을 건넜다. 그릇을 새로 산다고 엄마 아버지가 군산에 가야 했었고, 늘 입이 헐곤 했던 아버지가 입에 바르는 약을 사러 군산에 갔다. 그 먼 군산에 나는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 적도 있다.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였던 것 같은데 배를 타고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한산에서 자란 내게 군산은 가깝고도 멀고, 꽤 중요한 곳이었는데... 그저 복성루 짬뽕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의 중요한 조각이었는데. 운전하고 내려오느라 힘드셨겠다는 목사님의 인사에 괜찮다는 마음을 .. 2024. 5. 3.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와 여기 일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늘 마음이 쓰입니다. 반 기독교 단체로 규정되어 겪는 사법적 다툼 등 물리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몇 년 전에는 뉴조 사무실 앞에서 음향기기 동원해 시위를 이어가던 집단이 있었는데, 그 악의적 소음을 어떻게 견디며 일하나 싶었었죠.) 소수자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취재하며 겪는 정서적 부담은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 기독교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이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입니다.추천하는 이 책은 가 교회를 사랑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정을 담아 추천사를 썼는데, 많이 읽히며 좋겠습니다. 추천사정신실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소장, 저자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이 책에 기록된 다섯 교회 스물아홉 명의 울분에 찬, 슬픔.. 2024. 5. 1. 25년 25주년 결혼기념일이다. 남편 제주살이 하는 동안 잠시 들러 찍은 사진 배경이 제주도 신혼여행 사진과 겹친다. 오른쪽 사진의 제목은 "늙은 우리"이다. 마음에 든다. 늙은 우리와 젊었던 우리가 다 마음에 든다. 오늘 묵상 본문 말씀이 시편 1편이다. 25주년 잘 살았고, 잘 견뎠고, 잘 늙었고, 앞으로 이렇게 늙어가라고 주시는 그분의 선물같다. 남편과 함께 나누는 아침 묵상에 이런 글을 적었다. 그대,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수밖에!죄악 소굴에 들락거리길 하나,망할 길에 얼씬거리길 하나,배웠다고 입만 살았기 하나.오직 하나님 말씀에 사로잡혀밤낮 성경말씀을 곱씹는 그대!에덴에 다시 심긴 나무,달마다 신선한 과실 맺고잎사귀 하나 지는 일 없이,늘 꽃 만발한 나무라네.(시1:1-3 메시지성경)결혼 25주년 .. 2024. 5. 1. 외향형 하나님? 내향형 하나님? QT MBTI3 안녕, Jung 쌤이야. 너는 네 MBTI 유형이 어때? 마음에 들어? 혹시 되고 싶은 유형이 있어? Jung 쌤은 되고 싶은 유형이 있었어. 내 유형 ESFP가 대략 마음에 드는데, 마지막 P만 J였음 좋겠더라고. 그래서 ESFJ를 선망했어. 시작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를 하고, 처음 세운 계획을 바꾸지 않고 하나에 머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J들이 그래 보였거든. “내 이 재능과 성격에 J이기만 했으면 인생 성공인데!” 싶었던. 재미 추구, 긍정적인 것에만 꽂히는 ESFP의 환상 같은 자아팽창이었어. 암튼 부러운 유형이 있지 않아? 부러운 유형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우월한 것으로 보이는 유형도 있어. 그런가 하면 나쁜 유형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거 없다.. 2024. 5. 1.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