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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395

단백질 강화 떡볶이 소고기뭇국을 이따만큼 끓여놓고 어딜 갔다 왔더니… 국물은 다 먹어 치웠는데 고명 고기가 반은 남아 있다. 국과 고명, 양 조절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 떡볶이에 그 고기를 다 때려 넣고 내친김에 구운 계란까지 올려서 단백질 폭탄으로 제조했다. 단호박도 잘라 넣었으니, 5대 영양소가 다 들어간 완전식품이 된 것인가? 떡볶이로 여기까지 왔다. 2023. 1. 18.
더치 김치 엄마, 모해? 김치 내려? 응, 더치 김치! 오, 장인 정신! 하하하, 기여워! 김치말이국수를 위해 김치를 내렸다. 찬 김칫국물을 천으로 만든 친환경 여과지로 한 방울 한 방울... 그렇게 여섯 시간쯤 내리려고 했으나. 장인 정신이 부족하여 인내하지 못한다. 베보자기로 옮겨 손으로 쥐어짜는 방식, 그러니까 고종이 처음에 "양탕국"이라 부르며 마시던 커피 드립의 방식일지 모르겠다. 실은 손에 김칫국물 한 방을 안 묻히고 걸러보려는 야심 찬 계획이었으나, 늘 이렇다. 결국 여기저기 묻히고 튀고 손으로 쥐어짜기 되는 것. 김치통 바닥에 남은 국물을 버리지 못한다. 엄마가 늘 그랬다. 그게 아까워서 그 국물에 동태찌개를 끓여서 혼자 먹곤 했다. 동태는 제일 싼 생선이고, 우리는 입에 대지 않았으니까. 그런 엄마.. 2023. 1. 15.
또 가는 엄마 (소고기뭇국을 이따만큼 끓였다.) 또 어디가? 엄마? 연구소 워크숍. 엄마가 왜 자꾸 어딜 가지?! 엄마가 어딜 가는 게 싫어? 그야 당연히 집에 엄마가 없는 게 싫지. 다행이다. 다른 데 간다고 하면 걱정인데, 연구소 이모들이랑 가는 거라. 왜에? 다른 데는 왜 걱정이고? 강의는 엄마가 부담되니까 나도 같이 부담되잖아. 연구소 이모들이랑 가는 건 왠지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까. 나도 마음이 편하지. (무 한 개와 양지머리 한 덩이를 넣고 몇 시간을 끓여 국을 끓이고 건진 고기를 양념해서 고명으로 만들었는데... 내가 끓인 국이 맛있어서 집을 나가기가 좀 그렇다.) 2023. 1. 9.
치즈 닭갈비 먹고 힘! 남편이야 본업이 설교하는 사람이지만, 설교를 대량생산하는 사람은 아닌데, 나는 강의하는 사람이고, 드물게 설교를 빙자한 강의를 하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한 편이 기본인데. 이번 주 우리 집에서 생산된 설교가 총 열네 편이다. 신년 특별새벽기도 설교 6편. 주일 설교 1. 장례식 설교 4. 이상 남편이 낳은 설교이고. 나도 어쩌다 세 편을 낳았다. 나는 오늘로 끝이다. 남편은 내일, 아니 내일 모레… 아니 언제지? 모르겠다. 그의 끝은. 점심으로 닭갈비에 치즈 듬뿍 올려 지글지글해서 둘이 먹었다. 먹고 빠르게 자기 자리로 흩어져 각자의 끝을 향해 힘! 2023. 1. 6.
2023년 중 가장 행복한 날 현승이랑 같이 장을 보면서 저녁으로 뭘 해줄까, 했더니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당연히 차돌박이 얹은 된장찌개려니 하고 냉동 고기 쪽으로 향하니 아니란다. 고기 안 들어가도 된다고. 고기 말고 까만 소라 같은 거 넣으면 좋겠다고. 우렁이를 말하는 것이다. 냉이도 한 팩 사서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채윤이가 나와 반색을 하면서 "우렁이와 냉이라고?!!!!! 와, 2023년 중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어깨춤을 추었다. 2023. 1. 3.
사식, 김치수제비 4박 5일 기도 피정에 다녀왔다. 낯선 고향 같은 곳이다. 어쩔 수 없는 종교의 담이 있으니 가도 가도 낯설 수밖에 없고, 밖에서 찾던 하나님을 내 안에서 찐하게 만난 곳이니(말이 되나? 내 안에서 만나려고 그 밖으로 갔다...) 영적 고향 같은 곳이다. 침묵 피정인데, 침묵 속에서 전쟁을 치르곤 했기에 이번에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갔는데. 숙제도 안고 갔는데... 웬걸! 한 시간 기도 시간은 10분처럼 지나가고, 밥은 맛있고, 9시부터 잠은 잘 오고, 화장실도 잘 가고. 방안에 든 겨울 햇살이 아름답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사랑스럽고, 마주 앉은 식탁의 자매님이 와사삭와사삭 콜라비 씹는 소리가 재밌어서 자꾸 웃음이 나오고… 어쩌자고 예정에 없던 신소희 수녀님이 피정 동반을 해주시고. 그렇게 눈 .. 2022. 12. 31.
먹고 마시고 수고하고 감사하고 누리고 오후 4시까지 줌 글쓰기를 하고 5시에 상을 차려 마주 앉았다. 그 한 시간 안에는 집 앞 마트에 달려갔다 온 시간도 포함이다. 5시간 정도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영혼까지 가벼워졌다. 트리에 불이 반짝이고 대림초가 켜지고 캐럴이 흐르고 이 얘기 저 얘기 막힘없는 이야기, 또 이야기. 장비 빨에 힘입어 그야말로 '뚝딱' 준비한 상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몇 달에 한 번씩 만나 식사하는 사이이지만, 어쩐지 이번엔 좀 잘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언젠가 윤선이가 내게 심어놓은 말이 있다. “나는 은혜는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입은 모든 은혜를 잊지 않아야겠지만, 어떤 은혜들은 더욱 의식적으로 잊지 않고 자꾸 표현하며 살려고 한다. 그리고 기쁨과 감사의 식사에는 골든.. 2022. 12. 10.
동네 친구 덕에 보쌈 축구 연구소 지도자과정 마치고 저녁에는 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업 들어가기 직전 전화가 왔다. 동네 친구다. (실은 교회 집사님... 인데 나를 '사모'아닌 '나'로 대해주시기에 '친구'하기로. 동네 친구이며 교회 친구) 통화는 못하고 여차저차 용건은 겉절이를 전달하겠다는 거다. 얼씨구나! 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러 받아가겠다 메시지 보냈는데. 어느새 우리 집에 배달까지 해놓은 상태다. 동네 친구 덕에 의미 있는 야식 타임이었다. 아침에 채윤이가 "요즘 김장하는 때 같은데... 이럴 때 겉절이에 보쌈 해먹는 거 아니야?" 했다. "글치, 겉절이에 보쌈이지!" 그 말에 막막 식욕도 돋고, 어떤 식욕이 돋으면 자극받는 그리움... (왜 식욕은 자꾸 우리 엄마로 향하는 거야?!)에 조금 간절해진 상태였.. 2022. 11. 24.
job-chae 번갯불에 잡채를 해봤다. 집에 오는 길에 재빠르게 장을 봤다. 당근 하나, 시금치 한 단, 파프리카 하나를 샀다. 당면을 삶고 야채를 따로 볶는 과정 없이 막막 만들었다. (간편 잡채 만들기 영상을 여러 번 본 터라 그냥 막 만들어졌다.) 딱히 밥 생각 없었던 채윤이는 금요 기도회 반주하러 금방 나간다더니 '잡채'에 낚여서 미적거렸다. "오, 잘했는데! 딱 잡채 맛이야!" 하면서 산더미 같은 잡채를 먹어 치우고 나갔다. 그렇지! 잡채가 잡채 맛이면 된 거지! 스터디 카페에서 돌아온 현승이는 잡채밥 산더미를 해치웠다. 셋이서 각 '일인일산더미잡채' 했더니 JP 몫이 없네. 금요기도회 마치고 와서 잡채를 먹어봐야 배만 나오니까. 괜히 갑자기 잡채를 한 게 아니다. 전날 반찬가게에 갔는데 예의 그 반찬가게 식.. 2022. 11. 12.
편백나무 없는 편백나무 찜 며칠 전 점심에 JP과 싸우느라 맛도 모르고 먹었던 음식이 '편백나무 찜'이다. 그 와중에 "나중에 집에서 해야지." 마음의 레시피로 담아 뒀었다. 편백나무로 된 찜기가 씬 스틸러였는데, 요리는 간단하다. 찜기 위에 숙주 깔고 우삼겹을 올려 10여 분 찌면 되는 것. 음식값의 반이 편백나무 찜기 값인지, 숙주와 고기는 얇게 펴놓은 정도였다. 찜기 값을 식재료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양에 승부를 걸어봤다.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온라인 수업에 돌입한 수험생, 그리고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는 백수생 둘이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둘 중 누가 "이거 술안주 아냐?" 했다. 드라마 의 유명한 짤, 이선균이 거품 반 맥주 반으로 따르는 그 장면에서 함께 먹는 게 이거랑 비슷했었다. 겨울이 오니 정주행 다시 가줘야 할 .. 2022. 11. 9.